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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 탄소감축의 이해

Korea
녹색성장을 통한
탄소중립의 실현은 가능한가
국제사회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의 획기적인 감축을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1.5℃ 이내로 지구의 온도상승을 억제하려는 국제적 목표 달성이 어렵다. 국제적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은 별로 없고,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가의 상황이 비슷하다.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40%를 고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역할과 자발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사진 한경DB
지난 2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중립 기술개발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화학·철강·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4대 탄소 다배출업종의
대표기업들과 함께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탄소중립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산업부문 부담 줄이고 국제사회 협력 강화

많은 국가가 단기적인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장기적인 탄소감축 목표를 후퇴시키면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는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총론에서 국제사회의 목표와 부합하는 모습이다. 기본계획에서는 국가의 비전과 4대 전략을 비롯해 10개 부문에서 구체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산업부문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부문별 목표에서 산업부문의 부담을 조금 줄이고, 탄소 포집·저장(CCS)과 같은 신기술 개발과 해외 감축 사업 확대를 통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탄소감축 목표의 이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기후적응 정책과의 연계, 지자체와 지역 중심의 계획과 이행,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취약 산업과 계층에 대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기적인 이행상황에 대한 점검과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목표 적용, 범정부의 상설협의체 운영 등은 융합적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여와 독일과의 양자회담 후에 독일이 주창하는 기후클럽의 가입도 천명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중 녹색 ODA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서 지위와 역할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협력 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공공부문과 민간이 시행하는 탄소감축 사업을 통해 해당 국가의 탄소감축 사업에 참여하고,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비용도 줄이고, 국제사회의 1.5℃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만드느냐는 앞으로 주어진 과제다.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의 최대화

그동안 한국의 산업계는 기후변화 문제를 비용으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인식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 위주 경제라는 점을 늘 강조했다. 이제는 국제적 상황이 바뀌어서 우리의 경쟁국들과 개도국까지도 모두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자국 중심의 저탄소로의 경제와 산업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은 기후문제에 대응하면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정책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기후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새롭게 떠오르는 녹색성장 관련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방향의 설정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당연히 기후변화 정책에 따른 산업구조의 전환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과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Just Transition)은 모든 국가가 기후정책과 더불어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산업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처럼 적극적인 산업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녹색성장의 잠재력이 큰 산업과 융합 및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산업에 대해서는 보다 과감한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규제와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는 정책으로 기후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지원과 인센티브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산업정책의 방향을 전환한다. 이것이 녹색성장의 요체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려면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확대 발전시키고 국제적으로 논의를 주도하면서 우리 산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문제와 관계없이 우리가 가장 강점을 가진 반도체산업을 어떻게 기후문제와 연결할 것인가를 제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국가는 한국이다. 반도체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국제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또 다른 강점은 디지털 활용이다. 디지털산업의 기반이 반도체를 만들고 디지털 활용에 가장 앞선 한국이 디지털을 활용한 녹색성장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당연한 산업정책의 방향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의 경쟁력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탄소감축이 가장 어려운 수송부문에서 새로운 운송수단에 대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수송부문의 관련 산업들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기후정책의 방향이다. 디지털과 녹색 분야의 개념적인 융합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러한 개념을 가장 빨리 구현하고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국내 정책과 국제관계 정책이 연계된
정교한 전략 필요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을 통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선도국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는 국내 정책과 국제관계 정책이 연계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적으로는 산업정책과 기후정책을 연계하는 통합적인 정책구상과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이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새로운 청정 에너지 공급과 관련 기술 개발, 에너지 효율성을 통해 생산요소로서 에너지에 관한 정책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의 정책방향이 에너지 공급을 강조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가격 정책과 수요관리 등을 통해 에너지 수요에 관한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 분야에서 디지털과 접목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과 대기 및 기후정책은 인과관계에 있다. 경제의 투입요소인 에너지의 선택과 사용에 따라 대기오염 물질이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을 에너지 투입 과정에서 수립하느냐 아니면 배출되는 단계에서 수립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될 수도 있고, 환경정책이 될 수도 있다. 이상적으로는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이 통합돼 수립되고 집행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203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의 40%를 감축하는 목표나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이 제로가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운용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책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이 모두 참여해 같이 논의하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집행되는 새로운 정책실험도 필요하다.

Digital + Green Transformation 전략 마련해야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매우 크다. 우선 개도국들 입장에서는 한국 경제의 경제개발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 독립국으로 출발한 개도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된 유일한 국가인 한국으로부터 배우고자 한다. 개도국들과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을 통해 개도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산업활동을 확대한다면 국제사회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 일석이조의 윈윈 전략이다. 대선진국 진출은 민간이 주도해 진행한다. 인류 모두에게 닥친 기후변화라는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미래 한국 경제의 성장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방향으로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정책과 한국 경제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D+G 전환(Digital + 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정부가 주도해 민간과 공동으로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인 국가 목표와 국제사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원 배분과 인력양성, 연구개발(R&D) 지원, 초기 단계의 산업지원 등 공적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여기에 환경친화적 한국 문화의 확산까지 더해진다면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나 새로운 문화적 활동과 확산은 창의성과 다양성이 꼭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세계와 소통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의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역할에 집중한다.
세계 모든 국가가 부러워하는 20세기 한국의 경제발전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매우 효율적인 이행을 통해 민간을 이끌면서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여건과 상황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로 새로운 도전에 적극 대응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이 필요하다. 민간이 주도해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녹색성장의 시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의 빠르고 창의적인 디지털 기술과 응용을 통해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향해 경쟁하는 21세기 상황에서 한국은 이 분야 선도국이 되기에 충분한 역량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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