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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 탄소감축의 이해

Global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국의 탄소감축 대응 전략
탄소배출량 증가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과거 특정 국가와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가 됐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깨달은 주요국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어떠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에너지정책분석팀 선임연구위원  사진 한경DB
유럽의회가 203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 차량을 포함해 내연기관을 탑재한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2022년 6월 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2035년까지 자동차 회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100%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 표준 개정안’을 찬성 339표, 반대 249표, 기권 24표로 통과시켰다.

최근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기온이 향후 5년 중에 적어도 한해 정도는 일시적으로 1.5°C 온난화 임계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50년에 전 세계 도시화율은 약 70%에 육박하고, 폭염과 가뭄에 의한 세계 인구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폭염과 가뭄은 전력수요를 급증시키고, 수력발전량을 크게 떨어뜨려 전력난을 심화시킨다.
세계 시민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지고, 이것이 정부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그리고 학교에서 기후위기와 환경교육을 제대로 받은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서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변화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2015년 12월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참여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체결로 현실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경로와 1.5℃ 온난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보고서를 2018년에 발표했고, 여기서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 및 주요국의 탄소배출 현황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세계 탄소배출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에 에너지 연소와 산업공정에서 발생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8억 톤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이 중 세계 1위의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2022년에 전년 대비 0.2% 감소한 121억 톤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에너지 소비가 감소해 탄소배출량이 전년 대비 5% 감소했으나, 2021년에는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전년 대비 6% 증가하기도 했다. 2022년 세계 탄소배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서 탄소배출과 경제성장 간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IEA는 2030년에 탄소배출량이 210억 톤까지 감소하고, 이후에 매우 빠르고 큰 폭으로 감소해야 2050년에 순배출량이 ‘0’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탄소배출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있어서 청정 에너지 공급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석유와 가스의 대유럽 공급이 갑자기 급감하여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상대적으로 값싸고 풍부한 석탄 소비가 증가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고가의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부와 발전기업의 조치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추진됐다. 특히 유럽과 중국이 고에너지 가격 상황에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정부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 건설을 위한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정 지원도 크게 증대시켰다. 또한 IEA 자료에 의하면, 2022년에 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3% 감소한 데 반해, 전기차(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판매는 55%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의 약 50%가 중국 시장에서 이루어져서 현재 중국이 세계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중국의 수송부문 탄소배출량은 전년 대비 3.1% 줄어 전 세계적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권역별·국가별 탄소배출 감축 정책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세계 시민의 인식변화와 IPCC의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파리협정에 참여한 190여 국가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NDCs)과 2050년 또는 206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했다. 이들 국가 중에서 2023년 초 현재 탄소중립 달성을 국내법으로 규정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17개국에 이른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2022년 러·우 사태를 겪으면서 러시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고,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좀 더 앞당기려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경제주체들의 행동변화를 통한 에너지 소비 감축, 에너지 고효율기기 사용 확대, 전력부문의 무탄소화, 에너지 소비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감소,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 화석연료와 바이오매스에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사용 확대, 수소에너지 공급 증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2035년 발전부문 무탄소화, 2045년 건물부문 탄소배출량 50% 감축 등을 발표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기술개발 촉진, 전기차 판매 확대, 건물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기술에는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소형원자로(SMR), 친환경 냉방기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그리고 그린수소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전체의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개별 회원국이 각각의 목표치와 부문별 실행계획을 수립한다. EU는 2019년에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최종 확정했고, 이어서 2050년까지의 행동 로드맵인 유럽 그린딜과 유럽기후법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회원국들은 유엔과 EU집행위원회에 NDC와 LEDS를 제출했다. 이어서 EU집행위는 2021년에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로 ‘Fit for 55 package’와 2022년에 러·우 사태와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극복방안으로 ‘REPowerEU’를 각각 발표했다. 유럽의 탄소중립 전략의 기본 방향은 비용 효과적이며, 사회적으로 균형 있게, 그리고 공정하게 달성하기 위한 제도와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각종 지원과 투자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일본은 2020년에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전략을 발표했고, 실행방안으로 전력부문에서 탈탄소화, 에너지 소비의 전력화, ESS 도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정에너지에 포함되는 해상풍력, 수소에너지, 그리고 원자력 보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2030년 중반까지 승용차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100%로 달성하려고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

산업부문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문이다. 화학·철강·시멘트 산업이 전체 산업부문의 탄소배출량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하에서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상한 탄소배출량을 할당받고, 이에 맞춰 배출량을 감축하거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에 배출권을 거래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할당 대상 기업을 점차 확대하고, 배출권 시장거래를 활성화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들은 화석연료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전기차 관련 충전인프라 분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서 필요한 전력과 열을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CCS 설비를 통해 배출된 탄소를 처리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고 한다. 일반 제조업체들도 자발적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또는 CF100(Carbon Free 100%)을 선언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며, CF100은 사용 전력의 전부를 원전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기업 차원의 자발적인 탄소중립 이니셔티브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8월 현재 RE100에 전 세계 약 378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여기에 우리나라 22개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기업들이 RE100 또는 CF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건설하고, 무탄소 발전기업과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무탄소 전력비중이 높은 전력망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

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 기업과 가계의 적극적인 행동변화, 마지막으로 긴밀한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저탄소 기술·제품의 시장창출 및 보급확산, 이를 위한 국제적 표준화, 저탄소·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충분한 금융자금 제공과 기술협력, 그리고 글로벌 차원의 탄소제거 프로그램 등이 국제적으로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IEA는 이러한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탄소중립 달성 시점은 2050년에서 2090년으로 크게 지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각국은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 같은 새로운 에너지 위기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도 과거 석유·가스 안보보다는 앞으로 기술안보, 전력안보, 사이버안보, 핵심광물안보 등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에서도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이 더욱 확대·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용어 설명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인위적 방출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으로, 정식 명칭은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이 다.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1992년 6월 리우회의(유엔환경개 발회의, UNCED)에서 채택되어 1994년 3월 21일 발효됐다.

핏 포 55(Fit for 55)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7월14일 발표한 탄소배출 감축 계획안. 유럽 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철강재 등의 제품에도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토대로 한다. 2030년 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서다.
핵심은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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