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은 대표적인 설비집약형 산업이며, 기초소재 및 부품을 생산하는 기반산업이다. 철강은 비철금속과 함께 금속부품, 기계, 자동차, 조선 그리고 건설 부문에 주요 소재를 공급한다. 정유산업(석유정제업)은 석유제품 이외에도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중간재를 공급하며, 석유화학은 합성수지, 합성고무,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이차전지, 화학섬유를 공급한다. 주요국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 철강, 화학, 시멘트와 같은 난감축산업에 대하여 파괴적 기술과 공정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들 산업이 산업 전반의 필수소재이며 산업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기차,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건물, 수송 등에서의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제품의 공급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8년 2억6,050만톤에서 2030년에는 2억3,070만톤으로 11.4%, 2050년까지는 혁신기술의 적용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해 80.4%까지 감축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50년 산업부문의 5,110만 톤 배출은 원료 자체에서 배출이 불가피한 시멘트, 화학, 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과 원료, 연료에서 탈탄소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2030년까지 감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수소, 바이오 등 대체원료 공급의 불안정성과 혁신공정 기술개발과 적용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공정의 개발과 적용은 2030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2030년까지는 에너지 효율 솔루션 도입 및 고효율 기기 도입, 전기화가 주로 추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난감축산업에서 원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단순 재활용(recycling 혹은 downcycling)이 아니라 가치를 더하는 재사용(upcycling), 즉 순환자원의 적절한 수집, 분류 및 정제를 위한 시스템을 전제로 한다. 나아가 순환자원을 폐기물의 부분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폐쇄적 자원순환 시스템하에서 순환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수요구조의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는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의 공정전환을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건물, 수송, 에너지 등 사회 전 분야의 탄소중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품, 솔루션, 서비스 등이 공급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시대의 산업경쟁력은 가격이나 품질뿐만 아니라 친환경·저탄소 경쟁력도 필요하다.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단기 경쟁력의 유지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산업구조로의 변화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요국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
철강, 화학, 시멘트와 같은 난감축산업에 대하여 파괴적 기술과 공정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들 산업이 산업 전반의 필수소재이며 산업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은 용선 대신 스크랩 사용을 증가시켜 용선비(Hot Metal Ratio, HMR) 하향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를 감축하며, 배열회수 증대, 함철 부산물 회수 증대 등을 추진한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환원제(코크스, 미분탄)와 같은 석탄 사용량의 투입 최적화 기술 개발 및 적용, 연료 최적화 시스템 고도화, 조업 효율 향상을 통해 소결광 제조 시 들어가는 연료 및 결합재 투입을 줄인다. 나아가 성형탄 강도 향상 등으로 파이넥스(FINEX)에 투입되는 석탄 사용을 저감하며, 저열량 코크스 사용 확대, 제강공정 효율화, 노후설비 합리화 등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로 활용 저탄소 제품 생산 확대 및 수소환원제철기술 기반 신전기로 활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은 바이오 원료의 활용과 폐플라스틱의 자원화를 위한 기술개발, 바이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출시와 같은 제품구조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프타 분해공정에 투입되는 석유계 연료 또는 부생가스 메탄 중 일부를 수소(그린, 블루)로 혼소(2종류 이상의 연료를 연소)하며, 중유를 LNG와 그린수소로 전환하고 나프타분해잔사유를 블루수소 및 LNG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국내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자가발전용 석탄발전소를 그린발전소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의 원료화,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바이오나프타, 바이오플라스틱 등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가열로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시스템을 바꾸고 무탄소 연료공정으로 전환하며, 스마트 플랜트 전환을 완성할 계획이다.
시멘트는 혼합재 함량 증대와 더불어 탄소 포집·활용(CCU)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사용비율 확대, 도시가스의 일부 전력화, 예열기 및 냉각기 효율 향상을 우선 추진한다. 원료전환을 위해 석회석(CaCO₃) 원료 대체, 포틀랜드 시멘트의 혼합재 비율 확대, 혼합시멘트 생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멘트산업은 석회석이라는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다양한 감축기술 도입 후에도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하는 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 탄산염 자원화 등을 추진한다.
정유산업은 중유 등의 연료를 2030년까지 LNG로 전량 전환을 추진한다. 수소 및 암모니아 등 무탄소에너지로의 전환은 정유설비의 특성 및 기술개발 추이를 고려할 때 2040년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고효율 열교환기, 저온 폐열 회수 차세대 발전, 고효율 전력기기 기술 및 스마트 플랜트 등이 있는데 기술개발과 설비교체가 필요하다.
온실가스 난감축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 혹은 개별 산업의 역량만으로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의 공유다. 난감축산업에서의 탄소중립은 현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기술·공정의 개발과 상용화, 그리고 양산설비 투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제조강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제조업 기반을 회복하려는 주요국들이 철강, 화학과 같은 난감축산업에 기술적·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업의 준비도를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기제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이니셔티브, 탄소중립 산업전환 촉진특별법 제정, 기후대응기금, 투자촉진을 위한 녹색금융이나 녹색 택사노미 등 다양한 제도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단기 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탄소저감 인센티브, 재생에너지 요금 감면, 탄소차액계약제도,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의 효과적인 활용 등 산업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산업부문은 2030년까지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작지만 2030년 이후에는 다른 부문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감축해야 한다. 따라서 탄소저감 혁신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로 이어지는 투자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2030년 이후 산업부문 난감축산업의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탄소중립 R&D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일관성을 갖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기반하에 범부처 탄소중립 R&D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스케일 업(scale-up) 실증체계가 적용되어야 한다. 부처간 협업이 필요한 탄소중립 R&D 사업의 경우 사업기간 동안 성과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 공동연구 및 기술 교류 등 해외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러나 산업부문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성장동력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난감축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탄소중립 전환 지원에는 생산방식과 원료, 연료를 바꾸어 감축효과를 높이는 것만 아니라 변화하는 글로벌 수요를 포착하여 새로운 성장경로를 선도적으로 창출한다는 목표도 포함돼야 한다.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은 국가 탄소중립의 관건이며, 수송, 건물 등의 부문에서 필요한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산업 부문의 감축수단과 추진경로는 산업구조 재편, 혁신공정, 원료혁신, 원료전환, 자원순환으로 크게 구분되며, 핵심 공통기술의 상용화, 에너지 효율 향상이 모두 최대한으로 추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중 난감축산업의 혁신공정 전환은 친환경·저탄소 생산공정의 개발·적용을 통한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으로의 변화이며, 이 과정에서 설비공급과 수출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린인프라도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산업발전의 방향과 생산방식, 그리고 산업생태계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6월 최초로 2030 NDC를 수립했으며 이후 국내외 감축 비율 조정, 목표 설정 방식 변경 등 부분적 으로 수정해오다가 2021년 10월 8일 2030년 NDC를 기존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