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교수
의장국인 일본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보존’과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을 주제로 설정했다. 기본적으로 중국을 억제와 협력, 공존, 대화의 파트너로 설정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다소 달라진 관점을 보여줬다.
크게 보면, 비시장경제 관행 근절, 힘에 의한 현상 변경 금지, 수출통제체제 강화, ‘자유롭고 개방된(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등 경제안보와 직결된 사항에 대해선 강경한 대응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나 무역확대, 경제발전 등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공조를 모색하기 위한 대화와 협력을 언급했다.
종합하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추진해온 대중국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 필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지영 팀장
국제질서를 보존하기 위한 G7의 단결력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 외에도 우크라이나 문제, 외교안보, 경제안보, 디지털, 기후변화, 복합위기 대응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대부분의 이슈에서 중국이 언급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별도의 항목을 포함한 것이 두드러진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둘러싼 제반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도 축소,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 불법적인 기술이전 및 데이터 공개, 첨단기술에 대한 보호,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상황, 대만해협, 강제노동 등의 이슈를 포함한다.
이런 내용들이 포함된 첫 번째 이유는 의장국인 일본의 안보 우려사항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의장국인 일본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설정한 두 개의 주제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및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하고, 일본이 참여국들을 설득한 끝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두 번째로 G7 국가들이 일본의 제안을 수용한 이유는 1945년 이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보존’이 G7을 둘러싼 국제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훼손이 G7에 위협적인 요소로 인식돼 이러한 공동성명이 발표됐다고 볼 수 있다.
문지영 팀장
이번 G7 정상회의는 국제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의 관행에 조율과 집단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조정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 on economic coercion)’을 출범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조기 경보나 신속한 정보 공유는 물론 G7을 비롯해 여러 국가와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대응조치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경제 회복력과 경제안보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재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있다. 이는 G7이 중국과 건설적이고도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준비를 하는 한편 중국의 기존 관행에 대한 사전 대비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7 국가들 간 이러한 합의는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미국의 디커플링에 유보적이던 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공통 인식과 대응 필요성에 따라 미국과 타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인교 교수
국가별 중국의 관행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유럽 국가의 경우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불이익 행위에 국가별 일대일 대응에 따른 어려움을 인식하고 조정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으로 조사하고 조정한다고 했을 뿐 실질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를 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실행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조정 메커니즘만 도입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G7 회원국 간 대응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디리스킹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해온 첨단기술이나 핵심광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위험을 줄여나가고 첨단기술의 이전을 차단한다는 것을 핵심사항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외에 있어서는 중국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조정 플랫폼에도 그런 흐름이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 보완이 되면 모르지만 현재로선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
문지영 팀장
이번 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논평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중국은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문제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G7 회의에 대해서도 그런 외교 기조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디커플링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집권 기간에 3,900여 건의 경제제재를 가했고, 2021년 말 기준 약 40개국에 9,400건의 경제제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국은 이번 G7 공동대응 방침에 상당히 완고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인교 교수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공동대응 기조를 확립한 만큼 앞으로 G7 국가들은 디리스킹 원칙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이나 정책 공조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디리스킹은 기본적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제안한 내용으로 미국이 EU의 대중국 정책 기조를 수용함으로써 G7의 정책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혼란을 느끼던 유럽의 기업들도 어느 정도 안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미국이 EU의 대중국 정책 기조를 수용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면서 미국의 기업들도 다소 안도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디커플링을 했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디커플링이라는 용어를 최대한 안 쓰는 듯하면서도 일부 주요 법안 제정에서는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 디리스킹에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중국과 상당 부분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여길 것이다.
범용 제품에 대해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제안보 관련법과 수출통제 규정 등을 준수하는 선에서 비즈니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커플링 개념하의 가치사슬 체계보다는 조금 약화되겠지만 국제사회가 안보 측면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비즈니스 과정에서 그런 흐름을 중요하게 고려함으로써 신뢰가치사슬도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리스킹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 동맹 국가들이 어떤 식으로든 공급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은 디리스킹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되어 있지만 앞으로 가이드라인이 산업별로 적용된다거나 미국의 수출규제 대상인 블랙리스트(entity list)와 같은 기준이 논의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참관국으로서 G7 정상회의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문지영 팀장
이번 정상회의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는 식량,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차원의 과제에 동참하고 국제사회의 논의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복합위기 대응 분야에서는 식량위기 국가에 대한 식량 지원 규모를 연간 5만 톤에서 10만 톤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기후변화·에너지·환경 세션에서는 그린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G7이 주도하는 기후클럽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 분야의 대중 정책 기조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디커플링이 중국을 국제경제 무대에서 고립 혹은 배제한다는 의미였다면 디리스킹은 중국이 제기하는 위험만 제거한다는 의미다. G7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익에 기반해 협력 가능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중국과의 관계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인교 교수
디커플링이 실제 이뤄졌을 때 국내총생산(GDP) 기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우리 기업들도 중국과 비즈니스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게도 마찬가지다. 협력의 여지가 많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현재 흐름에 맞는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비즈니스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쌍순환 전략은 기본적으로 자립경제를 기조로 삼고 국제무역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한·중 FTA는 수준이 낮은 협정 중 하나다. 중국은 언젠가 쌍순환 전략 기조하에서 FTA를 체결하거나 고도화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므로 한·중 협력 차원에서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를 우리가 제안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중시하는 가치동맹 기조를 중국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