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기후법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올해 2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 그린딜 산업계획(European Green Deal Industrial Plan, GDIP)’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규제환경 개선'에 초점을 둔 법안
•2023년 3월 16일 초안 발표
①태양광 및 태양열 기술 ②육풍 및 해풍 신재생 기술 ③배터리/저장 기술 ④히트펌프 및 지열 에너지 기술 ⑤전해조및 연료전지 ⑥지속 가능한 바이오가스/ 바이오메탄 기술 ⑦탄소 포집, 사용 및 저장(CCUS) 기술 ⑧그리드 기술
해 당 기술의 EU 역내 제조역량을 2030년까지 연간 수요의 40%까지 증대한다는 목표 제시
2019년 12월에 발표된 ‘유럽 그린딜’은 단순한 ‘입법문서(Communication)’로서 발표됐는데, 이는 2021년 6월 발효된 유럽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에 의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전환됐으며, 이 법에 따라 2030년까지 EU의 순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중간목표가 설정됐다.
EU 탄소중립산업법은 이러한 유럽기후법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올해 2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 그린딜 산업계획(European Green Deal Industrial Plan, GDIP)’의 핵심요소로 ‘규제환경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린딜 산업계획 정책 문건에서는 추가적으로 최근 미국·일본·인도의 친환경 산업 육성정책이 시장 왜곡 및 불공정 경쟁을 야기해 친환경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청정기술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이 유럽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과도한 보조금으로 인한 경쟁 왜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또한 표출하고 있다.
사실 2019년에 유럽 그린딜이 발표될 때만 해도 EU는 소위 ‘그린 전환(green transition)’ 정책의 선두주자였다.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데다 일본·인도·중국과 같은 여타 주요 국가들 또한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다자무역 자유화의 대표적인 예외 사유인 ‘환경’에 대한 가치가 부각됐고, EU로서는 미국의 IRA와 같이 각국의 ‘그린 전환’을 표방한 자국 우선주의적 산업정책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2023년 2월 새로이 정비된 그린딜 산업계획에서는 단순히 탄소중립 실현방안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정경쟁의 필요성 또한 강조됐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 또한 EU 탄소중립산업법이 미국 IRA의 대응입법으로 일컬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EU 탄소중립산업법은 여덟 가지 ‘기후중립 전략기술(strategic net-zero technologies)’을 지정한 후, 해당 기술의 EU 역내 제조역량을 2030년까지 연간 수요의 40%까지 증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 전략 프로젝트(Net-zero Strategic Project)’를 선별해 행정 및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주거나 행정처리 기한을 단축시켜주는 등 전반적인 규제환경 개선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EU 내 ‘탄소중립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유럽 탄소중립 아카데미’ 설립을 통해 혁신 탄소중립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필요한 교육 및 인큐베이팅을 지원한다.
중요한 점은 이 법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산업에 관련된 EU 시장의 투자환경 개선과 이를 통한 역내 투자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기후법상 탄소중립 목표 실현 및 역내 제조역량 강화 목표와 관련해 단순히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목표 달성 여부를 검토할 만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IRA가 내포하고 있는 역내 투자촉진 및 공급망 강화의 목적에 대입해본다면, 충분히 EU의 대응 입법으로서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입법 배경 및 연혁을 비교해본다면, EU 탄소중립산업법은 그 목적과 구조가 절대로 미국 IRA와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미국 IRA의 차별적 조항들에 대해 EU가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던 만큼, 현재 공개된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의 경우 EU 역외산 수입품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법안에서도 EU 역내 공급망 강화의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듯이, 수입대체적인 조항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일례로 특정 역외 국가로부터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탄소중립기술 부품을 EU 역내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탄소중립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될 수 있다. 추후 최종 법안 확정 및 시행 전에 세부내용이 변경되거나 구체적인 이행 규정에 차별조치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