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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FTA

ESG 포럼
ESG 경쟁력 시대의 탄소국경조정과 배출권 거래
지난 4월 18일 유럽의회는 중요한 기후환경 법률들을 채택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하고,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를 개혁하며, 사회기후기금(Social Climate Fund)1) 을 설치하는 법안이다. 그중 CBAM은 찬성 487표, 반대 81표, 기권 75표로 가결됐다. 유럽의회는 CBAM을 “EU 산업을 보호하고 글로벌 기후 야망을 높이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센터장   사진 한경DB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대담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 7월 입법 패키지 ‘Fit for 55’를 발표했고, 이번에 관련 법안들을 채택한 것이다. EU의 배출권거래제(ETS)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탄소가격제도를 살펴보자.

탄소배출에 가격을 매기면?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는 탄소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탄소가 배출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탄소를 배출하는 주체에게 이러한 비용을 부담케 해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려는 것이다. 탄소가격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번에 승인된 EU ETS 개정안은 파격적이다. 배출량 감축목표를 크게 늘리고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며 적용 분야를 확대했다. 무상할당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현재 EU의 무상할당 비율은 43%, 참고로 한국은 90%). 해상 분야를 포함하고 항공 분야의 무상할당을 폐지한다. 운송과 건물을 포함시켜 별도의 ETS를 적용한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EU가 CBAM을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이러한 규제 강화가 전제돼 있다. EU 역내에서 탄소비용이 증가하면 ‘탄소누출(carbon leakage)’ 리스크가 커진다. 탄소누출이란 탄소규제가 심해질 때 역내 기업들이 규제가 느슨한 역외 국가로 생산활동을 이전하거나,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는 EU 생산제품이 탄소집약적인 수입품으로 대체되는 것을 말한다.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 수입품에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바로 CBAM이다.
유럽의회가 이번에 채택한 CBAM은 기존 EU 집행위원회 안보다 강화된 것이다. 구체적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CBAM의 적용 대상은 우선 6개 분야지만, 2030년까지 ETS 무상할당 폐지와 연동해 모든 ETS 대상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CBAM은 2023년 10월부터 적용되지만 이른바 ‘전환기간’인 2025년 말까지는 배출량 보고의무만 발생한다. 2026년부터 수입품의 배출량에 따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탄소배출은 통상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을 구분하는데, 생산 단계의 직접배출 외에도 생산을 위한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간접배출까지 특정조건에 포함시키고 있다. CBAM 인증서의 가격은 EU ETS 배출권의 주간 평균 경매가격에 따라 계산된다. 다만 원산지에서 탄소세나 ETS에 따라 탄소가격을 부담한 경우에는 감면된다.

국제통상질서의 변화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ETS를 개선하고
탄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및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기후전쟁 중

EU에서 시작된 기후규제는 다른 나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
특정 분야의 수입품에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청정경쟁법(S.4355 Clean Competition Act)’ 및 ‘공정한 전환과 경쟁법(H.R.4534 Fair Transition and Competition Act)’이 그것이다. 캐나다, 일본 등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기후전쟁을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통상질서의 변화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ETS를 개선하고 탄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및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국제무역의 흐름에서 우리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탄소배출량 측정 지원부터 저탄소 제품 개발과 친환경 시장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도 보다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변화해야 한다. 탄소경쟁력을 강화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ESG를 강화하는 것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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