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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IRA 세부지침 내용과 한국 배터리산업의 미래
미국 재무부가 지난 3월 31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이 요구했던 북미 이외 지역에서 생산한 수입차에 대한 우대 적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핵심광물의 경우 주목할 부분이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 등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 업체들의 입장을 대체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에너지·환경연구원장  사진 한경DB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전기차 세액공제 가이던스가 지난 4월 18일부터 적용됐다. 이에 앞서 3월 31일 미 재무부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하위규정)’를 발표했다. IRA 세부지침 가이던스1)는 적용 시점부터 60일 동안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미국은 미·중 패권경쟁 차원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다뤄왔다. 현재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장악2)과 배터리 기술 도전은 이미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됐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IRA는 미국의 전기차산업 확산을 가속화하고 중국에 의존돼 있는 배터리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위주로 재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미국의 전기차산업 확산과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서 핵심 경제안보 동맹인 동시에 배터리 핵심광물3)배터리 부품4) 제조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IRA 세부 시행 규칙과 운용으로 우리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크게 바뀔 처지에 놓여 있다.

1) IRA 세부지침 가이던스 (하위규정)
보조금을 받는 기본 조건은 북미 생산이다.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미국이나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은 40% 이상을 충족해야 7,500달러(약 983만 원)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이 비율은 연도별로 매년 단계적으로 높아지는데 핵심광물은 2027년부터 80% 이상, 배터리 부품은 2029년부터 100%가 조건에 맞아야 한다.
2)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장악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은 중국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없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리튬이다. 리튬 광물 채굴은 호주, 칠레 등이 압도적이지만 리튬의 가공 설비는 대부분 중국에 있다. 전세계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의 65%는 중국에서 만든다.
3) 배터리 핵심광물
리튬, 코발트, 니켈 등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광물의 40%(2027년까지 80%,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조달 시 세액 공제
4) 배터리 부품
2023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중 50%(2029년까지 100%,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이 북미에서 생산 및조립되는 경우 세액 공제

전기차·배터리 확산 구도 속 미·중 패권경쟁

중국의 부상은 세계 전기차 생태계의 가장 큰 변화다. 내연기관엔진(Internal Combustion Engine)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모터, 모터에 소요되는 영구자석 부품, 핵심광물 채굴과 가공, 배터리 부품 등 새로운 가치사슬과 공급망을 필요로 했으며, 단기간에 중국이 유럽과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테슬라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는 모두 중국의 기업들이다. 지엠(GM), 포드(Ford), 폭스바겐(Volkswagen) 등이 전기차 제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말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넘어섰다. 2017년 100만 대를 넘어선 지 불과 5년 만에 10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전기차 1년 평균 시장점유율 14%를 차지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2022년 말 기준 신규판매 약 600만 대를 기록했다. 유럽이 320만 대, 미국이 약 70만 대로 그 뒤를 이었으며, 미국을 포함한 북미가 130만 대 수준이다.
2022년 7월 5일 파이낸셜타임스는 2022년 1~6월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실적에서 BYD가 테슬라를 추월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BYD가 64만1,000대의 실적으로 테슬라의 56만4,000대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은 중국 내수시장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해외 전기차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중국은 전 세계에 55만5,041대의 전기차를 수출했다. BYD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유럽 자동차 시장뿐 아니라 호주, 중동, 중남미,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을 위해 각각의 국가들에서 현지 판매망 구축을 위한 딜러 계약에 이미 돌입했다.
미국 정부는 2021년 전기차 비중을 신규판매 기준 2030년까지 50%로 설정한 가운데 지난 4월 12일 2032년 67%라는 강화된 전기차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2035년 내연차 판매금지 기준을 이미 가지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의 향후 행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2035년 내연차 판매금지 기준 동조화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 보는 2026년까지 미국의 예상 전기차 침투율은 약 17%다. 바이든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6~2030년 17%에서 50%로 엄청난 전기차 약진이 일어날 것이며 2032년까지는 다시 67%로 한 번 더 점프해야 한다.
이러한 전기차 확산 구도는 미·중 간 패권경쟁 구도에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2026~2030년 미·중 간 첨단산업 패권경쟁은 극에 달할 것이며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와 이차전지가 첨단산업의 선두에 나설 것이다. 미국은 통상적인 상업적 방법으로는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힘들다고 보고 국가안보적 수단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따라잡기에 나서고 현재 야구로 본다면 1회 8:1로 뒤져 있는 게임을 5회 8:5 정도로 따라잡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40년 야구게임 비유로 다시 본다면 10:11 역전으로 경기를 끝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주목한 IRA 세부지침 속 전기차 관련 조항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31일 ‘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IRA 전기차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어왔다.
첫째, 2030년경 미국 내 신규 차량 판매의 50%에 해당하는 1,000만 대 정도의 전기차와 소요 배터리 제조와 관련된 엄청난 경제적 기회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의 몫은 어느 정도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둘째, 배터리 셀 제조를 위한 배터리 핵심광물3) (채굴과 가공)과 배터리 부품4)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붐 수혜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려와 달리 우리 배터리 3사5)가 이번 IRA 세부지침 내용에 따라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과 부품 요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게 됐다. 핵심광물 요건은 채굴 또는 가공 중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되는 것으로 가이던스에 규정됐다. 전 세계 핵심광물 채굴이 중국 기업과 자본에 의해 장악된 현실을 감안한 조치로 채굴은 중국 기업 광산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가공을 북미나 미국 FTA 체결국에서 한다면 요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FTA 미체결국인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세부지침으로 국내에서 가공해도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포항과 새만금 등지에 대규모의 전구체 생산공장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의 중요한 부품(battery component)이다. 양극재, 음극재 부품이전 단계로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핵심광물을 채굴한 이후 가공하고 전구체, 양극활물질, 음극활물질 등으로 만드는 중간단계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P-CAM(Precursor-Cathode Active Materials)이라고 부르는데 별도의 공장과 플랜트가 필요하다. 이번 세부지침에서는 이 단계를 부품으로 보지 않고 배터리 소재(constituent materials)로 해석함으로써 미국 내 부품 제조 의무 없이 보조금을 받게 된 것이다.

5)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점유율을 합하면, 시장 전체의 절반을 넘긴다. 국내 배터리산업은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15.2%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중 전기차·배터리 패권경쟁과 한국의 역할 가늠하는 이정표

IRA 세부지침 시행은 향후 전개될 미·중 전기차·배터리 패권경쟁과 우리나라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아직은 초기단계다. 2023~2025년은 핵심광물과 부품의 중국 의존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탈중국 공급망을 준비하는 단계다. 2030년까지 미국에 40여 개의 배터리 공장이 신규 건설될 예정인데 이 중 2025년까지 13개가 우선적으로 건설될 것이다. 13개 시설 가운데 우리 배터리 3사가 11개 시설에 참여하고 있어 2030년까지 미국 신규 배터리 제조능력의 70%를 우리 기업이 계속 가져갈 수 있는지는 2026년 이후 본격 전개될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우리가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2026년 이후 공급망에서의 탈중국 핵심광물과 부품 요건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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