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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 원전산업

Global
탄소중립과 세계 주요국의
원전산업 육성정책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세계적 추세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회원국들의 강력한 탄소중립 목표가 제시됐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으며 탄소중립 달성 중기목표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7년 대비 24.4%에서 2018년 대비 40%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NDC와 관련한 법령은 어떠한지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자.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한국핵정책학회장  사진 한경DB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의 방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난 소형모듈원자로 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소형 원전기업 뉴스케일파워사의 SMR 플랜트 조감도.

국제사회, 온실가스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협정에 재가입하면서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05년 대비 50~52%로 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표방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 11월에 ‘기반시설투자 및 일자리법’이 제정돼 ‘청정대기법’과 ‘2005 에너지정책법’ 등 관계 법률이 개정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정책은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2조 달러를 투입해 미국 경제 재건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독일은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2016년 11월 14일 ‘기후보호계획 2050(Klimaschutzplan 2050)’을 수립하고,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40%, 2030년까지 55%, 2040년까지 70%, 2050년까지 85%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감축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 12일에는 ‘연방 기후보호법(Bundes-Klimaschutzgesetz)’을 제정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온 일본 정부는 2020년 3월 30일 지구온난화대책추진본부에서 국내 배출삭감·흡수량 확보를 통해 2013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6%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NDC를 결정했다. 2021년 4월 22일에는 지구온난화대책추진본부의 결정을 바탕으로 2013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6%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반영한 NDC를 결정, 유엔(UN)에 제출했다.
중국은 2021년 기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며,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탄소 배출량 규모 1위를 기록해왔다. 중국은 2018년에는 ‘대기오염 예방·퇴치법’을 개정했고, 2021년에는 ‘2030년 이전 탄소배출정점 행동방안’ 및 ‘기후변화 대응정책 및 행동백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NDC는 2030년을 기점으로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5%까지 감축하고,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최근 재생에너지의 생산가격이 하락하고 관련 기술도 발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풍력 및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간헐성이다. 대체에너지로 자주 거론되는 천연가스도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많은 국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국제 에너지 위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해온 유럽, 특히 독일의 곤궁이 에너지 안보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계 주요국,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확대 추세

이러한 추세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원자력 사용이 불가결함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에너지 분류 규제안(Taxonomy Regulation)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기준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총 441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총 설비용량은 393.5GW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3기(95.5GW)로 가장 많으며, 프랑스 56기(61.4GW), 중국 54기(51.1GW), 일본 33기(31.7GW), 러시아 38기(28.6GW), 한국 24기(23.1GW) 순이다. 2000년 이후 원전 설비용량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주춤하던 증가 추세는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2022년 4월 기준 원전 설비용량과 원자로 수 모두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기준 전 세계 17개 국가에서 52기의 원자로가 건설 중에 있으며, 건설 중인 원자로의 총 설비용량은 약 53.7GW다. 중국이 16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에 있으며, 인도가 6기, 한국이 4기, 러시아가 4기, 튀르키예가 3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원자력 이용에 있어서 가장 앞선 국가인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원전개발, 차세대 원자로 등을 포함한 에너지 발전법안을 통과시키고 원전 운전수명 연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DOE)는 2022년 2월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처분 정책 마련, 차세대 원자로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내용을 연방정부와 의회에 권고하는 ‘청정에너지로의 견고한 전환을 위한 공급망 확보 전략(America’s Strategy to Secure the Supply Chain for a Robust Clean Energy Transition)’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미국 일부 주는 SMR을 포함한 신규 원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SMR 개발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전 총 54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를 전후로 24기의 원자로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려 2020년 총 발전량 1,037TWh 중 원자력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2021년 10월 22일 발표한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2030년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6~38%, 원자력 20~22%, 화력 41%(LNG 20%, 석탄 19%, 석유 등 2%)로 설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쏠린 국제적 시선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의존도를 가능한 한 낮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에 직면해 있으며, 원전과 같은 비화석연료 발전원의 비중을 높여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2022년 3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에너지부(NEA)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 에너지 분야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70GW로 확대해 기저부하 전원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조만간 세계 최초로 SMR 상용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남부 하이난성 창장에 건설 중인 ‘링룽(玲龍) 원’이 그것이다. 중국원자력공사(CNNC)는 링룽 원을 2026년부터 상업운전할 계획이다. 링룽 원의 전기출력은 125메가와트(MW)급으로, 이는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외에도 세계 주요 원자력 사용국들은 탄소중립은 물론,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의 이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경제성장이 에너지 소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에너지 생산과 소비는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갖는다. 원자력이 탄소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원자력과 신재생의 합리적인 전원 믹스 전략 도출해야

탄소중립과 원전 이용에 관한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도 현실적인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와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NDC 및 2050년 탄소중립의 큰 목표는 유지하면서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찾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재편과 원자력과 신재생의 조화를 통한 합리적인 전원 믹스 전략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은 원전 확대다. 산업부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2030년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0기 계속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같은 혁신형 SMR R&D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2030년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2% 수준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에서 제시한 원전 발전 비중 23.9%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것이다.

원전시장의 러시아 공백 대체할 기회

원전수출 분야에서도 한국은 호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 원전수출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압도적 우세를 보여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원전시장의 선두주자인 러시아가 국제 원전시장에서 퇴출되고 있어 타 원전 수출국에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까지 원전 건설부터 자금 조달, 연료 공급, 사용후연료 수거(take-back)까지 모두 제공하는 원스톱서비스로 세계 원전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국제 원전시장에서 러시아의 퇴출로 생겨난 공백을 한국과 미국 등 선진 자유주의 국가들이 채우지 않으면 조만간 중국이 이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한·미가 원전수출 시장에서 적극 협력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진영 국가 중에서도 원자력 역량이 가장 뛰어나고 또한 상호보완적인 역량을 갖고 있어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을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핀란드, 스웨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원자력 이용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물질들의 독성과 부피를 대폭 줄여 처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옵션 마련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그와 함께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사용후핵연료 처분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최종 처분방식이 결정될 때까지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수조나 건식 저장시설에 임시로 저장된다. 문제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2030년 이후 순차적으로 포화돼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쌓아둘 곳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전해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절차도 가속화하기를 기대한다.

용어 설명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목표로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따라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개념으로, ‘넷제로(Net-Zero)’라 부르기도 한다.

❶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2022.04.2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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