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8년 7월 본격화됐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미국 수입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갈등이 고조됐습니다. 서로 공방을 거듭하며, 갈등 수위는 더 높아졌으나 2019년 중국이 일부 양보하며 1단계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중국은 향후 2년간 2,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고, 미국은 부과할 예정이던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죠. 다만 무역전쟁 초반에 부과한 25% 고율관세는 유지하기로 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2020년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식 25% 고율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휴전 뒤에도 분쟁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미국은 중국이 협력대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중국은 미국 등 개방된 시장을 토대로 발전하여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도 미국을 위협할 수준이 됐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비슷한 사례인데 1960년대 저가상품 수출로 규모를 키우다가 기술력으로 미국 제품을 압도하자 미국은 미·일 반도체협정을 맺고 일본 내 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10%에서 20%까지 높였습니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기준 3,829억 달러(약 483조 원)에 달하는데 2021년보다 12.2% 늘어난 규모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려고 했음에도 무역적자는 더 커졌던 겁니다. 당분간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미국이 대중국 무역적자를 축소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일본과 네덜란드는 중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재에 원칙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세계 5대 반도체 장비 업체이며, 네덜란드의 ASML은 세계 1위의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입니다. 이에 중국은 WTO에 반도체 수출 규제 합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감독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역시 자신의 성벽을 세우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손을 잡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과 우방국 중심으로 무역장벽을 만들면서 양측 모두를 대상으로 수출해야 하는 ‘수출한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다른 한쪽에 대한 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대대적으로 견제하고, 또 자국 우선주의를 설파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수요처로서 한국 기업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서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중국 내 반도체 사업 확장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공장 설립 시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 내 장비 업그레이드 등에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규정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북미산 최종조립 및 부품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므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외교·통상 전략이 그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지난 4월 말 방미 시 정부는 우리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 및 부담 최소화에 합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