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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 원전사업

Industry
원자력 발전의 시대
기후위기 및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으로 원자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바야흐로 ‘원자력 발전의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대적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원전산업계의 경쟁력을 다시 살펴보며 미래 글로벌 원전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박상길 법무법인(유한) 광장 전문위원  사진 한경DB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전경.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한울 1·2호기 상업운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7일 원전 내부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계는 원전의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건설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모두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를 성공적으로 수주해 현재 3호기까지 정한 기간과 예산으로 완공, 현재 안전하게 운영 중이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다소 침체돼 일부 선진국에서도 탈월전을 추진했으나, 이제는 상당히 많은 국가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고자 다시금 원자력을 찾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고 극찬받은 한국형 표준원전

우리나라의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2호기는 설계-제작-건설-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외국 기업에 일임하는 턴키방식으로 도입해 당시에는 국내 기업이 원전에 대한 기술 축적을 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부터는 외국 기업에 일임하는 턴키방식이 아닌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건설이 추진돼 점차적으로 국내 기업의 원전 기술 축적 및 기자재의 국산화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원전을 건설하게 된다. 이는 한국형 원전의 효시가 되는 한빛 3·4호기다. 한빛3·4호기는 비록 외국 기술을 기반으로 했으나 해당 기술을 제공한 외국 기업과 공동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를 변경하고 최적화해 개선된 원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국내 원전 설계 및 시공 기술력은 더욱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울 3·4·5·6호기, 한빛 5·6호기를 연속적으로 건설하면서 원전 설계를 더욱 보강하고 최적화함과 동시에 최신 안전규제 요건을 반영해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고 극찬한 한국형 표준원전(KSNP; Korea Standard Nuclear Power Plant)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초로 디지털 제어계측시스템을 적용한 OPR 1000(Optimized Power Reactor)을 개발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를 건설함으로써 가장 안전할 뿐 아니라 가장 뛰어난 원전기술을 전 세계에 입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형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통해 원전 핵심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이를 실제 원전 설계와 건설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원전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압경수로형(APR)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원전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원전 설계-건설-운영 등 압도적인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

우리나라는 한국형 표준원전 및 OPR 1000을 통해 축적된 설계, 건설 및 운영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주력 수출노형인 APR 시리즈를 개발하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APR 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형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통해 원전 핵심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이를 실제 원전 설계와 건설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원전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압경수로형(APR)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원전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즉 해당 시장과 발주자의 니즈 및 최신 규제요건에 맞추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APR 원전을 맞춤설계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내에 원전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원전 설계-건설-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에서 모든 지원이 가능한 압도적인 원전 수출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고 평가된다. 이러한 원전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동유럽의 체코·폴란드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규 원전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들에 우리나라 APR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 중심에서 다양한 원전 설계로 다변화

지금까지 소개한 부분은 경수로 기반의 대형 원전에 대한 설명이며,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경쟁력을 평가하기엔 불충분하다. 현재 글로벌 원전산업은 대형 원전에서 중소형 원전으로 중심축이 점차적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 종래 원전은 건설비가 크게 드는 반면, 운영비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원전을 크게 지어 오랜 기간 운영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인식됐다. 그렇기에 상용 원전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도입됐을 땐 소형 원전이었으나, 원전은 비교적 중소형 용량 규모인 석탄화력 발전과 점차 경쟁하면서 대형화됐고, 이를 통해 경제성을 대폭 개선하게 됐다. 대형 원전은 현재에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중앙집중형 전원으로 해당 국가의 기저부하 전력을 가장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담당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대형 원전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은 아니기에 중소형 원전의 필요성이 점차적으로 커지게 됐다. 예를 들면, 중소형 용량 규모의 석탄화력 발전을 주요 전원으로 했던 국가들은 탈탄소 움직임에 따라 석탄화력 발전을 점차 퇴출하면서, 중소형 원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형 원전은 분산형 전원의 성격으로 도시 및 산업단지에 직접적으로 전력과 열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원전은 물을 냉각재로 하는 경수로뿐만 아니라 액체금속, 기체, 용융염 등 다양한 매체를 냉각재로 하는 비경수로 설계로도 다각화돼 전 세계적으로 현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과 구별되는 원전을 중소형 원전(Small and Medium-sized Reactor),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첨단원전(Advanced Reactor)으로 다양하게 부르는데 이 모두가 차세대 원전이다. 표현은 다르더라도, 이렇듯 원전 시장은 현재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 중심에서 점차적으로 다양한 원전 설계로 다변화돼 전력 및 비전력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개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도 초기부터 개발을 착수해 국내 고유 노형을 확보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전이며, 이는 1997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2년에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차세대 원전의 맏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SMART 원전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고자 양국이 공동으로 실증로 건설을 위한 상세설계를 추진한 바 있으며, 현재는 기존 SMART 설계에 피동안전성을 대폭 보강한 SMART-100을 개발해 표준설계인가를 재차 획득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비경수로에 대한 기술개발도 선제적으로 추진해 PGSFR(Prototype Gen-IV Sodium-cooled Fast Reactor)이란 소듐냉각고속로의 원형을 설계한 바 있으며, 이를 개선한 SALUS를 개발해 현재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원전에 대한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는 경수로 기반의 혁신형 SMR(i-SMR; innovative SMR)의 예타 과제가 오는 4월부터 약 4,000억 원 규모로 착수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비경수로에 대해서도 선박추진 및 해양부유식 등 해양산업 적용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는 용융염원자로(MSR; Molten Salt Reactor)에 대한 기술개발도 오는 4월부터 약 300억 원 규모로 시작될 예정이다.

민간기업의 원전 기술개발 주도적 참여로 해외진출 활성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에서 다양한 노형의 차세대 원전으로 기술과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적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민간기업의 원전산업의 주도적인 참여도 두드러지게 됐다.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산업에서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건설 참여, 기자재 제작 등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민간기업이 직접 원전 기술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 모델도 직접 개발함으로써 앞장서서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일부 대기업은 해외 SMR 개발사들에 직접적으로 지분을 투자해 시공 및 기자재 공급 권한과 사업개발 권한 등을 확보해 해외 SMR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 국내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수출사업 모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는 기존 경수로 기반이긴 하지만 여전히 원전산업의 공급망이 건전하고 우수한 인력풀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미국 및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도 갖고 있어 국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해외 SMR 노형 기술의 실제적인 수출 전진기지로서도 가장 효과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제 어두운 탈원전정책의 터널은 지나갔고, 원전산업의 생태계 복원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APR 시리즈의 대형 원전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SMART-100, SALUS 등 차세대 원전 기술도 개발을 완료했고, 더욱 혁신적인 개념의 경수로인 i-SMR 노형의 개발과 해양시장을 겨냥한 MSR에 대한 개발도 예정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우리나라 원전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민간기업이 투자 및 협력하는 해외 SMR 개발 노형에 대한 사업도 국내 공급망이 참여하는 준국산 원전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룩한 원전 기술 강국의 지위는 하루아침에 달성한 것이 아니고 적어도 반세기 이상에 걸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한 결과로 얻은 결과다. 마찬가지로, 이제 원전산업의 중심축이 기존 경수로 기반의 대형 원전에서 다양한 노형의 차세대 원전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민간기업의 주도적인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는 이때에 우리나라는 다시 미래 시장을 겨냥해 원전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에 더욱 긴 호흡으로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우리나라는 이미 바뀐 미래 시장에서 해외 기업의 원전 프로젝트에 하도급으로 일부만 참여하게 되는 수모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해 원전산업이 단순히 기존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 역량을 모두 결집할 수 있는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게끔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향후 펼쳐질 미래에는 우리나라 원전이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하게 진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영토를 크게 넓힐 수 있길 기대하는 바다.

용어 설명

APR 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수출 노형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유럽의 사업자인증(EUR; European User Requirement)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가(Design Certification)를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획득한 글로벌 대표 원전 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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