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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세계 원전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가는 길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120대 국정과제로 포함시키면서 원전산업 정책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원전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원전산업 육성정책을 살펴보고 원전산업의 향후 모습을 전망한 후, 성과 극대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해보자. 글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사진 한경DB 지난해 11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호텔 나루에서 ‘제3차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원전 관련 공기업, 민간기업, 학계 등에서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 및 관련 산업의 해외진출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❶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세 번째 과제로 포함했다. 지난해 7월 초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❷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계속운전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일감 조기 창출 등을 통한 원전생태계 활력 복원,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독자적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노형 개발 추진 등도 제시했다. 8월에는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 및 추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❸에 따른 추진위원회와 추진단이 출범해 원전 수출전략 수립은 물론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각종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22년 12월 개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가이드라인’❹에서 SMR 등 미래형 원자력 기술 개발사업과 신규원전 건설 및 가동원전 계속운전을 위한 투자를 녹색금융 대상에 포함시켰다. 2023년 1월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모든 가동 원전의 계속운전을 포함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❺(제10차 전기본)이 공고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도 총 3,992억 원(민자 1,245억 원 포함)의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동사업으로 확정돼 사업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전 공급자임을 과시 원전산업의 육성은 기본적으로 원전 개발·이용 사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허가기간이 만료된 가동 원전의 계속운전 추진, 총체적 국가 역량을 동원하는 수출추진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산업이 상당 수준 훼손됐으므로,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원전산업계를 정상적인 상태로 복원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6월 개최한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9월에는 ‘원전산업신속지원센터’를 원전업체들이 다수 위치한 경남 창원에 개소하는 등 원전생태계 복원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책을 추진 중이다. 신속지원센터는 각 지역 지원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원전업계 애로·건의 해소, 기업 지원요청(자문 등) 대응, 지원정책 현황 파악 등을 통해 다방면에 걸친 맞춤형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23년 업무보고에서 신한울 3·4호기의 조속한 건설 추진은 물론, 전년 대비 1.1조 원이 증가한 3.5조 원의 일감을 원전생태계에 공급하고, 혁신형 SMR 연구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등 원전산업 재도약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원전 수출은 원전산업 육성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더욱이 ‘팀 코리아’로 불리는 한국 원전산업계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전 공급자임을 과시한 바 있다. 2022년 8월 출범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세 차례의 회의를 갖고 원전 및 관련 산업의 해외수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해왔다. 2022년 8월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10월에 폴란드와 원전건설 협력의향서(LOI)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실제 성과가 계속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 ➊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 925억 원 규모 긴급 일감 발주 ➋ 2025년까지 총 1조 원 이상 원전 일감 신규 발주 ➌ 맞춤형 수주전략으로 수출역량을 결집해 업계의 일감 연속성 강화 ➍ 총 3,800억 원 규모 금융애로 해소 지원과 6,700억 원 규모 기술투자 원전 중소기업 지원 ➊ 원전 중소기업을 대상 1,000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 공급 ➋ 원전 중소기업 특화 R&D 신설 ➌ 시중은행 협력을 통한 부실 발생기업 지원 ➍ R&D 200억 원 우선 지원(2022), 250억 원 규모 원전기업 특화 R&D 신설(2023)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 확보 위한 원자력 비중 확대 필요 2022년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량은 17만6,054GWh로서 전체 발전량 59만4,392GWh의 29.6%를 차지했고➏, 원전 25기의 평균 이용률은 81.6%였다➐. 제10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발전량 201.7TWh 및 발전량 비중 32.4%, 2036년 발전량 230.7TWh 및 발전량 비중 34.6%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2호기와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에서 명칭 변경)와 곧 건설을 재개할 신한울 3·4호기, 그리고 허가기간이 끝나는 가동 원전들의 계속운전까지 고려한 것이다. 수력을 포함해 부존 에너지 자원이 빈약하고 고립된 에너지 섬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및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기술집약적 준국산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량 비중을 40~50%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판 세계에너지전망(WEO-2022)에 따르면, 2021년과 비교한 2050년의 원자력 발전량이 현 정책 유지 시나리오(STEPS; Stated Policies Scenario)에서는 53%, 선언된 목표 시나리오(APS; Announced Pledges Scenarios)에서는 84%, 탄소중립 시나리오(NZE; Net Zero Emissions by 2050 Scenario)에서는 109%씩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가동 원전 중에서 30년 이상 운영된 것이 약 70%이고 40년 이상도 약 30%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2050년까지 향후 약 25년간 최소한 현재 가동 중인 용량 이상의 신규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SMR이 203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돼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원전 건설에는 미국, 영국 등 기존 원자력 국가들뿐만 아니라 폴란드, 이집트, 튀르키예,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자력을 새롭게 도입하려는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SMR은 경제규모가 크지 않거나 관련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도 상대적으로 쉽게 건설·운영할 수 있어서 시장확대 잠재력이 크다. 기술 자립과 세계 최고의 상품 경쟁력 확보라는 기적을 일구어온 우리나라 원자력계에 커다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원전수출 확대를 위한 팀코리아 간담회’를 열었다. 산업부는 이날 참석한 원전 관련 시공사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정부와 시공업계 간 2022년도 원전수출 성과와 2023년도 추진계획’을 공유하고, 업계의 애로 청취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속 일감 확보, 세계 원전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역할 강화 원전산업의 지속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일감 확보다. 여기에는 국내 신규원전 건설, 국내 가동 원전 유지보수, 해외 원전 일괄수출, 해외 원전시설 개별 설비·서비스 공급 등이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대기업과 중소 전문기업 모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원전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거치면서 훼손된 국내 원전 전문기업들의 경쟁력 복원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며, 정책적으로 잘 조율된 국내 사업을 통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원전산업 인프라 유지·강화 관점에서 국내 원전 건설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는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1980년대를 전후해 표준화된 원전(P4·N4)들을 대규모로 건설해 원자력 점유율이 80% 수준에 이르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신규원전 건설이 급감하면서 원전산업 생태계가 거의 붕괴됐고, 이는 자국과 핀란드에서의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건설 사업이 난항을 겪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국내 원전 건설과 UAE 수출이 겹치면서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 등을 겪었으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원전 건설이 지연되면서 급격한 일감 감소를 겪은 바 있다. 제10차 전기본에는 신한울 3·4호기 후속 신규원전 건설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민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절차를 신속하게 마련해 신규원전 부지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 가동 원전의 유지·보수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가동 원전 계속운전 시 안전성·운전성능·운전편의성 등을 향상시켜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원전 운영회사가 설비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운전 허가기간을 현재의 10년 단위에서 미국, 일본 등과 같은 20년 단위로 늘려서 적극적인 설비개선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국내 원전기업들의 기술·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SMR 개발 등 미래형 R&D사업에 원자력 전문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민간기업 중심의 사업화 전략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참조 ❶ 대한민국정부,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 2022.7. ❷ 관계부처합동,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2022.7.5. ❸ 국무총리 훈령,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 및 추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2022.8.11. ❹ 환경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가이드라인’, 2022.12.23. ❺ 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 2023.1.13. ➏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 제530호 (2022년 12월), 2023.2.10. ➐ 한국수력원자력(주), 열린원전운영정보, https://npp.khnp.co.kr.

Industry
원자력 발전의 시대

기후위기 및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으로 원자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바야흐로 ‘원자력 발전의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대적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원전산업계의 경쟁력을 다시 살펴보며 미래 글로벌 원전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글 박상길 법무법인(유한) 광장 전문위원  사진 한경DB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전경.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한울 1·2호기 상업운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7일 원전 내부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계는 원전의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건설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모두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를 성공적으로 수주해 현재 3호기까지 정한 기간과 예산으로 완공, 현재 안전하게 운영 중이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다소 침체돼 일부 선진국에서도 탈월전을 추진했으나, 이제는 상당히 많은 국가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고자 다시금 원자력을 찾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고 극찬받은 한국형 표준원전 우리나라의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2호기는 설계-제작-건설-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외국 기업에 일임하는 턴키방식으로 도입해 당시에는 국내 기업이 원전에 대한 기술 축적을 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부터는 외국 기업에 일임하는 턴키방식이 아닌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건설이 추진돼 점차적으로 국내 기업의 원전 기술 축적 및 기자재의 국산화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원전을 건설하게 된다. 이는 한국형 원전의 효시가 되는 한빛 3·4호기다. 한빛3·4호기는 비록 외국 기술을 기반으로 했으나 해당 기술을 제공한 외국 기업과 공동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를 변경하고 최적화해 개선된 원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국내 원전 설계 및 시공 기술력은 더욱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울 3·4·5·6호기, 한빛 5·6호기를 연속적으로 건설하면서 원전 설계를 더욱 보강하고 최적화함과 동시에 최신 안전규제 요건을 반영해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고 극찬한 한국형 표준원전(KSNP; Korea Standard Nuclear Power Plant)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초로 디지털 제어계측시스템을 적용한 OPR 1000(Optimized Power Reactor)을 개발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를 건설함으로써 가장 안전할 뿐 아니라 가장 뛰어난 원전기술을 전 세계에 입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형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통해 원전 핵심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이를 실제 원전 설계와 건설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원전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압경수로형(APR)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원전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원전 설계-건설-운영 등 압도적인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 우리나라는 한국형 표준원전 및 OPR 1000을 통해 축적된 설계, 건설 및 운영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주력 수출노형인 APR 시리즈를 개발하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APR 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형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통해 원전 핵심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이를 실제 원전 설계와 건설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원전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압경수로형(APR)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원전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즉 해당 시장과 발주자의 니즈 및 최신 규제요건에 맞추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APR 원전을 맞춤설계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내에 원전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원전 설계-건설-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에서 모든 지원이 가능한 압도적인 원전 수출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고 평가된다. 이러한 원전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동유럽의 체코·폴란드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규 원전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들에 우리나라 APR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 중심에서 다양한 원전 설계로 다변화 지금까지 소개한 부분은 경수로 기반의 대형 원전에 대한 설명이며,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경쟁력을 평가하기엔 불충분하다. 현재 글로벌 원전산업은 대형 원전에서 중소형 원전으로 중심축이 점차적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 종래 원전은 건설비가 크게 드는 반면, 운영비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원전을 크게 지어 오랜 기간 운영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인식됐다. 그렇기에 상용 원전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도입됐을 땐 소형 원전이었으나, 원전은 비교적 중소형 용량 규모인 석탄화력 발전과 점차 경쟁하면서 대형화됐고, 이를 통해 경제성을 대폭 개선하게 됐다. 대형 원전은 현재에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중앙집중형 전원으로 해당 국가의 기저부하 전력을 가장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담당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대형 원전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은 아니기에 중소형 원전의 필요성이 점차적으로 커지게 됐다. 예를 들면, 중소형 용량 규모의 석탄화력 발전을 주요 전원으로 했던 국가들은 탈탄소 움직임에 따라 석탄화력 발전을 점차 퇴출하면서, 중소형 원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형 원전은 분산형 전원의 성격으로 도시 및 산업단지에 직접적으로 전력과 열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원전은 물을 냉각재로 하는 경수로뿐만 아니라 액체금속, 기체, 용융염 등 다양한 매체를 냉각재로 하는 비경수로 설계로도 다각화돼 전 세계적으로 현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과 구별되는 원전을 중소형 원전(Small and Medium-sized Reactor),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첨단원전(Advanced Reactor)으로 다양하게 부르는데 이 모두가 차세대 원전이다. 표현은 다르더라도, 이렇듯 원전 시장은 현재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 중심에서 점차적으로 다양한 원전 설계로 다변화돼 전력 및 비전력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개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도 초기부터 개발을 착수해 국내 고유 노형을 확보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전이며, 이는 1997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2년에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차세대 원전의 맏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SMART 원전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고자 양국이 공동으로 실증로 건설을 위한 상세설계를 추진한 바 있으며, 현재는 기존 SMART 설계에 피동안전성을 대폭 보강한 SMART-100을 개발해 표준설계인가를 재차 획득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비경수로에 대한 기술개발도 선제적으로 추진해 PGSFR(Prototype Gen-IV Sodium-cooled Fast Reactor)이란 소듐냉각고속로의 원형을 설계한 바 있으며, 이를 개선한 SALUS를 개발해 현재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원전에 대한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는 경수로 기반의 혁신형 SMR(i-SMR; innovative SMR)의 예타 과제가 오는 4월부터 약 4,000억 원 규모로 착수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비경수로에 대해서도 선박추진 및 해양부유식 등 해양산업 적용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는 용융염원자로(MSR; Molten Salt Reactor)에 대한 기술개발도 오는 4월부터 약 300억 원 규모로 시작될 예정이다. 민간기업의 원전 기술개발 주도적 참여로 해외진출 활성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에서 다양한 노형의 차세대 원전으로 기술과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적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민간기업의 원전산업의 주도적인 참여도 두드러지게 됐다. 기존 경수로 기반 대형 원전산업에서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건설 참여, 기자재 제작 등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민간기업이 직접 원전 기술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 모델도 직접 개발함으로써 앞장서서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일부 대기업은 해외 SMR 개발사들에 직접적으로 지분을 투자해 시공 및 기자재 공급 권한과 사업개발 권한 등을 확보해 해외 SMR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 국내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수출사업 모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는 기존 경수로 기반이긴 하지만 여전히 원전산업의 공급망이 건전하고 우수한 인력풀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미국 및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도 갖고 있어 국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해외 SMR 노형 기술의 실제적인 수출 전진기지로서도 가장 효과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제 어두운 탈원전정책의 터널은 지나갔고, 원전산업의 생태계 복원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APR 시리즈의 대형 원전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SMART-100, SALUS 등 차세대 원전 기술도 개발을 완료했고, 더욱 혁신적인 개념의 경수로인 i-SMR 노형의 개발과 해양시장을 겨냥한 MSR에 대한 개발도 예정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우리나라 원전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민간기업이 투자 및 협력하는 해외 SMR 개발 노형에 대한 사업도 국내 공급망이 참여하는 준국산 원전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룩한 원전 기술 강국의 지위는 하루아침에 달성한 것이 아니고 적어도 반세기 이상에 걸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한 결과로 얻은 결과다. 마찬가지로, 이제 원전산업의 중심축이 기존 경수로 기반의 대형 원전에서 다양한 노형의 차세대 원전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민간기업의 주도적인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는 이때에 우리나라는 다시 미래 시장을 겨냥해 원전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에 더욱 긴 호흡으로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우리나라는 이미 바뀐 미래 시장에서 해외 기업의 원전 프로젝트에 하도급으로 일부만 참여하게 되는 수모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해 원전산업이 단순히 기존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 역량을 모두 결집할 수 있는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게끔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향후 펼쳐질 미래에는 우리나라 원전이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하게 진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영토를 크게 넓힐 수 있길 기대하는 바다. 용어 설명 APR 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수출 노형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유럽의 사업자인증(EUR; European User Requirement)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가(Design Certification)를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획득한 글로벌 대표 원전 노형이다.

Global
탄소중립과 세계 주요국의 원전산업 육성정책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세계적 추세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회원국들의 강력한 탄소중립 목표가 제시됐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으며 탄소중립 달성 중기목표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7년 대비 24.4%에서 2018년 대비 40%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NDC와 관련한 법령은 어떠한지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자. 글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한국핵정책학회장  사진 한경DB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의 방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난 소형모듈원자로 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소형 원전기업 뉴스케일파워사의 SMR 플랜트 조감도. 국제사회, 온실가스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협정에 재가입하면서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05년 대비 50~52%로 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표방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 11월에 ‘기반시설투자 및 일자리법’이 제정돼 ‘청정대기법’과 ‘2005 에너지정책법’ 등 관계 법률이 개정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정책은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2조 달러를 투입해 미국 경제 재건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독일은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2016년 11월 14일 ‘기후보호계획 2050(Klimaschutzplan 2050)’을 수립하고,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40%, 2030년까지 55%, 2040년까지 70%, 2050년까지 85%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감축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 12일에는 ‘연방 기후보호법(Bundes-Klimaschutzgesetz)’을 제정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온 일본 정부는 2020년 3월 30일 지구온난화대책추진본부에서 국내 배출삭감·흡수량 확보를 통해 2013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6%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NDC를 결정했다. 2021년 4월 22일에는 지구온난화대책추진본부의 결정을 바탕으로 2013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6%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반영한 NDC를 결정, 유엔(UN)에 제출했다. 중국은 2021년 기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며,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탄소 배출량 규모 1위를 기록해왔다. 중국은 2018년에는 ‘대기오염 예방·퇴치법’을 개정했고, 2021년에는 ‘2030년 이전 탄소배출정점 행동방안’ 및 ‘기후변화 대응정책 및 행동백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NDC는 2030년을 기점으로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5%까지 감축하고,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최근 재생에너지의 생산가격이 하락하고 관련 기술도 발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풍력 및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간헐성이다. 대체에너지로 자주 거론되는 천연가스도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많은 국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국제 에너지 위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해온 유럽, 특히 독일의 곤궁이 에너지 안보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계 주요국,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확대 추세 이러한 추세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원자력 사용이 불가결함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에너지 분류 규제안(Taxonomy Regulation)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기준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총 441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총 설비용량은 393.5GW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3기(95.5GW)로 가장 많으며, 프랑스 56기(61.4GW), 중국 54기(51.1GW), 일본 33기(31.7GW), 러시아 38기(28.6GW), 한국 24기(23.1GW) 순이다. 2000년 이후 원전 설비용량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주춤하던 증가 추세는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2022년 4월 기준 원전 설비용량과 원자로 수 모두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기준 전 세계 17개 국가에서 52기의 원자로가 건설 중에 있으며, 건설 중인 원자로의 총 설비용량은 약 53.7GW다. 중국이 16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에 있으며, 인도가 6기, 한국이 4기, 러시아가 4기, 튀르키예가 3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❶ 원자력 이용에 있어서 가장 앞선 국가인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원전개발, 차세대 원자로 등을 포함한 에너지 발전법안을 통과시키고 원전 운전수명 연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DOE)는 2022년 2월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처분 정책 마련, 차세대 원자로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내용을 연방정부와 의회에 권고하는 ‘청정에너지로의 견고한 전환을 위한 공급망 확보 전략(America’s Strategy to Secure the Supply Chain for a Robust Clean Energy Transition)’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미국 일부 주는 SMR을 포함한 신규 원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SMR 개발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전 총 54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를 전후로 24기의 원자로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려 2020년 총 발전량 1,037TWh 중 원자력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2021년 10월 22일 발표한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2030년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6~38%, 원자력 20~22%, 화력 41%(LNG 20%, 석탄 19%, 석유 등 2%)로 설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쏠린 국제적 시선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의존도를 가능한 한 낮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에 직면해 있으며, 원전과 같은 비화석연료 발전원의 비중을 높여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2022년 3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에너지부(NEA)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 에너지 분야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70GW로 확대해 기저부하 전원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조만간 세계 최초로 SMR 상용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남부 하이난성 창장에 건설 중인 ‘링룽(玲龍) 원’이 그것이다. 중국원자력공사(CNNC)는 링룽 원을 2026년부터 상업운전할 계획이다. 링룽 원의 전기출력은 125메가와트(MW)급으로, 이는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외에도 세계 주요 원자력 사용국들은 탄소중립은 물론,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의 이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경제성장이 에너지 소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에너지 생산과 소비는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갖는다. 원자력이 탄소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원자력과 신재생의 합리적인 전원 믹스 전략 도출해야 탄소중립과 원전 이용에 관한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도 현실적인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와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NDC 및 2050년 탄소중립의 큰 목표는 유지하면서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찾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재편과 원자력과 신재생의 조화를 통한 합리적인 전원 믹스 전략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은 원전 확대다. 산업부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2030년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0기 계속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같은 혁신형 SMR R&D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2030년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2% 수준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에서 제시한 원전 발전 비중 23.9%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것이다. 원전시장의 러시아 공백 대체할 기회 원전수출 분야에서도 한국은 호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 원전수출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압도적 우세를 보여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원전시장의 선두주자인 러시아가 국제 원전시장에서 퇴출되고 있어 타 원전 수출국에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까지 원전 건설부터 자금 조달, 연료 공급, 사용후연료 수거(take-back)까지 모두 제공하는 원스톱서비스로 세계 원전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국제 원전시장에서 러시아의 퇴출로 생겨난 공백을 한국과 미국 등 선진 자유주의 국가들이 채우지 않으면 조만간 중국이 이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한·미가 원전수출 시장에서 적극 협력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진영 국가 중에서도 원자력 역량이 가장 뛰어나고 또한 상호보완적인 역량을 갖고 있어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을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핀란드, 스웨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원자력 이용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물질들의 독성과 부피를 대폭 줄여 처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옵션 마련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그와 함께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사용후핵연료 처분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최종 처분방식이 결정될 때까지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수조나 건식 저장시설에 임시로 저장된다. 문제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2030년 이후 순차적으로 포화돼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쌓아둘 곳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전해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절차도 가속화하기를 기대한다. 용어 설명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목표로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따라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개념으로, ‘넷제로(Net-Zero)’라 부르기도 한다. ❶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2022.04.29.) 참조.

Overview
국가의 핵심전략산업, 원전의 가치와 역할

우리는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으로 원전 25기를 운영하고 있다. 설비용량 24.65기가와트(GW), 2022년 이용률 82%로 국내 전력생산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3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킬로와트시(kWh)당 전력생산 단가는 원자력 60원, 석탄 80원, 액화천연가스(LNG)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kWh당 약 110원에 공급한다. 값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통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고 보조금을 줄 수 있는 여유를 만들고 있다. 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 한경DB 지난해 12월 14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국회, 정부, 지자체, 한국수력원자력, 지역주민 등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식'이 개최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석탄 발전의 가격은 150원/kWh, LNG 발전의 가격은 230원/kWh 수준으로 올랐다. 이 같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연료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고 우라늄 연료를 18개월 이상 비축하기 때문에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공급 안정성에 이어 중요한 기여는 가격이다.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토대는 원가절감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산업 경쟁력은 에너지 가격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산업의 축은 값싼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로 이동한다. 전 세계가 태양광 패널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이유는 중국의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용 전력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원전가동을 전면 중단한 일본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장을 한국으로 옮긴 것도 같은 이유다. 원전가동 중단으로 매년 3조 엔(28조9,734억 원)의 적자를 경험한 일본이 결국 원전 안전규제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에 대해 선별적으로 재가동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높아서는 무엇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원전산업의 매출은 26조 원이며 관련 종사자는 3만5,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값싼 전력을 향유하는 것은 전 국민,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산업이다. 연관산업과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산업 원전산업의 또 다른 가치는 연관산업에 주는 영향이다. 원전산업에 종사하는 원자력 전공자는 10% 미만이다. 대부분은 기계공학·화학공학·전기공학 전공자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건설, 토목, 중공업 등이 직접적으로 유관한 산업이다. 1970년대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당시에 우리나라 건설업계에는 품질보증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그러나 원전건설 현장에서 외국계 건설사를 도우며 일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건설산업도 발전하게 됐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는 원전 주기기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에도 공급하는 등 세계의 공장이 됐다. 최근 세계적으로 80여 종의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개발사는 앞다투어 두산에너빌리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확실한 공장을 확보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산에너빌리티도 한국중공업 시절 원전기기를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키웠다. 원전산업은 그 자체만의 산업이 아니라 연관산업과 동반성장하는 구조다. 따라서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타 산업이 함께 성장했다. 이에는 물론 한전이 국산화를 지원하면서 관련 산업을 지원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역으로 탈원전 정책하에서 고통받은 것도 결국 원전산업보다는 창원의 연관산업단지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국격기술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원전의 국내건설 및 해외수출을 통해 관련산업 전반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2009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했고 이후 적기건설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UAE에 수출한 원전 4기는 건설로 20조 원, 운영과 정비, 부품공급 등으로 60년간 80조 원의 수출을 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소나타 400만 대 또는 휴대폰 8,000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똘똘한 수출상품이었던 것이다. 원전수출은 돈을 벌어들인 것 이상의 국가적 위상 제고에도 기여했다. 흔히 원자력과 우주기술을 국격(國格) 기술이라고 한다. 설령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수출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한국 등이었으며 현재는 우리나라의 원전수출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에너지 위기를 경험했고 그간 값싼 러시아산 가스와 석탄 등에 지나치게 의존했음을 자각하게 됐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발전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하게 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규모를 확대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알게 됐다. 결국 안정성·경제성·환경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원자력 발전임을 자각하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원전수출로 이어질 것이고 동반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제기구 뉴스&산업통상자원부 소식
INTERNATIONAL ORGANIZATION NEWS

IEA, 2022년 재생에너지 보고서 발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세계 재생 에너지 보급 트렌드를 분석하고 향후 5년간의 재생에너지 전망을 담은 <2022년 재생에너지 보고서(Renewables 2022 : Analysis and forecast to 2027)>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유럽에 추가될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과거 5년 동안 거둔 성과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Renewables 2022 : Analysis and forecast to 2027’ 주요 내용 수급불안과 가격상승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전례없는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의 계기로 작용했다. 첫째, 2022~2027년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2,400GW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년간(2001~2021) 증가한 총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에 해당하는 수치다. 둘째,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이 2022~2027년 약 60% 증가해 2025년 초에는 석탄 발전을 넘어서는 최대 발전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2027년에 이르면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 비중이 38%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중에서는 태양광 및 풍력을 통한 발전 비중이 2027년 20% 수준에 도달하고 수력이 발전량 측면에서는 최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OECD, ‘기후변화 임계점: 효율적인 정책행동을 위한 함의점’ 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후변화 임계점: 효율적인 정책행동을 위한 함의점(Climate tipping points: insights for effective policy action)>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 시스템의 여러 요소가 기후변화로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위험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Climate tipping points: insights for effective policy action’ 주요 내용 첫째 감축전략의 경우 현행 점진적 기후비용(marginal cost) 분석은 임계점이 갖는 대규모 위험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1.5℃ 달성에 여전히 미흡해 보다 강력한 기후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행과정에서도 오버슈팅(임계점 초과) 방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임계점을 고려한 적응대책은 특정 위험을 해결하기보다는 시스템의 탄력성(복원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기상 및 기후정보 서비스(WCIS), 위성관측, 노출 및 취약성 패턴 분석, 조기경보지표(EWI) 등 기후정책과 과학기술 발전의 통합이 필요하다.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 NEWS 한·중동 정상 경제외교 58개 이행과제 순항 중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16일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 민간 기업과 함께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제1차 회의를 주재했다. 두 차례 정상 경제외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290억 달러와 아랍에미리트(UAE) 61억 달러 등 350억 달러를 초과하는 58건의 B2B 업무협정(MOU)과 계약 등을 확보하고, 이에 더해 UAE로부터 300억 달러 투자유치를 확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스시장·공급안보 장관회의 참석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15일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스시장·공급 안보 장관회의’에 참석해 31개 IEA 회원국, EU 집행위 등과 국제 천연가스 시장 안정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IEA 가스 장관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천연가스 시장 안정화 △가스공급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 병행 △향후 TFG 작업방향 등 협력의 목표를 제시했다. IEA는 향후 2년간 가스시장·공급안보 회의(TFG)를 정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첨단기술표준, 국제기구에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전기·전자분야 국제표준을 총괄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제176차 표준화관리이사회(SMB)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주도해 작성 중에 있는 양자기술 국제표준화 로드맵을 오는 8월까지 조기에 확정하고, 양자기술 분과위원회 신규설립 검토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 주도로 ‘넷제로 에너지’ 국제표준 최초 개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월 22일 80여 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 주도로 넷제로(Net Zero) 에너지 이행 가이드 국제표준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제정된 표준은 공장·건물 등에서 기업 활동에 대한 넷제로 에너지의 범위와 기준 연도, 에너지 효율 관리, 신재생에너지 적용 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넷제로 에너지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공급망 확보·유망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중남미 진출기업 간담회’ 개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핵심광물·첨단제조 분야 ‘중남미 진출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남미 지역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미국 등 주요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움직임에 따라, 핵심광물 공급처이자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서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지역이다. 이번 간담회는 중남미 지역에 진출한 핵심광물·첨단제조 분야 국내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개최됐다. 하반기 시행 ‘유럽연합 역외보조금 규정’ 기업 설명회 개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23일 분야별 전문 법무법인과 60여 개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EU 역외보조금 규정’ 기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역외보조금 규정은 유럽연합(EU)이 제3국에서 보조금 특혜를 받은 기업이 EU 역내의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하는 법안이다. 이번 기업 설명회는 EU 역외보조금 규정의 올해 하반기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내 기업의 규정에 대한 이해 및 사전 대비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FTA 한눈에

한눈에 보는 우리나라 FTA 현황

한 컷 뉴스
국제사회 보조금 정책 대응을 위한 EU ‘그린딜 산업 계획’ 발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월 1일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역내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역내 친환경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친환경 산업 분야에서도 국가 간 보조금 경쟁이 가열되는 추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월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의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월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의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까다로운 EU의 보조금 지급 규정을 일정 기간 완화해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국가 간 보조금 지급 능력의 차이를 고려해 회원국들이 기존 EU 기금을 사용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6일 EU 통상총국 부총국장과 면담을 갖고 그린딜 산업 계획 등을 포함한 한·EU간 통상 현안을 논의하면서 그린딜 산업 계획이 역외 기업에 차별적 요소가 없고 국제통상규범에 합치돼야 함을 강조했다.

통상 특강
유럽 핵심원자재법 입법 동향과 시사점

공급망 불안정성이 가속되면서 유럽연합(EU)이 3월 중에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의 초안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법안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U 핵심원자재법의 입법 배경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러·우 사태 1년,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은? 한국무역협회는 <러·우 전쟁 1주년 주요국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경제 및 세계교역이 둔화됐으며 원유, 가스 등 에너지와 니켈, 밀 등 원자재·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각국의 물가가 상승했다. 러·우 사태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4%로, 당초 예상치인 4.4%를 1.0%p 하회했다. 특히 선진국의 지난해 경제성장 하락폭은 1.2%p로, 신흥국의 0.9%p에 비해 더 컸다. 한편 한국의 성장률 하락폭은 0.4%로, 다른 국가 대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계 교역물량도 당초 전망치 4.7% 대비 하회한 3.5%에 그쳤다.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으로 인도, 튀르키예, 중국 등 러시아 우방국의 교역이 확대됐다. 또한 지난해 대러 수출 감소국 중 자동차/부품 수출 감소 영향은 한국이 가장 컸으며, 반대로 중국은 대러 자동차/부품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해 전 세계 소비자물가도 러·우 사태 이전 전망과 비교해 4.6%p 상승했는데 이는 러·우 사태 이후 에너지와 식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유럽, 영국, 한국 등에서 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경제 하방 압력이 가중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유, 천연가스, 금속, 곡물 등 다양한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다. 특히 밀(세계 공급의 26.1%), 천연가스(16.6%), 옥수수(13.7%), 원유(12.1%), 니켈(11.3%) 등 원자재 생산에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2022년 세계 원유 공급량이 당초 전망 대비 1.3% 감소했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달러 강세로 달러인덱스 및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들어 크게 상승했다. 러·우 사태 이후 글로벌 교역 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다. 러시아 주요 36개 교역국을 분석한 결과 중국, 인도, 튀르키예, 브라질 등이 교역확대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중국은 한국·독일의 대러 제조상품 수출을 대체하면서 자동차/부품·타이어·굴착기·트랙터·플라스틱·합성수지 수출을 크게 늘렸다. 한국은 전체 대러 수출 감소에서 자동차/부품 감소 기여율이 70.4%로 36개국 중 가장 높아 중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증대와 크게 대비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를 확인하세요.

글로벌통상뉴스

글로벌통상뉴스 EU 집행위원장, 세계경제포럼서 대중국 디커플링 아닌 위험 완화 강조 미국과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경쟁 중인 유럽연합(EU)은 중국과의 기업 거래 방침 수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다보스포럼)에서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위험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9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에너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비판하며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촉구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세계경제포럼 참석한 류허 중국 부총리 “중국은 세계를 향해 여전히 열려 있다” 지난 1월 3년 만에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이 중국은 여전히 세계를 향해 개방돼 있으며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국제무대에 컴백을 알렸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중국 대표로 참석한 류허 부총리는 중국은 여전히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강조한 뒤 “열심히 노력한다면 올해 중국 경제는 정상적인 성장세로 돌아올 것이며, 질적으로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서는 확산 정점을 지나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허 부총리는 지난 2017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대조적으로 유화적인 언사로 일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나 미·중 긴장관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대신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듯 “냉전시대 정서는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글로벌 최저한세 이행하면 전 세계 세수 272조 원 증가” 전 세계 135개국 이상이 도입에 동의한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으로 연간 2,200억 달러 세수 확보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가 마련한 디지털세 합의안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최신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세율 덕분에 창출한 수익이 늘어난 데다,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모델링 방식을 개선하고 자료를 업데이트한 결과라고 OECD는 설명했다. IF가 마련한 디지털세 합의안은 지난 2021년 10월 기준 136개국의 지지를 받았고, 이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좌우한다. 미 주정부, 틱톡 퇴출 움직임 확산… 31개 주 금지조치 미국 연방정부에 이어 주정부에서도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퇴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CNN비즈니스는 자체 분석을 통해 미국 50개 주 가운데 약 31개 주정부가 공무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CNN비즈니스는 틱톡 사용을 금지한 31개 주 가운데 9개 주정부는 위챗과 알리페이 등 다른 앱도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또한 4개 주정부는 비슷한 제한조치를 준비 중이다. 앞서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에서 공무용 기기에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서명을 마쳤다. TSMC, 유럽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계획 발표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지난 1월 12일 유럽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공장 신설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유관 업체들과 협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특히 반도체 생산공장 신설의 조건으로 반도체 수요 및 정부의 지원 수준을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TSMC는 이미 일본과 미국(애리조나)에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이번 발표에서 일본에 두 번째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역내 글로벌 반도체 생산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이른바 ‘반도체 빅3(인텔, 삼성 및 TSMC)’의 역내 생산공장 유치를 추진해왔다. 친환경에너지 중국 비중, 석유업계 OPEC보다 커 친환경에너지 관련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석유산업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큰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월 16일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코발트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모듈의 70%, 전기차용 배터리도 전 세계 생산량의 4분의 3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이 친환경에너지 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데는 수년간에 걸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데다 값싼 전력과 노동력, 부동산에 대한 접근도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캠벨 미 백악관 NSC 조정관, 2023년 미국의 외교 포커스는 인도 미·일 정상이 양국 협력관계를 재확인한 가운데,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지난 1월 12일 미국의 아태지역 관여 강화 정책의 다음 포커스로 인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캠벨 조정관은 이날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과 동맹국은 아태지역에서 관계강화를 도모할 국가로 인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아태지역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의 회원국이자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만큼, 인도가 올해 미국 대외정책의 포커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위드코로나 전환 후 통관검역 간소화·수입관세 인하 품목 확대 중국이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통관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입관세 인하 품목을 확대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월 12일 중국 법무법인 징두(京都)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 <2023년 달라지는 중국의 주요 경제무역 법규>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 잠정세율 적용 품목은 지난해 954개에서 올해 1,020개로 늘었다. 수입 잠정세율 적용 품목에는 통상 최혜국 세율보다 낮은 관세율이 부과된다. 중국은 매년 잠정세율 대상을 조정해 관세인하 품목을 결정한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코로나 핵산 검사가 취소되면서 통관검역 절차도 보다 완화됐다.

공급망 A to Z
미국의 5대 탄소 다배출 산업의 탈탄소화 로드맵

미국은 지난 2022년 9월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5대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IDR)’ 보고서를 발표했다. 철강, 화학, 식음료, 정유, 시멘트 등 미국 5대 탄소 집약적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수단, 달성 경로 및 주요 권고사항에 대해 살펴본다. 자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미국의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 지난해 9월 미국 에너지부(DOE)는 탈탄소화가 매우 어려운 산업부문의 탈탄소 달성을 위한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IDR; Industrial Decarbonization Roadmap)’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1년 바이든 정부는 2035년 100% 무탄소 전력 공급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수립한 데 이어 그해 11월 이를 위한 ‘미국의 장기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 탈탄소 로드맵’은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 내용은 철강, 화학, 식음료, 정유, 시멘트 등 제조업 중 가장 탄소 집약적인 5개 업종에 대해 공동의 기술·공정·관행을 연구해 탈탄소화 기회를 탐구하고 정량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산업부문은 2020년 기준 미국 1차 에너지 소비의 33%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5대 탄소 집약적 산업의 탄소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수단 4가지 ❖ 에너지 효율 향상 단기 탈탄소 솔루션으로 가장 큰 감축 잠재력을 갖는다. 대부분의 경우 산업공정에서 커다란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주요 에너지 효율화 수단으로는 △시스템 효율, 공정 수율, 열에너지 회수 등의 향상 △에너지 수요관리 개선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설계된 스마트 제조방식 시행 확대 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소, 바이오매스 등 저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단기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산업공정의 전기화 산업공정의 열 생산에서 전기화는 탈탄소화된 저비용 전력원(재생e)을 활용해 현장에서 화석연료 연소 시 배출되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저감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 소비되는 전체 에너지의 50%는 산업공정의 열에너지 생산에 사용되며, 이 중 5% 미만이 전기화돼 있다. ❖ 저탄소 연료·원료·에너지원(LCFFES) 생산 과정이나 에너지원 사용 시,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적용은 탈탄소화에 매우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열병합 원전, 집광형 태양열 발전, 지열 에너지 등이 LCFFES에 포함된다. 주요기술로는 유연한 연료(flexible fuel), 청정수소 연료와 청정 공급원료, 바이오 연료, 바이오 공급원료, 원자력, CSP, 지열 등이 있다. 이 중 일부 기술은 초기 배출량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기에 실행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나, 다른 기술들은 아직 연구개발 및 시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CUS는 장기적으로 가장 많은 탄소배출 저감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다른 탈탄소 기술과 전략을 통해 달성할 수 없는 최종 탄소감축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효율, LCFFES, 전기화 등은 CCUS보다 빠르게 보급될 수 있고, 탄소 다배출 산업의 탄소배출량을 40%까지 감축할 수 있지만, 이 수단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다. 5대 산업의 탈탄소화 로드맵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은 5대 업종에서 2015년 대비 2030년 29%, 2040년 58%, 2050년 87%(이산화탄소 4억 톤)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경로를 제시했다. 2030년은 에너지 효율 향상이 주요 탄소감축 수단이며, 이후 전기화, LCFFES(Low-Carbon Fuels, Feedstocks, and Energy Sources, 저탄소 연료·원료·에너지원 활용) 및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탄소의 포집·활용·저장 기술)를 통한 감축 비중이 증가하고, 2050년에는 CCUS를 통해 거의 40% 이상의 탄소감축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5대 산업의 탈탄소화 달성을 위한 주요 권고사항 철 강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탄소 및 무탄소 연료 전환, 전기화를 통해 배출량의 2/3 이상을 감축할 수 있으며 수소 기반 철 생산, 철광석 전기분해 공정, CCUS 등의 혁신적 기술을 위해 적극적인 RD&D 및 보급이 필요하다. 화 학 탈탄소화 핵심수단을 사용해 원료나 연료의 탈탄소화가 가능하며 전기화학 공정의 개선을 위해 전기분해장치의 효율 제고가 필요하다. 통합 화학설비 구축을 위해 다양한 공정의 효율성 및 스마트 제조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식음료 산업공정열의 전기화(특히 오븐·튀김기), 보일러, 증발 및 저온살균 공정에 대한 RD&D가 필요하다. 식음료 유통기한 연장과 재활용으로 상당한 양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므로 관련 기술 연구지원이 요구된다. 정 유 정유 공정 관련 RD&D가 정제부문의 배출량 감축에 가장 비용효과적이며, 액체탄화수소 연료 생산을 통해 탄소집약도가 낮은 신(新)정유공정을 개발하고 수송·화학 공정에서 탈탄소화를 달성할 수 있다. 시멘트 CCUS를 통해 2050년까지 약 65%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으며, CCUS 및 혁신적 화학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RD&D, 시범사업, 기술보급 촉진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대한 상시·전문적 분석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급망 분석 전문기관으로, 2022년 2월 9일 출범했다. 정부부처, 무역관, 업종별 협회 및 주요 기업 등으로부터 수집된 주요 산업 관련 국내외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정부·민간의 대응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를 주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지구촌 연구소
남미의 EU, 메르코수르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은 1991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4개국의 합의로 탄생했다. 베네수엘라는 2012년 가입했지만, 2016년부터 회원국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볼리비아·칠레·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은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볼리비아가 회원국 자격을 얻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 이승호 전북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경제통합을 향한 부푼 꿈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유사한 역사와 문화, 언어, 정치·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역내 경제통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역내외를 아우르는 경제위기, 미주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패권 다툼, 역내 국가 간 통상마찰 등 복잡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남미 사회의 주요 행위자가 공동시장 성격을 가지고 있는 유럽공동체의 발전과 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체인 유럽연합(EU)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역내에서는 경제통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메르코수르 회원국인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의 국토를 모두 합치면 한반도의 약 67배에 달하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 달러 수준인데, 이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스페인어가 공식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인구, 경제규모, 국제사회에서 갖는 위치로 인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메르코수르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브라질 인구가 약 2억1,000만 명이고 명목 GDP도 1조6,000억 달러가량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의 인구는 약 4,500만 명이고 명목 GDP가 4,800억 달러에 달한다. 1인당 명목 GDP는 우루과이가 가장 높고, 파라과이가 가장 낮다. 우루과이는 1만7,300달러이고, 아르헨티나가 1만600달러, 브라질이 7,500달러, 파라과이가 5,800달러 수준이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무역과 경제현황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무역은 2002년 205억 달러에서 2011년 1,080억 달러로 5배가량 증가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1년에는 82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무역이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중남미 18개국과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56%, 2011년 63%, 2021년 60%를 기록했다. 여전히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무역이 경제공동체 안에서 60% 이상 이루어진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회원국 간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가 존재하며 일정 부분 지역 공급망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태평양동맹 회원국의 무역은 회원국 사이에서 32% 정도만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중 경제문제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아르헨티나다. 외화부족, 외채, 재정악화,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 201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4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브라질의 경우 거시경제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여파로 빈곤 인구가 급증했다. 재정 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최근 출범한 룰라 정부는 빈곤 감소를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안정을 희생할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강화 속에서 전략지역으로 주목 미·중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가시적인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고, 탈세계화와 경제·외교 블록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각국의 광물 및 식량 확보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중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광물자원과 식량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많은 국가로부터 전략지역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10%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광물인 리튬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로,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17%, 전 세계 철 매장량의 약 19%가 매장돼 있다. 무역·통상 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은 숙제 무역·통상 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은 메르코수르가 더 높은 수준으로 통합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메르코수르에 대한 접근법이 국가마다 다르고, 같은 국가라 할지라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제공동체 활용법에 대한 관점도 달라져 일관성 있는 경제통합 추진이 어렵다. 다자주의 무역에 대한 입장, 회원국 간 개방 수준에 대한 입장, 대외관세에 대한 입장, 개별 국가의 독립적 무역·통상 정책 보장에 대한 입장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지난 보우소나루 정부 시절 대외공동관세 인하를 주장했고, 개별 국가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역시 가능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올해 출범한 룰라 정부는 2019년 타결되고 비준만을 남긴 EU·메르코수르 TA가 새로이 협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정부는 대외공동관세 인하와 개별 국가의 FTA 추진에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루과이의 포우 정부는 개별 국가의 FTA 추진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양자 FTA에 대한 타당성 조사까지 했다. 우리나라와 메르코수르 국제 무역·통상 환경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탄력성 있는 공급망 확보와 무역다변화를 위해 메르코수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TA) 협상을 개시했고, 2021년 제7차 협상까지 마쳤다. 다만 메르코수르가 EU와 체결한 TA도 1999년 협상이 시작돼 2019년 체결됐음을 상기하면,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상은 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메르코수르에 44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53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2011년 우리가 메르코수르에 약 133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약 75억 달러어치를 수입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위축된 수치다. 우리나라의 중남미 18개국에 대한 수출·수입액에서 메르코수르로 향하는 수출·수입액의 비율 역시 2011년 38%, 40%에서 2020년 26%, 27%로 줄었다. 메르코수르와의 조속한 무역협정 타결로 양측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림으로 보는 세계화의 역사
1851년 런던 세계박람회 수정궁 안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된 그림 한 점을 보자. 언뜻 온실처럼 보인다. 철골 구조가 떠받치는 궁륭형 유리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온실에 어울리는 큰 나무 한 그루와 분수대도 보인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꽃과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직물과 카펫, 샹들리에, 그림과 조각, 도자기 같은 것들이다. 크리놀린 버팀대로 한껏 부풀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과 운두 높은 실크해트를 쓴 남성들, 그들 사이로는 청나라 복장을 한 남성도 보인다. 도대체 무슨 광경일까? 글 문소영 <그림 속 경제학>의 저자 The Great Exhibition of Industry of All Nations. 최초의 세계박람회인 1851년 영국 런던 세계박람회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박람회 기념 석판화 세트 중 한 장이다. 이 그림은 최초의 국제 박람회인 1851년 영국 런던 세계박람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The Great Exhibition of Industry of All Nations’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한말부터 일본식 번역으로 ‘런던 만국박람회’로 불리다가 요즘은 ‘런던 세계박람회’ 혹은 ‘런던 대박람회,’ ‘런던 엑스포’ 등으로 불리고 있다. 박람회 자체의 원조는 프랑스였다. 예술작품과 그 밖에 진귀한 물건들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장에 공업적 발명품을 추가하고 여러 볼거리와 이벤트를 곁들여서 축제처럼 만든 산업박람회를 18세기부터 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도 19세기부터 이것을 본받은 국내 산업박람회를 열어오고 있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계 최대의 공업국으로 성장한 영국은 이제 그 힘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동시에 외국의 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를 국제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박람회의 규모는 엄청났다. 런던 하이드파크에 세워진 ‘수정궁(Crystal Palace)’은 길이가 동서로 564m에 달했다. 서쪽은 영국, 동쪽은 타국의 전시로 구성됐고 새로운 화학 재료와 기계 발명품, 염직·금속·유리·도자기 공업 등의 산물, 예술작품 등을 선보였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그림에 나오는 것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이었던 분수인데, 조각작품과 왕실 초상화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근처로 인도, 중국, 스위스 등의 전시장이 보인다. 현대성의 본격적인 발현 그림이 묘사하는 박람회 모습도 흥미롭지만 그림의 정체도 흥미롭다. 박람회 기념 석판화 세트 중 한 장인 것이다. 요즘도 엑스포가 열리면 엑스포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기념엽서 세트가 기념품숍에서 팔리는 것처럼, 당시에 런던박람회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기념 석판화 세트를 낸 것이다. 무려 170여 년 전에 이런 ‘현대적인’ 비즈니스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 그림 한 점으로도 1851년 런던 세계박람회가 현대성의 본격적인 발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51년 런던 세계박람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현대인에게는 익숙하지만 그전에는 없었던 것들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현대의 시작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건이었다. 박람회를 위해 새롭게 세워진 수정궁부터 그랬다. 유리와 철골 등 건축 재료 면에서도 혁신적이었지만, 원래 하이드파크에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그 나무를 둘러싸고 건축물을 세우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면에서도 그랬다. 이것은 국가의 힘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미래 산업과 문명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런던 세계박람회의 여파는 엄청났다. 무려 640만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를 찾았고 다른 서구 열강들도 경쟁적으로 세계박람회를 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4년 후인 1855년에 파리 세계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를 연 뒤 1867년에 다시 열었으며, 영국도 1862년에 런던 세계박람회를 다시 열었다. 또한 1873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빈에 세계박람회를 열였고 미국은 1876년에 필라델피아 박람회로 열강들의 세계박람회 열풍에 합류했다. 1867년 파리 세계박람회는 파빌리온 방식이 도입돼 참가국들은 자국의 전통을 드러내는 전시관 건축에 힘을 썼다.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 필라델피아 박람회에서는 무려 167개의 파빌리온이 건설되기도 했다. 한국은 구한말인 1893년 조선으로서 미국 시카고 박람회에 참가함으로써 박람회에 처음 진출했다. 그리고 189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파리 세계박람회는 그때 세워진 에펠타워로 잘 알려져 있다. 서구 열강의 우월주의, 제국주의 합리화 등 세계박람회 역사의 이면에는 빛 못지않게 어둠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박람회는 발명과 혁신의 의욕을 고취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것도 사실이고 빛과 어둠 모두가 전 지구적 현대성을 형성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박람회기구 (BIE; The 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협약 제1조 “박람회라 함은 명칭에 관계없이 일반 대중의 계몽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를 말한다. 박람회에서는 문명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전시할 수 있고, 또한 특정 분야 또는 제반 분야에서 인류의 노력으로 성취된 발전상을 전시하거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 유리와 철골로 세워진 ‘수정궁(Crystal Palace)’은 길이가 동서로 564m에 달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보다 길었다.

어서 와 통상법은 처음이지?
독일 공급망 실사법, ESG 없이는 기업도 없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권, 노동, 환경 등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편으로 기업의 활동과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존중을 기업의 자발성에 의존했으나, 최근에는 인권보호 등을 위해 기업에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그 준수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도 인권존중·환경보호와 관련된 기업 실사 의무를 규정한 포괄적 규범이다. 글 강준하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독일 공급망 실사법 공식명칭 LkSG(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 시  행 2023년 1월 1일 적용대상 2023년 직원 3,000명 이상 기업 2024년 직원 1,000명 이상 기업 특  징 •기업 실사에 대한 명확한 요구사항 최초 포함 •전체 공급망에 대한 책임 •인권보호 강화, 사람/환경 유해물질 사용 규제 과 징 금 최대 800만 유로 또는 연간 글로벌 평균 매출의 최대 2%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는 책임경영을 규율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1976년 채택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2011년 6월 유엔(UN) 인권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을 채택했는데, 여기에도 ‘인권 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 실사 의무를 규정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은 인권존중·환경보호와 관련된 기업 실사 의무를 규정한 포괄적 규범이다. 이 법에 따라 기업은 인권침해와 특정 유형의 환경악화 위험을 식별, 방지 및 최소화하기 위해 효과적인 위험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 이 법은 기업의 자체 운영뿐 아니라 공급망에서도 인권보호 및 환경보호에 필요한 예방조치 및 개선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고충처리 절차 수립과 정기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의무 부과는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기업에 우선 적용되고(독일 지사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3,000명 이상인 외국계 기업에도 적용), 2024년부터는 1,000명 이상 기업에도 적용된다.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위험으로는 강제노동, 아동노동, 차별, 결사의 자유 침해, 비윤리적 고용, 안전하지 않은 작업환경, 환경악화 등이 포함된다. 기업은 이러한 위험을 식별하고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요약한 연례 보고서를 공표해야 한다. 공급망 실사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최대 800만 유로 또는 연간 글로벌 평균 매출액의 2%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되고, 최대 3년간 독일에서 공공계약을 수주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 실사 제도 표준화 EU 회원국 전체로 확대 노력 중 독일에 앞서 시행된 프랑스 실사의무법(Loi de Vigilance 2017), 네덜란드 아동노동실사법(Wet Zorgplicht Kinderarbeid 2019) 등도 인권보호를 위해 기업에게 실사 의무를 부여한 국내 입법들이다. EU는 기업 실사 제도를 표준화하고 기업 실사 의무를 EU의 모든 회원국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을 만드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지침이 채택될 경우 EU의 모든 회원국은 지침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국내법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2021년 3월 10일, 유럽의회는 기업 실사 및 책임에 대한 지침 초안 결의안을 채택하고 집행위원회에 인권과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입법안 제안을 요청했다. 이에 2022년 2월 23일 EU 집행위원회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초안을 제시했다. 이 초안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와 요건이 포함돼 있다. 지침안에 따르면 적용 대상 기업은 향후 해당 기업 및 공급망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제노동, 아동노동, 유해폐기물 수출입 등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예방 및 교정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러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EU 이사회는 2022년 12월 1일 집행위원회 지침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EU의 입법 절차에 따라 올해 EU 이사회-유럽의회-EU 집행위원회 간 3자 협상을 통해 최종 지침이 확정될 전망이다. 인권 및 환경 보호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강제하기 위한 각국의 입법활동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시행으로 독일에 작업장을 가지고 있거나 공급망으로 연결된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인권침해 및 환경오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예방적 조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EU의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이 확정되면 공급망 실사 의무를 도입하는 EU 회원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EU 기업과 거래하고 있거나 EU 지역에 진출할 의사가 있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공급망 실사 관련 내부지침을 만들어 계열사 및 공급망 참여업체와 공유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 제도와 관련해 불의의 타격을 받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인권 실사 (Human Rights Due Diligence) 책임 있는 기업이 사업수행 과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도입해야 하는 위험관리 절차를 말한다. 기업은 해당 기업의 규모, 사업형태, 사업분야 등을 안해 그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제거·방지·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출로 파이팅
첨단기술의 집약체 ‘스마트팜’ 미래 농업 이끈다

기후변화와 병해충의 증가, 농업인구의 고령화, 도시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등 농업위기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작물의 생육을 제어하는 스마트농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 김광균 기자  사진 박충렬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 연평균 9.8% 성장 기후위기, 국가 간 분쟁, 농작물 생산량 저하 등에 따른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농업 분야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업혁신 바람이 매서운 배경이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애그리테크(agritech)는 농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그중 스마트팜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반에 접목해 자동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지능화된 시설농장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을 측정·분석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138억 달러(18조780억 원)에서 2025년 220억 달러(28조8,200억 원)로 연평균 9.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2억4,000만 달러(3,144억 원)에서 4억9,000만 달러(6,419억 원)로 연평균 15.5%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스마트팜 확산 바람… 기업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농업 성장을 위해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지난 2018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스마트팜 확산방안’에 포함된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 등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농촌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북 김제, 경북 상주, 전남 고흥, 경남 밀양 등 전국 4개소에 거점을 두고 예비 청년농 교육, 임대형 스마트팜 지원, 스마트팜 기술 연구 및 실증 지원 등의 역할에 매진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내 스마트팜 기업이 ICT와 농업을 융합해 해외 스마트농업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업계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스마트팜 수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지난 1월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참가한 국내 스마트팜 기업들이 현지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출 유망국에 시범 온실 조성과 전문인력 지원 확대, 스마트팜 수출자금 신규 공급,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투자유치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첨단 반밀폐형 스마트 온실로 K-스마트팜 선도 우듬지팜 우듬지팜은 2011년 설립된 농업법인으로 첨단 온실 스마트팜 시설을 운영하며 설탕보다 200~300배 단 스테비아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망고처럼 단맛이 나는 토마토’라는 뜻의 ‘토망고’ 브랜드를 앞세워 1차 식품인 토마토의 재배부터 유통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6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우듬지팜은 올 초 한·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우듬지팜 기업 개요스마트팜 비닐온실 및 반밀폐 유리온실 활용 토마토 재배·판매 혁신 포인트·과일 단맛 강화 특허기술 기반 스테비아 토마토 브랜드 ‘토망고’ 론칭 ·국내 최초 한국형 반밀폐 스마트 온실 통해 연중 생산 및 균일 품질 유지로 고객 신뢰도 향상 해외 진출UAE, 쿠웨이트 등 수출 타진 스마트팜 작물로 토마토를 선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토마토는 스마트팜에 최적화된 작물입니다. 토마토는 온도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15~28℃에서 자라는 만큼 재배 과정에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듭니다. 또 한번 심으면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죠. 스마트팜을 구축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초창기에는 지원대책이 많지 않아 자력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2017년 들어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로 자금을 지원받아 비닐철골 스마트팜 시설을 짓게 되면서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수출전문 ‘스마트팜 온실 신축 공모사업’에 지원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반밀폐 유리온실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우듬지팜이 스마트팜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요? 선진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 기존 기술에 접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술을 받아들이되 우리의 기후와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작물에 대한 이해도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술을 접목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UAE에서 큰 성과를 내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해외 시장조사를 하다가 현지 생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객단가 소구력이 높은 중동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사전 테스트 반응이 뜨거워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후 UAE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게 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UAE 현지에 스마트팜을 설치·운영하고 식품 가공공장을 구축하는 것으로 총 1,080만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일단 상반기 중 현지 합작회사를 만들어 부지를 확보하고 하반기에 식품 가공공장을 완성해 현지 생산·유통에 나설 계획입니다. 스마트팜 구축은 내년 하반기에 진행합니다. 우듬지팜의 핵심기술인 반밀폐형 스마트 온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사계절 재배 가능한 반밀폐 유리온실이 우듬지팜의 대표기술입니다. 핵심은 온·습도 조절입니다. ICT 자동환경 제어시스템으로 온·습도와 이산화탄소(CO₂), 내부 풍향 조절이 가능하고 공기열 히트펌프로 냉·난방이 가능한 공조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밀폐형이어서 외부의 오염된 공기나 병해충의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상 직업 탐구
수출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해외인증 전문가

CE, FCC, EAC 등은 각각 유럽·미국·러시아 규격에 따른 시험을 마친 제품에 부착하는 인증마크다. 외국에 가지 않아도 국내 해외인증 전문가가 발행해주고 있다. 제품이 안전한지,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유해하진 않은지 등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보증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해외사업센터에서 해외인증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최준호 선임연구원을 만나 해외인증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박충렬 통요즘은 수출입 시 인증 취득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해외인증 전문가의 역할도 그만큼 커질 것 같은데요, 해외인증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십시오. 최제품의 안전에 대한 규제만 있었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제품 에너지 효율 및 유해물질 규제 등 다양한 규제가 생겨나는 만큼 인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해외인증 전문가는 국내외 인증 동향, 규제 분석을 하고 기업과 규제국 사이에서 인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현재 규제되고 있는 인증, 앞으로 규제될 인증에 대해서 파악하고 제품이 안전한지,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유해하진 않은지 등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보증해주는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통인증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현재 선임연구원님이 몸담고 계신 KTC는 어떤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소개해주십시오. 최KTC는 전기전자 및 화학제품, 계량계측 제품, 기계류 등에 대해 시험분석, 인증, 검사, 승인, 교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합성평가를 위해 기술·연구 개발 표준화 사업, 해외인증 취득 및 컨설팅 서비스 등의 업무도 수행 중입니다. 국내 안전인증인 KC 인증, KS 인증, 해외서비스의 경우 해외 각 지역의 해당국가 인증서를 획득할 수 있는 인증업무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국제 통용되는 CB 인증, 유럽 CE 인증을 비롯해 국제수준에 맞는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저는 우리나라 혹은 해외의 기업이 중동지역에 제품을 수출할 때 필요한 안전인증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중동 걸프지역 통합인증인 GCC 인증이 있는데 KTC가 GCC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GCC 인증서를 발행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통정부에서 해외인증지원단 설치 및 인증 지원 품목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의 의미를 알려주십시오. 최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인증을 해주는 기관이 여럿 있고 기관마다 지원사업이 산재해 있다 보니 정보도 제각각이라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애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 해외인증지원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해외인증지원단이 구축되면 수출기업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인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면 어떤 인증이 필요한지, 어디서 받으면 되는지 담당자 연락처까지 제공할 예정입니다. 통기업이 해외인증을 획득하려면 글로벌 산업동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데 이와 관련해 어떤 지원을 제공합니까? 최수출기업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증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해서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고 서비스하는 것도 해외인증 전문가가 할 일입니다.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고 분야가 넓어지는 만큼 직업적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직업에 맞는 인재상은? 풍부한 탐구심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인재 수출기업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증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해서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고 서비스하는 것도 해외인증 전문가가 할 일입니다.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고 분야가 넓어지는 만큼 직업적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직무를 위해 필요한 능력 해외인증 업무를 위해서 어학은 필수다. 해외인증 전문가 대부분이 현장에서 시험분석, 검사 등의 업무를 거친 후 인증 업무를 담당한다. 대략 10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고 시험·분석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이공계 전공자에게 유리하다.

FTA가 궁금하면 톡톡
한·아세안 FTA 상호대응세율 적용품목은 RCEP을 확인하자

중소기업 A사는 그동안 베트남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한·아세안 FTA 원산지증명서(Form AK)를 발행했으며 최근 태국의 B사와 수출계약을 진행 중이다. 2022년 2월 1일 우리나라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발효했지만 A사는 한·아세안 FTA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까? 이번 호에서는 한·아세안 FTA 상호대응세율 적용품목을 중심으로 한·아세안 FTA 수출 활용에서의 유의사항, 한·아세안 FTA와 RCEP 특혜관세율 비교, RCEP 활용방법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아세안 FTA의 상호대응세율 제도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가 발효한 FTA 중 유일하게 ‘상호대응세율(Reciprocal Tariff Rate Treatment)’ 제도를 두고 있다. 상호대응세율이란 한·아세안 FTA 부속서2 제7항에 따라 각 체약국은 협정 부록으로 고관세를 유지하는 민감품목(sensitive track)을 지정하고, 상대국은 상호대응세율을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민감품목으로 지정한 품목은 태국이 해당 품목을 일반품목(normal track)으로 양허했더라도 일반품목의 양허세율이 아닌 상호대응세율을 부과할 수 있다. 한·아세안 FTA 하에서 우리나라는 샴푸를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5%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태국에서는 샴푸를 한·아세안 FTA 일반품목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한·아세안 원산지증명서(Form AK)를 발행한 샴푸에 대해 한·아세안 FTA 일반품목 관세율 0%가 아닌 상호대응 관세율 5%를 적용한다. ※한·아세안 FTA 민감품목으로 지정된 국가에서 수입 시 일반품목 관세율 적용 불가. 상호대응 관세율 적용 (참고사항) 우리나라는 샴푸에 대해 HS 3305.10-0000호에 품목분류하고 실행관세율(MFN) 5%를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FTA 협정세율에 대부분 0% 또는 5% 이하로 인하된 관세율을 적용하지만, 한·아세안 FTA에서는 민감품목으로 지정하고 한·아세안 FTA 협정관세율 5%를 부과한다. RCEP과 한·아세안 FTA 비교 후 유리한 협정 활용 한·아세안 FTA는 우리나라가 아세안 10개국과, RCEP은 한·중·일 3국,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맺은 다자간 협정이다. 두 FTA는 국가별로 FTA 특혜관세율을 다르게 적용한다. 한·아세안 FTA는 상호대응세율 적용, 기관발급 원산지증명 등을 운영하며, RCEP은 기관발급 원산지증명과 함께 인증수출자에 의한 자율발급 원산지증명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태국은 한·아세안 FTA와 RCEP을 발효했는데 둘 중에서 어떤 FTA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당연히 수출자(A사) 입장에서도 FTA 특혜관세율이 낮은 FTA를 활용하는 것이 태국 수입자의 FTA 특혜관세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수출계약에서 유리한 입장이 된다. 다만, 특혜관세율이 낮더라도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FTA는 활용할 수 없다. 한·아세안 FTA와 RCEP 비교 예를 들어 태국으로 수출하는 A사가 생산한 샴푸가 두 협정의 원산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면 관세율이 낮은 FTA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 수출자(A사)가 태국으로 샴푸를 수출하는 경우 태국 수입자(B사)가 한·아세안 FTA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하면 관세율 5%를 적용하고, RCEP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하면 RCEP 특혜관세율 0%를 적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수출자(A사)는 RCEP 원산지증명서를 태국 수입자(B사)에게 발급해주어야 한다. 상호대응세율 적용품목 수출 시 유의사항 RCEP보다 한·아세안 FTA가 유리한경우 우리나라 민감품목일 때는 수출상대국에서 상호대응세율을 적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호대응세율 적용품목은 우리 수출자가 수출상대국 수입자와 관세율 코드 등 수입신고 방법을 확인해서 정확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통관지연 등 애로 발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태국에서 상호대응세율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한국의 민감품목으로 샴푸와 린스를 꼽을 수 있다. 태국에서는 실무상 수입신고 방법에 대한 착오로 한·아세안 FTA 원산지 증명서(Form AK)를 구비하고도 5%의 상호대응세율을 적용하지 못하고 실행관세율(MFN)인 20% 관세를 적용받는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 태국 바이어와 수출단가 재협상, 거래물량 축소나 거래 중단 등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FTA 특강
FTA 원산지 결정기준 ①기본원칙

수출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FTA에서 정한 여러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절차가 필요하고 원산지가 한국산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때 수출물품의 원산지가 한국산인지 판정하는 기준이 ‘원산지 결정기준’이다. 이번 호에서는 수출기업이 FTA를 활용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원산지 결정기준의 체계와 기본원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글 임은주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기업지원1팀장 1 원산지 결정기준의 필요성 오늘날 대부분의 수출입물품은 원재료 조달부터 제조과정까지 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나라에서 좋은 원재료를 구입해서 보다 좋은 조건의 국가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VC)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원산지가 어디인지 판정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각 FTA 협정문에는 원산지 결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명확한 원산지 판정기준을 제시함으로써 FTA 회원국 간 통상분쟁 예방과 함께 ‘원산지 세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2 FTA 원산지 결정기준 체계 FTA별로 규정의 표현방법 등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FTA 원산지 결정기준은 일반기준과 품목별 기준이 있다. 일반기준은 기본원칙과 분야별 특례로 구분되며, 기본원칙에는 완전생산기준·역내가공원칙·충분가공원칙이 있고, 분야별 특례에서는 누적기준·최소기준·중간재·대체가능물품·간접재료·세트물품·부속품·예비부품·공구·포장·용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품목별 기준으로는 세번변경기준·부가가치기준·가공공정기준·조합기준·선택기준이 있으며, 기본원칙의 완전생산기준과 함께 FTA 협정문의 부속서에서 품목별 원산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원산지 결정기준 기본원칙 ❶ 완전생산기준 FTA 회원국 내에서 채집이나 포획, 수확 등을 통해 완전하게 획득 또는 생산해야 원산지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완전생산기준은 원산지 결정의 가장 기본원칙이지만 이 원칙만 적용하게 되면 원산지 상품 인정범위가 너무 좁아지므로 품목별 기준과 분야별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FTA마다 완전생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유럽연합(EU) FTA는 ①당사국 영역의 토양 또는 해저로부터 추출된 광물성 제품 ②당사국 내에서 재배되고 수확된 식물성 제품 ③당사국 내에서 출생되고 사육된 살아 있는 동물 등 11가지를 완전생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❷ 역내가공원칙 물품의 생산-제조-가공 등이 FTA 회원국 내에서 중단 없이 수행돼야 하며, 일부라도 역외에서 이루어진다면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우리 수출기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FTA마다 공단 내 역외가공의 허용(역내가공원칙의 예외) 여부를 다르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❸ 충분가공원칙 역외산 재료로 물품을 생산할 경우에 충분한 공정을 거쳐야만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충분가공원칙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다수 FTA에서는 ‘불인정공정’ 규정을 두고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충분가공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한·중 FTA는 ①완전한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단순한 조립 또는 제품의 부품으로의 분해 ②과일, 견과류 및 채소에 대한 탈피, 씨 제거 및 탈각 ③동물의 도살 등 19가지를 불인정공정으로 정한다. 4 직접운송원칙 FTA는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에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체약국 간에 서로 부여한다. 그러므로 원산지결정기준의 기본원칙과 함께 직접운송원칙을 FTA 협정문에 규정하고 있다. 직접운송원칙은 다른 국가나 지역의 경유 없이 FTA 체약국 간에 직접 운송되어야 원산지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운송 과정에서 원산지 물품이 비원산지 물품과 섞이거나 뒤바뀌는 것을 막기 위한 기준이다. 실무상 직접운송원칙 문제는 제3국을 경유하거나 환적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EU FTA는 단일 탁송화물에 대해 제3국에서 환적 또는 일시적으로 경유되는 경우 하역·재선적·상품보존을 위해 필요한 공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운송서류 내지 경유국 세관의 증명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기업이 FTA를 검토하는 중요한 이유는 FTA 원산지증명서(C/O) 발급에 있다. FTA C/O 발급에 있어 원산지 결정기준의 기본원칙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더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품목별 기준이므로 다음 호에서는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FTA 활용정보 참고 홈페이지 ■ 산업통상자원부 FTA강국, KOREA (www.fta.go.kr) ■ 관세청 FTA 포털 홈페이지 (www.customs.go.kr/ftaportalkor/main.do) ■ 무역협회 트레이드내비 (www.tradenavi.com) ※ 품목분류 활용정보 참고 홈페이지 ■ 관세청 관세법령정보포털 홈페이지(https://unipass.customs.go.kr/clip/index.do)   ▷ 세계HS ■ 한국무역통계진흥원 HS CODE 내비게이션(www.bandtrass.or.kr/hsnavi.do)

ESG 포럼
국제통상의 새로운 기준, ESG

우리 기업들은 국제통상질서의 큰 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제통상의 새로운 글로벌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녹색경제로의 전환 등과 더불어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때다. 글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센터장   사진 한경DB 지난해 6월 22일 네덜란드-독일 국경에서 네덜란드 농부들이 네덜란드 정부가 발표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기업은 유럽 등에서 도입하려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때문에 걱정이다. 탄소비용 부담으로 경쟁력을 잃을까 염려하고 있다. B기업은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이다. 독일,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공급망 인권 실사가 의무화돼 거래처로부터 인권 실사를 요구받고 있다. 인권경영 체계를 수립하지 못하면 공급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C기업은 국제거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이다. 규모가 작아 내부에 통상팀이 없고, ESG 경영의 도입도 미루고 있다. ESG가 새로운 통상장벽이 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고민이 많다. 이는 새로운 통상질서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다. ESG 의제의 통상체제 편입 과거의 통상질서는 관세를 내리거나 폐지하고 국가 간 장벽을 낮춰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ESG는 통상질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1994년 ‘무역과 환경위원회’를 구성해 다자무역체제와 환경보호의 조화를 모색했고, 2001년 도하개발어젠다를 출범시켜 환경문제를 공식 의제로 삼았지만 환경, 지속가능성을 무역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았다. 논의만 무성할 뿐 결실이 없었다. 자유무역의 가치가 우선한 시기여서 지속가능성을 무역 기준으로 삼는 국제적 합의는 어려웠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WTO 안에서 2020년 ‘무역과 환경 지속가능성에 관한 회의’ 및 ‘플라스틱 오염방지 비공식대화’가 발족했다. 이번에는 관련 기준이 수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은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노동을 비롯한 ESG 의제를 포함시키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2020년 7월 발효했는데, 여기에는 강력한 환경 및 노동 챕터가 들어갔다. EU의 경우 2010년 체결한 한·EU FTA에 지속가능발전 챕터를 포함시킨 이래, 주요국과의 FTA에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ESG 규제 강화와 통상 문제화 EU, 미국 등은 강화된 ESG 기준을 법규화하고 있다. 그중에는 국제 거래 및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다. 먼저 환경 분야의 여러 법규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대표적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어느 국가가 온실가스 규제를 통해 자국 상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고 있을 때 거래 상대방도 상응하는 탄소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EU는 2023년부터 과도적 시행(보고의무만 부과)을, 2026년부터 본격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나아가 EU는 2021년 ‘Fit for 55’라는 환경 관련 입법 패키지를 시작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다양하고 방대한 입법안이다. 에코디자인 규정 및 탈플라스틱 법규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도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만 보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이라는 명분 아래 기후변화 대응, 녹색에너지 전환 등 환경 목적의 규범들이 포함돼 있다. 사회 영역의 규제도 국제거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망 실사법이다. 공급망에 대한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는 이 법은 국제거래의 상대방에게 인권 실사를 요구한다. 인권위험이 중대한 경우 거래중단도 가능하다. 노동과 통상의 연계도 일반화되고 있다. 나아가 무역과 성평등 이슈도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역위원회에서는 무역에서의 성별 격차 해소에 관해 논의했다. 영국과 일본, 영국과 뉴질랜드 사이에 체결된 FTA에는 ‘무역에서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지배구조 개선도 오래된 통상 이슈의 하나다. OECD 뇌물방지협약으로 대표되는 부패라운드는 국제거래의 부패관행을 퇴치하려는 국제규범이다. 1999년에 채택된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가운데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제기한 규범이다. ESG 정보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국제 거래 및 무역에서의 ESG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미국 등은 강화된 ESG 기준을 법규화하고 있는데 국제거래 및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많다. ESG 통상은 새로운 기회 국내 기업은 이제 다양한 통상규제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통상조약 및 각국의 ESG 규제가 국제 거래 또는 무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통상 컴플라이언스’를 구축해 공급망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ESG가 해외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SG 경영을 도입할 경우 중국, 인도 등에 편중돼 있던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국제거래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엔진”이라고 표현한다.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최근 지속 가능한 무역과 무역금융에 관한 규정을 제안했다. 바야흐로 ‘지속가능 무역’의 시대가 오고 있다.

통상의 세계 돋보기
글로벌 지정학·지경학 변화 속 인도의 부상

국제사회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뒤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새로운 인도·태평양 시대의 중심축은 인도다.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 국제정치이론가인 오르갠스키(A. F. Organski) 교수는 1960년대에 이미 중국의 부상을 예견했으며, 미래에는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것이라고 암시한 바 있다.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특별 전략적 동반자’인 인도와의 관계를 전략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핵심 파트너 관계로 재정립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 이니셔티브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글 조원득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  사진 한경D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에 이어 국제질서 불안정을 가중시킬 또 하나의 뇌관이 되었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서방 대(對) 러시아·중국 구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인도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을 포함한 다수의 서방국가는 인도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외교적 조치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인도는 국방 협력의 오랜 파트너인 러시아(구 소련)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자제하고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등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안보협의체 참여, 서방과의 경제·안보 강화 등 독립 이래 가장 친서방 행보를 보이는 인도의 소극적 입장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미국 등 인도의 주요 파트너들은 이 같은 인도의 입장과 외교적 행보를 우려하지만, 오히려 중국 견제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첨단기술, 백신 등 많은 영역에서 인도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인도와 더욱 밀착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의 전략 구상 내 인도의 입지와 가치 증가 우선 미국의 전략 구상에서 차지하는 인도의 입지와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과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잘 반영돼 있다. 미국은 인도의 부상과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서 인도의 리더십이 쿼드를 이끄는 중요한 힘으로 본다. 따라서, 중국의 공세에 대한 인도의 견제 능력이 향상되도록 주요 국방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회복 문제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의 정책 우선순위로 급부상하고 있어 인도가 이른바 ‘피크 차이나(Peak China)’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지난 1월 인도와 우주·국방 분야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반도체, 5세대 이동통신(5G) 등 첨단 및 신흥 기술의 공동 개발과 생산을 위한 ‘첨단기술 분야 파트너십(iCET; 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핵심첨단기술구상)’을 출범했다. 글로벌 경제 컨설팅사들은 인도가 10년 내로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낮은 제조업 비중(15.6%)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호주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가 발표한 ‘2023 아시아 국력 지수(API)’에서 인도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 4위의 국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인도 디아스포라의 영향력이다. 인도 디아스포라가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은 2020년 831억 달러로 중국의 595억 달러를 넘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한 언론 매체가 보도한 바 있다. 인도 시사주간지 인디아투데이(India Today)도 약 200명 이상의 인도계가 미국과 영국을 포함, 15개국서 정계 지도층에 진출해 있으며 그중 60명 이상이 정부 내각을 구성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도했다. 실례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을 포함한 인도계 정치인이 세계 주요국의 정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등 인도계 CEO들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정재계에서 맹활약하는 인도계가 미래 자산이 될 것이다. 글로벌 어젠다 주도 노력 인도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협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인도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주도국 역할을 보여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미·중 전략경쟁과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강대국 주도의 국제질서 변화에 종속되기보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인도는 120여 개발도상국을 초청해 일명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 2023년 회의(Voice of Global South Summit 2023)’를 개최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초강대국 경쟁 속에서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강조했다. 강대국에 이끌려가기보다 국제사회 다수를 차지하는 제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반영한 국제질서 구축을 주도하는 선도국을 자처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노스(선진국)와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를 잇는 글로벌 연대의 교량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인도의 야심찬 전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중립적이고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미국 등 쿼드 국가와 유럽 국가의 대응에서 보듯이 중국 견제에 인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방 주요국들은 인도가 러시아와 국방 협력을 즉각적으로 축소하게끔 압력을 가하기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서방 쪽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미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인도의 대러 무기 의존도를 줄여 인도·러시아 간 전략적 제휴를 약화시키기 위해 인도와의 국방·방산·기술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질서 변화를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도가 넘어야 할 당면 과제가 여전히 많다. 인도가 현재로서는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무기 수입을 완전히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인프라 수준과 낮은 제조업 비중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축을 담당하기에는 아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인도와의 포괄적 전략 협력에 전향적 자세 필요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지난 몇 년 사이 인도와의 전략 협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인도 유력 싱크탱크 옵서버 연구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이 실시한 2021년과 2022년 여론조사를 보면, 글로벌 차원이나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도 한국은 인도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여 인도와의 전략적 비전과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에 대해 인도 내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참에 인도와 전략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인도에 대해 전향적·미래지향적 자세 변화를 가져야 한다. 지정학적·지경학적 변화, 미·중 패권경쟁, 글로벌 경제 및 산업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지속 가능하게 번영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서 인도와의 협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먼저, 남아시아와 인도양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인도를 한국의 지역 협력 확대를 위한 거점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인도는 남아시아를 넘어 인도양, 서아시아, 유럽 등의 주요국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자협의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과 다른 지역 국가 간 협력 확대를 위한 교량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의 손익 계산을 떠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인도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등 한국의 핵심 협력 파트너들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인도와의 협력을 확대·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인도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한국은 인도와 전략 협력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첨단기술, 글로벌 공급망 회복, 디지털 경제 등 경제안보 분야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 인도와의 협력을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도와 양자·소다자·다자 차원의 중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경제-안보의 유기적 선순환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경제, 기술 등의 분야가 안보화되는 추세에서 보듯이, 국제질서에 대한 전략적 비전과 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으면 국가 간 경제 및 기술 협력 역시 원활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최근 유사 입장국 간 경제·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프렌드쇼어링 현상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인도와 외교·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 첨단 기술, 공급망 등의 분야에서 공동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키는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IPEF 참여국 14개국 장관(급)과 함께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 장관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한국형 인도· 태평양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인도와의 전략적 비전과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요약하기
국가 간 경제블록화 현주소

미국과 유럽은 산업 보호를 위한 자국 중심주의 정책과 차별적 규제를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이 속에서 미국의 해외투자 유치 정책, 중국의 시장개방이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국가 간 경제블록화 경향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둔화되겠으나 중국 리오프닝, 미국·유럽의 경기연착륙 기대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2 확산되는 보호무역 기조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규정 위반으로 판정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안보 문제”라며 수용을 정면 거부했다. 유럽연합(EU)도 ‘기후변화’를 명분 삼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새로운 무역장벽을 추진 중이다. 미·유럽의 보호무역 조치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3 탈세계화와 경제블록화 중국의 부상, 브렉시트, 코로나19, 러·우 사태 등을 겪으며 ‘싸고 쉬운’ 글로벌 공급망 대신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세계화는 약화되고 국가 간 경제블록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4 통상 10대 과제 정부는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해 지난 2월 13일 개최된 ‘2023년 제1차 통상 산업포럼’에서 통상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자국 우선주의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 대응과 신흥경제권으로 통상 네트워크를 넓히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함께 풀기
중국 리오프닝에 쏠리는 시선, 한국 기업에 안갯속 기회 될까?

코로나 봉쇄 완화, 경기부양 조치 등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글로벌 경기진작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반면 중국의 소비 확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대중무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가 현 경제상황에서 어떤 대응전략을 취해야 할지 전문가 대담을 통해 들어봤다. 진행 이태규 학생  정리 김광균 기자  촬영 박충렬 주제질문 중국의 리오프닝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하는가. 이태규(2021년 산업부 통상정책 토론대회 금상 수상자) 경제안보 측면에서 한국은 전략물자의 수입처 다변화를 추구하며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 하지만 단기간에 이를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 다양한 국가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자체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 중국 경제가 심각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 한·중 간 기술격차가 줄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오고 있는데 중국의 급속한 기술발전을 경계하며 기술자산 축적에 나서야 한다. 박기순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중국이 올해 대대적인 경기부양과 함께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급격한 정책 전환에 나서게 된 배경과 정치·외교적 함의는 무엇인가. 이동규 연구위원 중국 정부는 전 세계가 방역을 완화했을 때에도 자국 내 정치적 요인과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수단의 부재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일 전격적으로 방역조치를 해제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 11월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의 근거가 됐던 경제적 성과는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팬데믹과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부진했고, 중국 국민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 확산을 방지하고 시진핑 집권 3기를 안정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 전격적으로 방역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느낀 측면도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은 매우 확대됐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미국이 동맹국이나 협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대외적으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은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여파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다. 위축된 중국 경제가 급격한 태세 전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나.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은 어떠하며, 리오프닝으로 어느 정도의 반등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기순 상임고문 정치·경제적 배경이 있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끝난 뒤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겠다던 중국 정부가 하루아침에 위드 코로나로 선회한 것은 ‘백지 시위’의 영향이다. 정치적 리스크와 더불어 소비 부진, 공급 애로, 전망 불투명이라는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함에 따라 사람들의 대외활동이 어려워지고 물류까지 봉쇄되면서 내수에 큰 타격을 입었고 세계 경기 침체와 맞물려 악조건에 직면하게 됐다. 심지어 우리 부품 업체들이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되면서 한국으로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바람에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는 현상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조치의 전환은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1/4분기 내로 코로나가 완화된다면 소비가 살아나고 공급망도 정상화 수순을 밟아갈 것이다. 내수가 살아나면 중국에 대한 각국의 수출도 활성화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5% 정도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동안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정책 추진으로 각국의 불신이 많이 쌓인 만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라는 요인이 잠재적 리스크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정책 전환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이동규 연구위원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세계 각국은 중국에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를 요구해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으로 각국의 반응에 온도차가 있다. 이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우선시하는 국가와 방역을 우선시하는 국가 간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우선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대중 관광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의 리오프닝을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초 중국 단체 관광객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태국 부총리는 공항에 나가 관광객들에게 화환을 걸어주고 비자도 전자 비자로 대체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음성확인서 제출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강하게 대응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맞대응을 했는데 유독 한국에 대해 강한 보복조치를 한 것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과의 관계를 미·중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나 싶고, 앞으로 한·중 양국이 협력관계로 온전히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도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거나 제재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기순 상임고문 각국의 반응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미국은 대중 수출에 대한 기대가 약하다. 미·중 간 첨단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리는 등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을 막아놓고 있다. 수출에 대한 기대보다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영국의 경우 중국의 리오프닝이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는 듯하고 프랑스는 중국의 급진적인 정책 변화에 따른 신뢰도 저하 문제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중국은 ‘안정 최우선·안정 속 성장’을 경제기조로 안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내수 활성화로 5%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이동규 연구위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함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벌써 지난 1월 중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상승하면서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내부에는 여러 리스크가 존재한다. 중국의 경기침체는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 요인의 영향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이 컸다. 방역 정책은 완화했지만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 중국 정부가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조정과 같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시진핑 3기 체제가 되면서 중국의 경제체제 리스크도 커졌다고 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동안 ‘쌍순환’ 전략과 함께 ‘공동부유’를 강조해왔는데 이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영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민영 기업에 간섭하는 반시장적 경향이 나타나면 중국에서의 자본 이탈, 서구 국가 혹은 기업들과의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1월 알리바바 계열 금융회사 앤트그룹 설립자 마윈이 회사 경영권을 포기한다고 발표했고, 미·중 간 기술경쟁으로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국외 상장이 중단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단기적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리오프닝이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원자재 사용 급증에 따른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이 같은 전망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박기순 상임고문 중국의 정책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점이 정말 우리 경제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인지를 짚어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만큼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결국 5%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요금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들어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데 중국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초반이고 3% 이내로 통제하려는 목표 달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문제인데 지난해 중반 10%대를 넘었다가 최근 1%대로 떨어지면서 안정화됐다. 당시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탓이고 지금은 그런 요인들이 어느 정도 수습된 상태이기 때문에 또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조금 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경제안보와 통상전략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경제적 실익과 외교적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가. 이동규 연구위원 한·중 수교 이후 한·중 경제협력이 강화되며 많은 성과를 창출해왔지만 현재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제안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 경제안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에 대한 인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집권 이후 한·미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을 통해 대중 정책 방향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협력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협력, 규범 등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일 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태도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중국발 입국자 제한 조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앞으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를 모색하려는 한국에 대해 중국이 회유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국가들과의 경제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며 중국의 압박에 대한 공감대를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중 갈등이 첨예화됨에 따라 국내 정치적 요인의 영향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정책 수립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협력국과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미국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우리의 자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와 관련한 구조적 원인은 무엇이며, 중국 경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박기순 상임고문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8,000억 달러 정도 되는데 그중 대중무역 흑자 규모가 90%에 이른다. 중국 성장의 덕을 크게 본 셈이다. 문제는 흑자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중무역 흑자 규모가 12억 달러에 그쳤고 하반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한·중 간 기술격차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발전으로 중국 기업들이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흑자 품목 수가 줄고 적자 품목이 늘고 있다. 기술이 있어야 시장 접근이 가능한데 중국에 기술을 따라잡히면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은 더 이상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없다. 미·중 첨단기술 경쟁이 없었다면 첨단기술마저 따라잡혔을 것이다. 미국의 견제로 그 시기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에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있어서 첨단기술 분야에서 시간을 조금 벌었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이 준 시간적 여유를 흘려보내지 말고 기술자산 축적에 힘써야 한다. 또한 여전히 우리 기업들은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적시에 필요한 만큼 부품을 조달해 생산하는 방식)’을 중시해왔는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시대의 변화 흐름 속에서 ‘저스트 인 케이스(just in case·유사시에 대비해 재고를 늘리는 방식)’ 전략과 더불어 양 측면을 다 고려해야 한다. 핵심포인트 정리 중국이 고강도 방역정책을 완화하게 된 배경은? 핵심포인트 지난해 11월 24일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건을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졌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시진핑 3기 체제를 안정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방역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은? 핵심포인트 지난해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5% 내외로 제시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제로 코로나 정책 영향으로 3%에 그쳤다.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8%포인트 올린 5.2%로 제시했으며, 골드만삭스(5.5%), 모건스탠리(5.7%) 등 주요 투자은행(IB) 역시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했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기대와 우려는? 핵심포인트 그동안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확대되고 투자와 생산이 회복되면서 글로벌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급격한 소비 확대를 불러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켜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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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중시하는 새로운 통상질서

국제통상 환경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경쟁으로 심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 및 고착화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에는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 탈세계화 및 국제경제질서의 진영화 등의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논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연대를 강조하면서 차별주의적 통상조치 등으로 국제교역과 공급망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며 글로벌 통상환경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글 이효영 국립외교원 부교수  사진 한경DB 2022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의회 내 약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과 산업보조금 지원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통상정책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보조금 지원, 공급망 재편, 수출통제 다자화 등은 중국의 기술추격과 경제적 부상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서 알 수 있듯이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자국 산업에 필요하다면 차별주의적인 통상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의 기술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신설은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의 역외(extraterritorial) 적용 또는 ‘다자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다자규범력의 약화도 전망된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트럼프 전대통령의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에 규정 위반 판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나섰다. WTO 판정에 대한 미국의 불복행위가 추후 WTO 체제와 다자규범력의 약화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기존 다자무역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 차원의 ‘경제안보’를 위한 신통상질서의 구축을 위해 IPEF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미국, 공급망 재편과 산업보조금 지원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강화 2022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이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은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역점 사업인 탄소중립 및 친환경 정책은 그동안 공화당이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정책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미 의회 내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중국 견제 및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들은 오히려 더욱 강한 추진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보조금 지원, 공급망 재편, 수출통제 다자화, 통상과 환경 및 통상과 노동·인권 문제의 연계 등은 중국의 기술 탈취 및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행위를 통한 중국의 기술추격과 경제적 부상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수단들이 비단 중국만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자국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차별주의적인 통상조치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보조금의 지원이 미국의 국내 제조업의 생산능력 제고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국내산 우대요건(LCR; Local Content Requirement)’을 적용해 미국산 제품과 소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보조금 지급의 요건으로서 규정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 제정 및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1) 이다. 이 외에도 최근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기술추격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및 첨단컴퓨팅 품목 및 기술에 대한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수출통제목록(CCL; Commerce Control List)의 개정을 통해 고성능 컴퓨터 칩과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품목과 기술을 통제대상으로 확대했고, 고성능 컴퓨팅 및 슈퍼컴퓨터에 대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2)을 신설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중국의 특정기업(화웨이)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조치를 적용했지만, 이번 미국의 수출통제는 중국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FDPR의 확대 적용을 통해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의 역외(extraterritorial) 적용 또는 ‘다자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우려된다. 중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 기업 중 일부에 대해서는 1년의 유예기간이 확보돼 단기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한국 동참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Inflation Reduction Act) 미국 또는 북미 지역 내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도록 보조금 지급요건을 한정해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 해외직접생산품규칙 (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특정 국가에 반입을 금지하는 제도다. 중국으로 직접 수출되거나 중국 내 위치한 생산시설에서의 사용을 위해 수출되는 대상품목에 수출허가의 취득을 의무화했다. WTO 체제와 다자규범력의 약화 심화 전망 최근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제232조에 의거해 ‘국가안보’ 목적으로 도입했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 조치와 관련해 WTO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에 제소된 다수의 분쟁 건에 대한 판정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은 예상대로 GATT협정 제21조의 ‘안보예외(security exceptions)’ 조항을 원용해 수입산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인상 조치에 대해 정당성을 입증하려 했으며, 특히 글로벌 차원의 철강과 알루미늄의 공급과잉 문제가 안보예외 규정의 적용 요건 중 하나인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기타 비상사태(other emergency in international relations)”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패널은 미국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관세 조치가 WTO 규범3)에 합치하지 않으므로 이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은 패널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를 현존하지 않는 WTO 상소기구에 항소하면서 이번 WTO 패널 판정 결과는 결국 채택되지 못하고 구속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WTO 회원국들은 국가 간 통상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WTO 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중국은 이번 WTO 분쟁 판정 결과에 힘입어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WTO 분쟁해결기구에 제소했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도입되고 있는 여러 보호무역주의적 통상조치에 대해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다자무역규범과의 불합치성을 보여주기 위해 WTO 분쟁해결기구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WTO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WTO 판정에 대한 미국의 불복행위가 추후 WTO 체제와 다자규범력의 약화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3) WTO의 미 ‘철강·알루미늄 관세’ 규정 위반 판정 2018년 미국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국가 안보상 긴급 무역 제재를 허용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 위반 판정을 내렸으나 미국은 관세 폐지를 거부했다. (※232조 조치는 미국 대통령이 특정 수입품에 대해 수입량을 제한하고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조치다.) ‘경제안보’ 명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 현재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간 패권경쟁이 일정 부분 해소되지 않는 이상 향후 국제통상 환경은 한동안 주요국의 ‘경제안보’ 논리가 우선시되며 보호무역주의적 통상정책이 확산되는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국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첨단기술 및 전략적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주요국 간 상호 경쟁적으로 추진되며 상대적인 우위 확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동맹·우방국 불문하고 무역·투자 상대국에 대한 차별적인 ‘자국 우선주의’ 통상조치를 도입하며 국내산업의 보호와 역량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도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방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이를 공급망 참여의 레버리지(leverage)로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이 미국의 차별적인 통상조치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새로운 입법화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사전협의 채널을 적극 가동해 사전에 상호간 이해관계가 조율되도록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공급망 참여를 위해서는 높은 환경기준의 충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친환경 제조기술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방식 도입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지역 차원의 국제통상질서의 구축을 위한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 강대국 주도의 ‘경제안보’ 논리에 경도되지 않도록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를 초래하지 않도록 제조업의 국산화보다는 기존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통상정책을 도입하도록 국제적 논의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대외개방형 경제를 갖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무역과 공급망 활동의 주체인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국제통상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주도하에 오늘날의 국제통상 환경은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다자무역체제는 상이한 경제체제를 지닌 일부 회원국들이 불공정한 무역 행위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적실성(relevance)과 정당성(legitimacy)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이를 방치한 결과 현 WTO 체제의 규범력 약화를 초래했으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4) 등 기존 다자무역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가 아닌 아시아 지역 차원의 ‘경제안보’를 위한 신통상질서의 구축을 목적으로 IPEF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경제, 환경, 경제정책 등 오늘날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 수요를 반영하며 보다 적실성 있는 국제통상체제의 구축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경제주체인 기업들에게 더욱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제통상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4)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2022년 5월 23일, 미국 주도로 출범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협력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부각된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를 핵심 의제로 다루는 경제통상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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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통상환경 변화,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 생활뿐 아니라 통상환경에도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국가 간 장벽이 높아지며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됐고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됐던 국가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시동을 걸며 통상환경이 또 다른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격변하는 통상환경을 둘러싼 궁금증을 살펴보자. 언제부터 변화가 시작됐나요? 최근의 무역환경 변화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무역장벽을 쌓는 ‘탈세계화’ 성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변화의 조짐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 대국 미국도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양적·질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면서 서방국가들의 경계가 강화됐고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급망 위기 속에서 국가마다 기초재와 중간재, 완제품까지 공급망 사슬 전반을 스스로 갖추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누가 통상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나요? 최근의 통상환경 변화의 이면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 간 신냉전 체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수면 위로 떠오른 신냉전 기류는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공고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우 사태가 단순히 지역 분쟁이 아닌 통상과 에너지 안보를 아우르는 이념 대결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에 유가 상한제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러시아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해 중국, 인도 등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영 간 연대를 강화하고 있나요?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을 외국과의 경쟁에서 보호하고 진영 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차별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같은 진영 국가 간 동맹을 맺는 방식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상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칩4(Chip4) 등 경제 동맹 및 협력체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럽도 수출 제품에 제품생산 시 발생한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오는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철강 등 6개 품목 수출기업에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를 지도록 할 방침입니다. 중국은 이미 자국 브랜드가 중심이 된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탑재하거나 중국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합니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요? 통상환경의 변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IRA 실행으로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의 경우 미국 현지에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이 가동하기 전까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다행히 우리 정부와 기업이 기민하게 대응한 덕분에 지난해 말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지침에서 리스나 렌터카 형태로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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