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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 원전산업

Overview
국가의 핵심전략산업,
원전의 가치와 역할
우리는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으로 원전 25기를 운영하고 있다. 설비용량 24.65기가와트(GW), 2022년 이용률 82%로 국내 전력생산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3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킬로와트시(kWh)당 전력생산 단가는 원자력 60원, 석탄 80원, 액화천연가스(LNG)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kWh당 약 110원에 공급한다. 값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통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고 보조금을 줄 수 있는 여유를 만들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 한경DB
지난해 12월 14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국회, 정부, 지자체, 한국수력원자력, 지역주민 등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식'이 개최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석탄 발전의 가격은 150원/kWh, LNG 발전의 가격은 230원/kWh 수준으로 올랐다. 이 같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연료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고 우라늄 연료를 18개월 이상 비축하기 때문에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공급 안정성에 이어 중요한 기여는 가격이다.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토대는 원가절감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산업 경쟁력은 에너지 가격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산업의 축은 값싼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로 이동한다. 전 세계가 태양광 패널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이유는 중국의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용 전력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원전가동을 전면 중단한 일본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장을 한국으로 옮긴 것도 같은 이유다. 원전가동 중단으로 매년 3조 엔(28조9,734억 원)의 적자를 경험한 일본이 결국 원전 안전규제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에 대해 선별적으로 재가동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높아서는 무엇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원전산업의 매출은 26조 원이며 관련 종사자는 3만5,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값싼 전력을 향유하는 것은 전 국민,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산업이다.

연관산업과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산업

원전산업의 또 다른 가치는 연관산업에 주는 영향이다. 원전산업에 종사하는 원자력 전공자는 10% 미만이다. 대부분은 기계공학·화학공학·전기공학 전공자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건설, 토목, 중공업 등이 직접적으로 유관한 산업이다. 1970년대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당시에 우리나라 건설업계에는 품질보증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그러나 원전건설 현장에서 외국계 건설사를 도우며 일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건설산업도 발전하게 됐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는 원전 주기기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에도 공급하는 등 세계의 공장이 됐다. 최근 세계적으로 80여 종의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개발사는 앞다투어 두산에너빌리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확실한 공장을 확보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산에너빌리티도 한국중공업 시절 원전기기를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키웠다.
원전산업은 그 자체만의 산업이 아니라 연관산업과 동반성장하는 구조다. 따라서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타 산업이 함께 성장했다. 이에는 물론 한전이 국산화를 지원하면서 관련 산업을 지원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역으로 탈원전 정책하에서 고통받은 것도 결국 원전산업보다는 창원의 연관산업단지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국격기술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원전의 국내건설 및 해외수출을 통해 관련산업 전반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2009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했고 이후 적기건설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UAE에 수출한 원전 4기는 건설로 20조 원, 운영과 정비, 부품공급 등으로 60년간 80조 원의 수출을 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소나타 400만 대 또는 휴대폰 8,000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똘똘한 수출상품이었던 것이다. 원전수출은 돈을 벌어들인 것 이상의 국가적 위상 제고에도 기여했다. 흔히 원자력과 우주기술을 국격(國格) 기술이라고 한다. 설령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수출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한국 등이었으며 현재는 우리나라의 원전수출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에너지 위기를 경험했고 그간 값싼 러시아산 가스와 석탄 등에 지나치게 의존했음을 자각하게 됐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발전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하게 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규모를 확대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알게 됐다. 결국 안정성·경제성·환경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원자력 발전임을 자각하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원전수출로 이어질 것이고 동반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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