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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공동체(EAC)
지난해 결성된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Mineral Security Partnership) 장관급 회의에 광물보유국 자격으로 탄자니아와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참석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를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 생산하고 우간다와 탄자니아는 금이 풍부하다. 특히 탄자니아는 희토류 공급자로서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자원부국을 회원국으로 보유한 동아프리카공동체(EAC; East African Community)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한선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부연구위원

아프리카의 첫 번째 지역 경제공동체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로 단합해야 한다는 ‘범아프리카주의(Pan Africanism)’를 공유한다. 이러한 신념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통합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2002년 정치 통합을 위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을 설립했고, 이와 더불어 경제적 통합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경제공동체(AEC; African Economic Community) 결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한 징검다리 과정으로 우선 지역마다 지역 경제공동체(RECs; Regional Economic Communities)를 설립하는 작업이 선행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67년 아프리카 최초의 지역 경제공동체인 동아프리카공동체(EAC)가 설립됐으며 더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을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공동체  

EAC 시장은 2억8,300만 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시장으로 아프리카 지역 경제공동체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최근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EAC 내 무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경제 규모가 4번째로 큰 케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EAC 무역 규모는 2021년 기준 수출 26조 원, 수입 59조 원으로 교역 규모가 전년 대비 20% 증가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AC의 주요 수출품은 주로 1차 상품으로 커피, 차, 원예 상품 등 농업가공품이며, 최근에는 금, 다이아몬드 등 광물 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섬유, 화학, 식용유, 화장품, 의약품 등 제조품의 수출 비중은 여전히 낮지만 수출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EAC의 역내 무역 비중은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다음으로 높은 11.2%를 기록해 회원국 간 무역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가치사슬(Regional Value Chain)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경제공동체 중 하나인 EAC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과 EAC의 경제협력 현황  

세계 주요국은 아프리카 여러 지역 경제공동체와 통상협정을 맺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 및 지역 경제공동체들과 포괄적인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무역투자프레임워크(TIFA; Trade and Investment Framework Agreement)를 마련하고 8개의 개별 국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WAEMU; West Afric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Common Market for Eastern and Southern Africa), 서아프리카제국 경제공동체(ECOWAS; 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와 협정을 체결했고, 2008년 EAC와도 협정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무역관계 강화를 위해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 공동체(ACP; African, Caribbean, Pacific)와 경제동반자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추진해왔고, 현재까지 아프리카 14개국에서 협정이 이행되고 있다. 르완다·탄자니아·우간다는 EU의 개발도상국 경제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무기를 제외한 모든(EBA; Everything But Arms) 상품에 대한 무관세 특혜조치’와 미국의 대(對)아프리카 특혜관세제도인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의 혜택을 받고 있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 풍부

EAC는 귀금속, 금속, 산업광물, 농산물 등 다양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이 생산되고 있고,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는 금이 총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탄자니아에서는 희토류 생산이 시작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희토류 공급자로서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관세동맹을 넘어 공동시장 출범

EAC는 경제통합을 비교적 잘 진행해왔고 ECOWAS, SADC와 같은 역내 다른 지역 경제공동체보다 경제 통합의 속도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AC는 이제 관세동맹을 넘어 아프리카 지역 경제공동체 중 유일하게 공동시장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고, 다음 단계로 단일통화 구축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회원국 간 정치적·경제적 갈등이 EAC 통합을 방해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과 EAC 교역 규모는 빠르게 확대 중

EAC는 한국의 대아프리카 경제정책에서 중요도가 높다. 서부 아프리카나 남부 아프리카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한국은 과거부터 케냐, 탄자니아 등과 경제 및 인적 교류를 증진해왔다.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5번째로 한국과 교역이 많은 나라이고, 한국의 대기업과 상사 계열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탄자니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두 번째로 많이 지원받는 국가이고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가 새롭게 발견되는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한국과 EAC의 교역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한 2022년 8월 ‘한·EAC 경제협력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한·EAC 파트너십 세미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등 인적 교류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에 아프리카 진출의 관문 역할

2022년 콩고민주공화국의 가입으로 동아프리카에서 중부 아프리카까지 EAC의 지리적 영역이 확대됐다. 또한 앙골라·에티오피아·소말리아가 EAC 가입을 고려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어 향후 EAC가 더 많은 국가와 인구를 포괄하는 거대한 지역 경제공동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EAC와의 교역 증가가 곧바로 EAC 역외 국가와의 교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및 핵심광물자원 공급망 안정을 위해 파트너를 다변화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무역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하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아프리카는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유망한 파트너다. 아프리카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은 아프리카의 관문이 될 수 있는 EAC 시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EAC의 주요국인 케냐·탄자니아와의 무역 활성화 및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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