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 2021년 5월 발표
•2023년 1월 12일 발효
•2023년 7월 직권조사 관련 규정 시행
•2023년 10월 사전신고 제도 시행
EU 역외 기업이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할 경우 사전신고와 집행위원회 직권조사를 시행해 시장왜곡 여부 심사
허위자료 제출 기업에 매출액의 1% 이내 과징금, 미신고 기업에 매출액의 10% 이내의 과징금 부과, 기업결합 및 계약체결 금지 등 강력한 제재
EU ‘보조금 규정(State aid rules)’은 ‘EU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에 포함된 경쟁법의 일부로서, EU 회원국들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자국 내 사업(undertakings)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EU집행위원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쟁법 차원에서 지역투자 보조금(regional investment aid) 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도 EU 경쟁총국이 심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등 역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은 역외기업은 기업결합 등을 통해 EU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국가보조금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EU 역내 기업이 역외 기업에 비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비판과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즉 역외보조금으로 인해 역외 기업이 EU 역내 기업을 보다 쉽게 인수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EU 역내시장 내에서 경쟁 왜곡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공백(regulatory gap)’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EU집행위원회가 2021년 5월에 발표한 ‘EU 역외보조금 규정’ 법안은 올해 1월 12일 발효됐고, 오는 7월부터 직권조사 관련 규정, 10월부터 사전신고 제도가 시행된다. 동 법에 따라 EU에 속하지 않는 국가의 기업이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 및 ‘경쟁 왜곡’으로 간주된다. 구체적으로 매출, 역외보조금 수혜 규모, 조달가액 등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신고와 집행위 직권조사를 시행해 시장왜곡 여부를 심사한다. 만약 동 규정이 정의하는 바와 같이 ‘재정적 기여’와 ‘혜택’, ‘특정성’을 모두 충족하는 역외보조금이 존재할 경우 EU 집행시장 왜곡 여부 및 왜곡 효과에 대한 심사를 통해 기업결합 금지 또는 공공조달 계약체결 금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나아가 동 규정에 따르면 EU는 허위자료 제출 기업에 매출액의 1% 이내의 과징금, 미신고 기업에 매출액의 10%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결합 및 계약체결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국가보조금의 상품무역에 대한 시장왜곡 효과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 상계조치를 위해 상쇄할 수 있겠지만, 기업결합이나 공공조달 입찰과 같이 EU 역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EU 역내 기업 간 경쟁은 외국인 투자 환경 및 서비스 무역 자유화와 관련된다. 기업결합이나 공공조달 프로젝트 참여는 대표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행위에 해당하며, 이러한 상업적 주재(commercial presence)를 통한 서비스 공급은 WTO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상 ‘모드(Mode) 3’에 해당한다. 사실 EU 역외보조금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역외보조금을 공여받은 외국인투자자가 EU 회원국 내에서 국가보조금을 공여받는 EU 투자자보다 더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될 우려도 있다.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 및 서비스 무역과 관련해 국가보조금에 대한 보편적 규범이 부재한 가운데, EU가 경쟁법을 이유로 선제적으로 도입한 ‘외국인 투자 및 서비스 무역에서의 보조금 상계조치’가 향후 국제규범 논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U 역외보조금 규정은 기본적으로는 외국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 EU 기업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동 규정이 역외국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 규정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기업에 제공하는 모든 재정적 지원을 사실상 보조금으로 보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이 EU 내 기업의 M&A에 투자하거나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 시 제출해야 하는 절차와 서류가 증가함에 따라 EU 시장 진출에 부담으로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역외보조금 사전신고 양식에 따라 자금원천, 거래가치, 기업가치 산정방법 등 민감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EU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기밀 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기업들이 제공해야 하는 정보가 과도해 행정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으며, ‘중요하지 않거나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정보’의 제공 의무 면제 조치가 이행법에 이미 포함돼 있긴 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기업별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