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창 교수
기후기술 개발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 삶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미국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했다. 명칭과 달리 청정에너지 및 기후대응 투자법이라 할 수 있는 법안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일본은 ‘통합혁신전략 2019’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 근거해 2020년 1월 ‘혁신적 환경 이노베이션 전략’을 수립했다. 에너지·환경 분야의 39개 민관 기술 연구개발에 10년간 30조 엔(약 296조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2050년까지 혁신적 기술 확립을 목표로 5개 분야 16개 기술을 선정해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기후기술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앞에서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학계 등이 기후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큰 틀에서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테슬라(전기차)나 비욘드미트(대체육), 인디고 애그리컬처(미생물 비료) 등은 기업가치 1조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기후기술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민희 센터장
우선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촉진법’은 기후변화 대응기술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국내 최초의 법으로 2021년 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기술은 온실가스 감축기술과 기후변화 적응기술로 나뉘며 기술별 정의는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 흐름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그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후 2021년 3월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 ‘탄소중립 연구개발 투자전략’이 발표됐다. 이는 기술혁신을 탄소중립 실천 과정의 여러 리스크와 비용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삼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1년 11월에는 탄소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과 에너지 부문의 탄소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기술개발 이외에 중장기적인 에너지시스템 구조 개편,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취지로 2021년 12월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비전과 전략’,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해 반도체, 이차전지, 모빌리티 등과 관련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새정부 산업기술 혁신전략’과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해 튼튼한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추진하는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견인할 기술혁신을 우선적으로 고민했으며, 탄소배출량이 많은 에너지 및 산업 부문의 구조를 화석연료 기반에서 저탄소·탈탄소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민희 센터장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일찌감치 탄소중립 이행에 착수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2050 탄소중립 달성까지 기한도 촉박하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산업부문이 가장 높고 그중에서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4대 업종이 산업부문 배출량의 72%인 1억9,0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철강산업은 2030년까지 단기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기술을 개발해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제철소로 탈바꿈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도 단기적으로 설비효율을 높이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대체원료를 사용하거나 전기로로 전환하는 등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시멘트산업은 기존 석회석을 대체하는 비탄산염 원료를 개발하고 친환경 열원을 사용하는 등 단계적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많지 않지만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인 불소화합물을 사용한다. 단기적으로는 탄소저감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가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개발사업’ 추진을 통해 이들 산업에 대한 탄소저감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2050년까지 약 1억2,000만 톤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도창 교수
우리나라의 기후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조금 뒤처져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화학·철강·시멘트·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부문에 2030년까지 9,352억 원을 투자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이 기후기술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탄소중립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기존 산업 분야에서도 탄소저감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창 교수
탄소저감 기술을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을 꼽자면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줄여서 ‘OECD’로 표현할 수 있겠다. 우선 최적화(Optimize)를 통해 스케일업이 가능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기술은 전기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공급(Electrify)이 중요해질 것 같다. 또한 탄소저감을 위한 탄소포집(Capture) 기술과 궁극적으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탄소 전환을 통해 탈탄소화(Decarbonize)를 이루는 기술이 중요하다. 시장을 살펴보면 그러한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 많지는 않은데 캐나다의 콘크리트 기술 회사 카본큐어(CarbonCure)의 경우 시멘트 제조 공정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상용화해 탄소저감 인증을 받고 사업하고 있다. 또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다이렉트 에어 캡처(direct air capture)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탄소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탄소세가 오르기 전까지는 이러한 기술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가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초기 기술을 시장까지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기술 이전과 사업화 촉진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민희 센터장
기술 기반의 혁신을 실현하려면 악마의 강, 죽음의 계곡, 다윈의 바다 등 R&D에서 사업화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존재한다. 악마의 강이란 연구 단계에서 제품화를 위한 개발 단계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말한다. 수요가 없는 연구는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타깃이 분명한 제품을 구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죽음의 계곡은 개발 단계와 사업화 단계 사이의 장벽으로 상품 판매로 이윤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인재확보 등이 요구된다. 다윈의 바다는 사업화 단계와 산업화 단계 사이의 장벽으로 사업 측면의 경쟁 우위를 통해 경쟁업체와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 세 단계로 분류되며 단계별로 발생 가능한 난제들을 고려한 전략적 추진이 필요하다. 민관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의 수출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 주도와 성과 중심의 산업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정책방향은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장기적인 목표이므로 기업과 정부의 시각이 다소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기초원천 R&D에 대해서는 단기 성과 중심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민희 센터장
탄소중립은 탄소배출을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기후기술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 분야라기보다 에너지 기술, 환경 기술과 같이 기존 기술 분야들과 교집합이 큰 기술 분야다. 기후기술 산업은 산업별 탄소배출 감축방안, 탄소중립 사회에서의 성장성 등의 관점에서 세 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첫 번째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 등과 같이 탄소중립 신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산업군이 있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을 기회로 삼아 고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탄소중립 이전에는 없던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과 같은 신산업이다. 이러한 산업들을 고려해 총론에서는 큰 틀의 방향성을 가지고 가되 각론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정책을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기후기술은 감축과 적응이라는 양대 축으로 구성되나 감축기술에 많은 관심과 집중이 쏠려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범지구적 흐름이자 뉴노멀인 만큼 기후변화 리스크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 적응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후 예측과 감시 등 기후변화 적응 산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도창 교수
탄소중립은 파기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점, 탄소배출과 포집을 포함한 ‘넷제로(net zero·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중립이라고도 함)’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 기본전제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온실가스를 8%씩 감축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목표다. 생산을 줄이거나 탄소배출을 줄이는 ‘절약’의 방법으로는 접근하기 어렵고 전 세계적인 컨센서스도 그런 쪽에 맞춰져 있지 않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탄소를 포집·전환해 제거하는 기술이고, 두 번째는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다 정확한 기후기술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서는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리파이너리(refinery) 공정에 비중을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