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의 주체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앞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교토의정서는 미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선진국에만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감축하는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선진국이 참여를 거부하거나 탈퇴했고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 등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교토의정서 만료인 2020년을 앞두고 2015년에 열린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95개 당사국 모두에 감축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도록 해 기후문제를 지구 모두의 문제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파리협정 이후의 시대는 새로운 기후체제, 즉 신기후체제에 들어섰다고 평가받습니다.
신기후체제에서는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사회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산화탄소의 양을 최대한 줄이면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술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나라들은 탄소중립 목표연도가 도래하기 전, 2030년 감축 목표치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2030 NDC는 탄소중립의 중간 성적표 개념의 목표입니다. 한국과 미국, EU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탄소배출이 많은 중국은 2060년까지, 인도는 207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기후기술’이라고 부릅니다. 기후기술은 직접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이미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 지속할 수 있는 생산과 소비 방식으로의 전환 등을 아우릅니다. 대표적인 기술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입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육지와 바다 깊은 곳에 저장하는 것으로, 현재 상업 운전 중인 프로젝트가 27개에 달할 정도로 상용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연료, 화학물질, 건축자재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CCU 기술은 경제성이 부족해 상용화 수준까지 이르진 못했습니다. 이 외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기존 원전의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여 안전성을 확보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의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후기술의 대표적인 예시로 손꼽힙니다.
신기후체제에서 기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민간이 모두 나서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더 나아가서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 중인 기후기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시설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융자지원 사업을 펼치며 올해에만 1,470억 원을 투입합니다. 낮은 이자율로 최대 10년간 500억 원 한도 내에서 탄소중립 투자에 대한 융자금 혹은 이차보전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또 공기 중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기술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R&D에 올해에만 500억여 원 투자하고 SMR의 경우 R&D와 제조시설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액공제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전력 소모가 적은 제품 등 친환경 혁신 기후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 사회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개인들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후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