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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후체제와 기후기술 경쟁
최근 경험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병과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되는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차원의 과학기술력 결집이 절실하다. 파리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개발도상국까지 확대됨에 따라 국가 안팎으로 관련된 법과 규제가 신설되면서 이를 달성할 기술 확보는 모든 국가에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후기술 시장에서 기술 확보는 선진국에게는 기술패권 시대에서의 국제적 영향력과 리더십 확보의 수단이, 개발도상국에게는 경제발전의 기회가 됐다.
이상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녹색기술연구소 소장  사진 한경DB

기후위기 대응, 지구온난화 억제는 국제적 협력과 공동 대응이 절실한 분야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은 감축(mitigation) 기술과 적응(adaptation) 기술로 분류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정의되는 감축기술에 많은 투자가 진행됐다. 2015년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결정해 제출토록 함으로써 감축·적응 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졌으나 점차 감축과 적응 두 분야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고려하는 기술개발 패러다임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최근 이런 통합적 접근 방법의 적용에 따라 에너지+기후+환경을 통합적 시각에서 고려하는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의 주목적이 기후위기의 효과적 대응이라는 국제적 명분 확보와 함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만들어 자국 산업 보호라는 실리 확보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기후기술은 기후위기 문제 해결과 동시에 한 국가의 경제발전의 항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확보해야 할 필수기술 분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재난피해 정도는 대응 정도에 따라 나라마다 상이하다. 탄소 감축효과 역시 나라의 경제 수준, 사회적 의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를 반영해 기후기술 확보 시 나라마다 해당 국가의 상황을 반영한 최적가용기술(BAT; Best Available Technology) 확보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적 영향력과 리더십 확보의 수단이자 경제발전의 기회

기후변화에서 과학기술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 체결된 이래로 전 세계 공동 기후위기 난제 해결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인식돼왔다. ‘기후기술’의 정의가 모호하던 당시에도 국가 간 과학기술에 대한 협력이 강조됐기에 협약 이후 관련 기술의 정보 교류에서 시작해 ‘감축’과 ‘적응’1)을 위해 어떠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또 어떠한 기술이 국가 간 이전 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세계 각국은 2016년부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자발적으로 설정한 이래로 5년마다 더 상향된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받고 있다.
‘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과 같은 자발적 캠페인에서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2)까지 국가 안팎으로 관련된 법과 규제가 신설됨에 따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의 확보는 모든 국가에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8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이 중 104개국이 2041년부터 2050년 사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과 2070년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국가도 2020년 12월 당시 7개국에 지나지 않았지만 2022년 6월 기준 16개국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 9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탄소중립 이행을 법제화했다.

1) 감축기술, 적응기술
2021년 4월 20일 제정된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에 따르면 기후기술이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온실가스 감축기술로는 크게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 온실가스 저배출 원료 생산·운송 기술, 에너지 효율화 기술,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이 있다. 온실가스 적응기술로는 기후변화를 감시하고 예측하는 기술, 기후변화 취약성 및 영향평가 기술, 기후탄력성 강화 기술,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나 기술효과 분석 기술 등이 있다.
2)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배출량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EU)의 입법들, 즉 “Fit for 55 package”의 일부로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 Emissions Trading System)와 연계된 규제를 말한다.

세계 주요국의 기후기술 경쟁력 확보 위한 전략 짜기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계획 수립과 이행을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협정 체결 당사국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목표로서 제출한 NDC와 함께 파리협정3) 제2조 1항, 4조 19항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의 수립 및 제출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 58개국이 LEDS를 수립해 UNFCCC에 제출했으며, 국가별 차별화된 책임과 각자의 능력을 고려한 달성전략을 언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이러한 적극적인 정책수립과 기술개발 확보 전략수립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의 수립이 미래사회의 발전과 전망을 가늠해보는 척도와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중립 경쟁력 확보와 기술개발의 관점에서 세계가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탄소국경세와 관련된 산업계의 대응방안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단위에서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를 운영하고 있으나 EU는 수입 공업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CBAM을 2026년부터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향후 EU 수입 제품이 EU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산업계의 고심이 깊다. 미국의 경우도 13개 주정부가 지역 단위의 전기수입과 청정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ETS를 운영 중이고, 캐나다도 2020년부터 가을경제성명(2020 Fall Economic Statement), 강화된 기후계획(Strengthened Climate Plan) 등을 통해 CBAM과 관련된 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온실가스오염가격법(Greenhouse Gas Pollution Pricing Act)에 따라 만든 주 단위의 산출물 기반 가격제도(OBPS; Output-Based Pricing System)를 통해 주요 산업부문에 대한 ETS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21년 2월부터 국가 단위의 ETS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가장 큰 탄소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요국의 CBAM 참여와 자국에서의 규제 강화는 온실가스 감축의 이행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조치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고 탄소 다배출 업종(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산업의 주력인 국가들에게는 무역장벽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산업계의 대응방안 마련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3) 파리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교토의정서 만료인 2020년을 앞두고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합의했다. 선진국에만 부여됐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도 개발도상국까지 확대돼 세계 각국은 2016년부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자발적으로 설정한 이래로 5년마다 더 상향된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받고 있다.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

석유원료를 주축으로 하는 국내 산업계, 그리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달성, 기후변화 대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업계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보다 더욱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탄소국경세와 같은 제도는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계가 극복해야 할 거대한 난관이다. 철강산업은 당장 탄소국경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기술 개발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기술의 현장 적용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산업 현장과 연구개발(R&D) 현장에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 현장의 경우 공정 개선을 통한 공정효율 향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을 적용하고 있다. R&D 분야의 경우 탄소 포집·활용(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의 개발과 현장 적용성 향상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주 고객은 탄소중립,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더욱 많은 요청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몇 개의 기후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점은 다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효율과 양산 기술을 보유한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미래 원료인 수소는 대한민국이 앞선 기술 분야 중 하나다. 수소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 효율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석유원료 기반 산업계의 탄소중립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CCU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실현할 K-신재생에너지 전략 필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석유 기반 산업계 체질 개선이다. 이를 위해서 배출물인 이산화탄소의 재활용·재사용에 관한 기술 확보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현장 적용 기술의 부재, 기업의 손해 발생 등 탄소중립을 실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도 경제성장의 주역, 그리고 미래에도 한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석유화학산업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한국 환경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 확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 기반의 기술이다. 뚜렷한 사계절의 자연환경은 자연을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우호적인 조건은 아니다. 뚜렷한 사계절 특성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K-신재생에너지 전략’이라고 제안해본다.
탄소중립의 길은 가까우면서도 힘들지만 가야만 할 길이다. 석유 기반 산업으로 현재에 이른 대한민국이, 비석유 기반 산업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전략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4) 최적가용기술 (BAT; Best Available Technology)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경제적·기술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면서 가장 최신이고 효율적인 기술 및 활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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