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첨단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광물은 국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원료광물 중에서 공급 리스크와 경제적 파급력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33종의 핵심광물을 지정하고, 이 중에서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과 희토류 5종(세륨·란탄·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을 10대 전략핵심광물로 지정했다.
핵심광물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는 데다 경제성, 환경규제, 노동규제 등으로 공급망 과점화가 이루어져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가격변동성도 커졌고 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되기도 해 공급불안 리스크가 크다. 그리고 광물의 품위 저하, 개발지역의 오지화·심부화 등으로 개발조건도 나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 생산공정을 갖추더라도 공급망의 시작점인 핵심광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급망은 기능하지 못하며, 핵심광물을 생산요소로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세계적 메가트렌드를 보면 세계 각국의 개발과 도시화·전기화는 구매력을 보유한 소비자층을 확대했고, 기술발전으로 광물 종류와 생산량이 증가했으며,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기후정책과 넷제로(net zero)가 실시되고, 지정학적 동향과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에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이 메가트렌드는 핵심광물의 중요성과 성장성을 확대시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청정에너지의 확대로 2040년에 핵심광물의 수요가 2020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았으며, 영국 정부는 배터리금속의 세계 수요가 2040년까지 6~1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①자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것 ②공급망이 붕괴하기 쉬운 것 ③제품 제조에서 필수적이고 없으면 경제와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④국가비상사태 시 자국의 군사·산업·민생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때 필요한 것 ⑤국내에서 충분한 양이 발견 또는 생산되지 않는 것을 핵심광물로 지정해 50광종을 관리하고 있다. 핵심광물로 지정할 때의 기준은 역시 국가안보다. 미국의 핵심광물정책은 경제적 합리성보다 전략적 중요기술·물자의 안보를 우선하면서 보조금, 세액공제, 융자·채무보증을 활용해 자국 내에서의 생산을 확대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은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조건으로 미국·자유무역협정(FTA)국에서의 핵심광물 채굴·가공, 북미에서의 리사이클과 배터리부품 조립, 위험 외국법인의 채굴·가공·리사이클·제조·조립 제외를 준비하고 있다. 더해 미국은 동맹국·우호국과의 국제연대도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광물안보파트너십(MSP; Mineral Security Partnership) 구성으로 자원국과 소비국을 연대했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를 출범시켜 포괄적 경제협력체를 구축했다. 그리고 제조거점을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로 이전하는 공급망 지역화도 고려하고 있다. 2023년 통상정책 의제 및 2022년 연차보고서에서는 주요 무역파트너 및 다자간 협력을 목차의 최상단에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은 2011년부터 실시한 핵심광물정책을 3년마다 재검토해 핵심광물 30광종의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 리스크를 공표하고, 회원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그린에너지 이행과 에너지안보의 양립에서 공급망이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방침으로 ①강건한 가치사슬 개발 ②중요 재료의 1차 원료 의존도 저감 ③EU 내에서의 원재료 조달과 가공 확대 ④공급 다변화와 국제무역의 왜곡 제거를 제시했다. EC는 2023년에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s Act)과 탄소중립산업법(NZIA; Net Zero Industrial Act)을 공표했고, 코발트·리튬·희토류 등 전략적 원재료에 처음으로 동과 니켈도 포함시켰다. 이 법들에서는 2030년까지 EU 연간 전체소비량의 65% 이상을 단일 제3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전략 원자재의 역내 채굴능력을 최소 10%, 제련능력 40%, 재활용 능력 1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2022년에 공급망 강화와 성장산업을 위해 최초로 핵심광물자원전략(Critical Minerals Strategy)을 발표했다.
일본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핵심광물의 안정공급을 확보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희유금속에 대해서는 공급원 상황, 공급망별 상이한 병목부분 등을 고려해 광종별로 리스크를 파악, 유형화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2020년의 ‘신국제자원전략’에서는 ①광종별 전략적 자원확보정책 수립 ②공급원 다변화 촉진 ③비축제도 검토 등에 의한 안보 강화 ④공급망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추진 ⑤산업 기반 강화를 방침으로 제시했다. 이어 2022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서는 공급망·인프라 강화에 따른 전략적 자율성과 기술 우위성 확보에 따른 전략적 우위성·필요성으로 경제안보를 보장·강화한다. 경제안전보장추진법 시행령에서는 중요성, 외부의존성, 외부 행위에 의한 공급중단 가능성, 안정공급 확보 조치 필요성에 따라 11가지의 특정중요물자 중 하나로 핵심광물(35광종)을 지정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핵심광물 안정공급 확보 대처 방침’을 수립했다.
중국은 2020년의 중국수출관리법과 2021년의 중국희토류관리조약으로 국내 희토류 산업과 수출경로인 중국 역외 유통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핵심광물의 해외 광산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리튬은 아프리카(짐바브웨 등)와 남미(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를, 니켈은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를, 코발트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EU·일본의 핵심광물 확보전략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은 ①국내 역량강화 ②역내·국내 생산 촉진 ③동맹국 중심의 협력체계 형성 ④공급원 다각화 ⑤기술개발 ⑥자원순환 추진 등이다. 우리나라도 2023년의 ‘핵심광물 확보전략’에서 국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33광종)을 선정하고 확보전략과 추진과제를 수립해 다른 나라들과의 핵심광물 확보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은 겹치는 핵심광물을 대상으로 유사한 확보전략을 갖고 핵심광물의 수요자가 돼 핵심광물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므로 경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핵심광물을 확보하지 못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주요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국 내에 핵심광물을 보유한 국가조차도 자원 확보에 적극적이다. 중국 시노마인자원그룹(Sinomine Resource Group)은 유수의 리튬 보유국인 캐나다의 유일한 가행 리튬광산 탄코(Tanco)를 2019년에 매입했고, 여기에서 생산한 고품질 리튬을 전량 중국으로 수출한다. 미국은 가격하락 등으로 휴업했던 북미 유일의 희토류 광산을 2010년대부터 다시 운영하고 있다.
2023년에도 인플레이션 지속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감속과 내정 혼란, 미·중·러의 경쟁에 따른 군사충돌과 경제분리, 국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는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s), 경제안보와 첨단기술 패권을 노린 산업정책 경쟁 등 경제활동의 여건을 좌우하는 많은 거시적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활동과 국가의 존망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핵심광물 확보 정책을 실시할 때,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규정들은 핵심광물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침체시키고 기업의 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업의 효율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주적 대처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 확보는 우리나라의 존망을 좌우하는 최대 중요 문제였다. 다른 나라가 핵심광물을 확보하거나, 탄소중립의 세계적 메가트렌드가 있거나, 핵심광물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존속과 경제활동을 위해 핵심광물을 확보해야 한다. 자국 내에 핵심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은 공급망을 내재화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여건은 그렇지 않다. 이미 핵심광물의 공급단절이 발생했거나 가격이 급등했을 때 확보하려면 평시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하므로 이런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