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원산지 기준(PSR; Product Specific Rules)에는 세번변경기준·부가가치기준·가공공정기준이 있다. 원산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품목별 원산지 기준 중에서 하나만 규정하면 단일기준, 둘 이상의 기준을 정한 뒤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충족 여부를 판정하도록 규정하면 선택기준, 둘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정하면 조합기준이라 한다.
세번이라 함은 관세율표상 분류된 상품번호(HS code)를 말한다. HS 품목분류체계는 보통 가공도에 따라 세번을 부여하며 대부분 세번이 바뀌면 상품의 본질적 특성이 바뀌게 되므로 투입된 비원산지 재료의 세번과 상품의 세번이 다르면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는 기준이다. 다시 말해, 세번변경기준은 생산에 사용된 원산지 재료의 세번변경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다. 비원산지 재료의 세번이 상품의 세번으로 변경되면, 물품의 실질(본질적 특성)이 변경된 것으로 보고 원산지를 인정하는 기준이다. 류(HS 2단위), 호(HS 4단위), 소호(HS 6단위) 변경기준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재료와 상품의 세번은 변경되지만 물품의 본질적 특성이 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스피린의 대용량 포장(HS 제3003호)이나 소매용 포장(HS 제3004호)과 같은 품목은 세번변경기준이 원산지 상품 판단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세번변경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적용하더라도 가공공정기준이나 부가가치기준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부가가치기준은 역내에서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 경우에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는 기준이다. 이는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실질적 변형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원산지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기준이다.
부가가치기준은 당사국에서 발생한 역내가치를 일정비율 이상으로 규정하는 RVC 방식(Regional Value Contents Method)과 비원산지 재료가치 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규정하는 MC 방식(iMport Contents Method)이 있다.
RVC 방식은 비율이 높을수록, MC 방식은 비율이 낮을수록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기 까다롭다. 예를 들면 RVC 40%는 역내부가가치가 40% 이상일 때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되며, MC 40%는 비원산지 재료의 가치비율이 40% 이하일 때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부가가치기준 충족 여부는 상품 제조 시 역내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정하는 것이므로 협정별 부가가치비율 산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가격, 산출공식, 재료의 가치와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는 부가가치비율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공공정기준은 특정 제조방법·가공방법·공정 등을 원산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정해진 공정을 역내에서 수행하면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는 기준이다. 식물성 생산품, 석유제품, 화학제품, 플라스틱, 섬유 및 의류 제품군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섬유제품은 원료에서 최종제품인 의류가 생산되기까지 여러 생산공정을 거치게 된다. 원료를 섬유질(fiber) 상태로 만들어 방적공정을 거치면 실(yarn)이 되고, 제직공정을 거치면 직물(woven fabric) 또는 편물(knit fabric)이 되고, 재단공정(cutting)과 봉제공정(sewing)을 거치면 의류가 된다.
가공공정기준은 단일기준으로 규정되는 경우와 세번변경기준이나 가공공정기준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하는 선택기준, 세번변경기준 또는 부가가치기준과 동시에 충족하도록 하는 조합기준 형태가 있다. 이 외에 품목의 부(Section), 류(Chapter) 등 주(Notes)의 형태인 공통기준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세번변경기준 적용 시 유의사항은 활용하고자 하는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충분가공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원산지 재료의 세번이 변경되지 않더라도 최소허용기준, 누적기준, 간접재료 등의 특례규정을 적용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부가가치기준 적용 시 유의사항은 환율이나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라 원산지 기준 충족 여부가 수시로 변동될 수 있으므로 원산지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개별 협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부가가치를 계산하고 증빙서류를 보관해 사후검증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