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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연구소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체,
독립국가연합(CIS)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은 구소련 15개 공화국 중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조지아(구 그루지야)를 제외한 11개국이 1991년 12월 형성한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체다. 이후 일부 국가의 가입, 탈퇴를 거쳐 2023년 11월 기준 회원국은 10개국이다.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소련이 해체되면서 만들어진 국가연합체

CIS는 소련이 해체되면서 만들어진 국가연합체다. 소련은 1917년 러시아에서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파가 정권을 장악한 후 1922년 12월 연방공화국 형태로 성립됐다. 소련의 정식 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연방(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 USSR)이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아르메니아, 조지아(구 그루지야) 등 12개 공화국으로 시작됐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전 소련이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1940년 8월 일방적으로 합병해 소련은 총 15개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들 15개 공화국은 1991년 12월 26일 소련 해체를 전후로 독립국가가 됐다. 우선 1991년 9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독립을 선언하며 소련을 탈퇴해 소련은 12개 국가로 축소됐다. 이후 1991년 12월 21일 12개 공화국 중 조지아(구 그루지야)를 제외한 11개국의 지도자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만나 헌장에 서명함으로써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체인 CIS를 창설하게 됐다. 이후 1992년 10월 아제르바이잔이 CIS에서 탈퇴했다가 1993년 9월 복귀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은 2005년 탈퇴한 후로 준회원국 지위만을 유지하고 있다. 1993년 조지아가 가입했지만 2008년 러시아와의 전쟁 후 탈퇴했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의 갈등을 계기로 2018년 5월 탈퇴를 선언해 현재 CIS는 총 10개국(정회원 9개국, 준회원 1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적으로 완전한 독립주권국가의 연합체

구소련 15개 공화국 중 일부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구성한 국가연합체인 CIS는 정치적으로 완전한 독립주권국가의 연합체로서 회원국의 독자적인 상호동등성을 보장하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CIS 단일군 통수권에 의한 집단안전보장체제 구축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핵무기통제 및 통합군통수권 문제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 러시아·조지아,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회원국 간 전쟁 등으로 군사적 동맹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도 과거 소련 시절 추진된 각 공화국 간 산업의 특화·분업 정책에 따라 CIS 형성 초기에는 경제정책의 상호조정, 단일 화폐의 사용, 자유로운 경제교류의 보장 등 단일경제권 형성을 지향했다. 하지만 최대 경제 규모를 보유한 러시아도 당시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CIS 차원의 경제적 혜택이나 지원은 거의 없었고, 유럽연합(EU)과 같은 단일 경제권, 단일 화폐 사용 등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CIS 관세동맹 등 일부 경제공동체로서의 혜택이 있긴 하나, CIS 회원국 간 경제교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실제 CIS 국가 간 경제교류 현황을 살펴보면 CIS 역내 국가 간 수출입 비중은 수출 3.2%, 수입 2.3%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CIS 국가 간에는 각국이 필요로 하는 상호보완적 경제관계가 형성돼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CIS의 주요 경제현황 및 무역규모

CIS 10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3.1%에 해당하는 약 2억5,000만 명의 인구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2조6,350억 달러의 경제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아세안(ASEAN) 10개국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각각 8.4%, 3.4%임을 고려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CIS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10개국 경제 규모, 인구의 상당 부분이 세계경제 규모 순위 10위권인 러시아(인구 1억4,440만 명, GDP 1조9,000억 달러) 한 국가에 편중돼 있고 나머지 9개국의 경제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만 해도 GDP 규모가 러시아의 1/6에도 안 될 뿐 아니라,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은 경제 규모가 1,0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경제 소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최대 CIS 교역국은 러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주요 CIS 국가와 한국 간 상품 교역은 원유, 가스 등 원자재 등을 한국이 수입하고, 자동차, 가전, 휴대폰, 석유화학제품 등을 CIS 국가로 수출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원자재 수입량이 가장 많은 러시아와의 교역에서는 우리나라가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고, 나머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는 한국이 무역흑자를 내거나 수출입이 균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CIS 국가 중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러시아는 러·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교역이 크게 감소했지만 품목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자동차와 부속품, 중장비 기계류, 석유화학제품, 화장품 등이 한국의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수입은 석탄, 원유, 가스, 합금철, 그리고 명태로 대표되는 냉동 수산물이 주를 이룬다.
러시아 다음으로 한국과 교역량이 많은 국가는 카자흐스탄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은 증류기나 정류기로 분류되는 기계류와 자동차(승용차, 상용차, 중고차 등)가 전체 수출에서 각각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은 원유가 전체 수입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 우라늄, 합금철(페로망간, 페로실리콘 등)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국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이 나라에 가장 많이 수출되는 품목은 자동차 부품류로 전체 수출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데, 과거 1990년대 대우자동차가 설립하고 현재는 GM이 인수해 운영 중인 자동차공장에 필요한 부품들이다. 수출에 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규모가 매우 작은데 우라늄 화합물과 면방직 제품이 대부분이다.
한편 CIS 국가 중 투르크메니스탄, 아르메니아, 몰도바, 타지키스탄과 한국의 교역량은 연 3,000만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대부분이고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금액은 몇 백만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으로의 수출이 부족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들 국가에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이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인데,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듯 이들 지역에는 코트라(KOTRA)의 해외무역관도 없고, 독립된 외교공관이 아닌 러시아 공관에서 겸임하는 형태이고, 직항 노선 또한 없어 한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CIS 국가 간 역내 교역 미약

CIS 국가들의 주요 교역 파트너는 전통적으로 EU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적교류가 활발할 뿐 아니라 양질의 제품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U 다음으로 CIS와 교역을 많이 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이 주요 교역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교류에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CIS 국가 간 경제교류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 CIS 국가 간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CIS 역내 국가 간 수출입 비중은 수출 3.2%, 수입 2.3%에 그치고 있다. 구소련 시절에는 정부 주도로 역내 국가 간 교류가 활발했지만, 소련 붕괴 후 정부의 정책적·물질적 지원이 없는 시장경쟁 상황에서는 더 이상 역내 교역이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한·CIS, 중장기적 안목으로 교류 개발해야

러·우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입장에서 CIS 국가 중 최우선 관심 국가는 단연 러시아였다. 경제 규모, 소비 시장, 구매력,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러·우 사태 이후 우리나라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현재는 러시아를 전략 시장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GDP 규모, 인구, 구매력, 자원 매력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를 1:1 수준으로 대체할 CIS 국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CIS 내 핵심 국가군 2~3개를 중심으로 교역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기존에 관심이 부족했던 국가들에 대해서는 전반적 경제교류 활성화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CIS 국가 중 상당수는 그동안 우리와 경제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국가들이기에 단기간에 경제교류 수준의 빠른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과거 대비 경제교류 규모의 성장속도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절대적 수준에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경제협력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긴 호흡의 중장기 마일스톤을 만들어 이에 따른 성과와 그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상징적 교류 성과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지정학 갈등이 고조되며 과거에는 경제적 논리로 국가 간 교역을 준비했지만, 이제는 비경제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 관계가 두텁지 못한 CIS 국가인 만큼 투입되는 노력의 양이 더 커져야만 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 더 큰 교류를 기대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좀 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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