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실장
IPEF 협정은 통상협정과 경제협력을 아우르는 21세기형 경제통상 협정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무역협정과 비교해 회복력·지속가능성·포용성·경제성장·공정성·경쟁력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는데, 무역과 통상을 통한 경제통합이 각국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함의가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추진될 모든 통상협정이 IPEF와 같은 다양한 목표를 지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필라2 공급망 협정은 현재의 공급망 위기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감대가 있었고 위기타개에 대한 의지도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위기 시 신속한 문제해결을 위한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갖췄을 뿐 아니라 평시에도 주요품목 중심의 협력 방안을 만들고 이행을 점검하는 이중(two track)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조치에 대해 협의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자국 중심의 정책이 위기요인이 되지 않도록 제도화한 점이 특징이다. 필라3 청정경제 협정은 시급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협의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기후변화·환경·에너지전환 관련 이슈를 경제통상 협정 내에서 하나의 큰 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탄소배출과 같은 초국경적 오염과 관련해 누출(leakage) 문제나 무임승차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적 협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필라4 공정경제 협정은 투자국 또는 지원국의 투자 지원과 협력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투자 유치국 또는 수원국 정부의 비효율이나 부패문제 등을 이슈화함으로써 해외 현지 진출 기업의 비즈니스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주영 부연구위원
IPEF 회원국들은 미래에 신규로 발생할 중요한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IPEF 핵심광물 대화체(IPEF Critical Minerals Dialogue)인데 다만 핵심광물 대화체는 세부 사항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됐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 수 없다. 핵심광물 대화체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경쟁력 강화 혹은 다양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채굴에서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체 중요 광물 공급망의 확장·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것이 이러한 핵심 원자재이기 때문에 청정경제 협정과도 연계가 되며, 중요 원자재와 투입물의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통찰력 강화를 약속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IPEF 역내 자원 부국들이 IPEF 회담에서 핵심광물 논의를 포함할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핵심광물 논의는 자원 부국들이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제조와 서비스를 위한 지역 허브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민간 부문의 투자 및 진출 활동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덕 실장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가 여러 긍정적 효과를 낳았지만 동시에 개방에 따른 구조조정, 소득불평등 등 부작용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 이에 각국이 통상 관련 협상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무역 이슈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필라2·3·4와 필라1은 주관 부처가 다르다. 미국 상무부가 주관하는 필라2·3·4가 협력을 위주로 하는 협정이라면 미무역대표부(USTR)가 주관하는 필라1은 전통적인 무역 이슈를 다루는 협정이다 보니 합의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은 어렵지만 현재 디지털·노동·환경 분야에서 논의 진전이 더딘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의 경우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서버 현지화, 소스코드 공개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유연하게 바뀌면서 타결 기대감을 높였으나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과 관련해선 바이든 정부 초기부터 노동자 중심 무역정책을 강조해왔는데 노동 규범에 대한 각국의 제도적 보완과 이행방안 강구 차원의 협의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 관련 논의도 환경 규범과 이행 조항을 두고 IPEF 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에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주영 부연구위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정부 부처를 비롯해 산업계, 연구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 부처와 산업 협회 등이 참여해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지난 7월 부산에서 IPEF 협상을 진행했을 때에도 이해관계자 회의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협상 중인 안건의 경우 회원국 간 비공개 합의된 내용이 많아 정보 공개가 불충분했다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공개가 가능한 선에서 주요 내용을 전달하고 우리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견 청취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IPEF의 성과는 결승선이 아닌 출발선이라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말처럼 IPEF 협정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추후 필라별로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논의될 텐데 한국 기업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결정된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율을 높여 한국 기업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간 참여와 민관 협조가 IPEF 협정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정책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IPEF 역내국의 시장 진출과 투자와 관련한 정책 수요를 발굴하고 민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들이 진출 가능한 관심 품목이나 투자세액 공제 등의 정보 제공이나 인프라 지원과 관련한 수요 파악 등의 측면에서 민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리라 본다.
김종덕 실장
IPEF 공급망 협정과 핵심광물 대화체는 공급망 병목현상과 공급망과 관련한 업계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공급망이 고도로 발달한 산업의 상류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발생할 경우 전방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재 공급 차질로 인한 가격 폭등이나 사재기 등 교란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화가 필요하다. 또한 공급망 위기는 자연재해에 의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데 정보공유 체계 구축이나 대체 공급처 마련 등 정부 간 협력체계 구축으로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간 협력체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위기상황으로 인한 부작용에 따른 비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나 투자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특히 자연적인 공급망 교란 외에도 각국의 정책 이행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각국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둔 것은 제조업 분야에서 긴 공급망에 노출된 산업을 가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 판단된다.
양주영 부연구위원
청정경제 협정은 환경 친화적 기술 개발과 공급망 강화, 규범·표준협력 및 인력 양성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환경 친화적 기술 개발과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는 청정에너지 기술을 위한 필수 광물과 원자재를 포함한 핵심 생산요소의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소스를 확보해 시장 전반에 걸쳐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역내 고품질 전력망 개발 지원이 가능해지며, 녹색 운송 경로 구축이나 도로 부문의 탈탄소화 노력을 통해 운송 부문의 기후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청정기술 통합, 청정에너지 공급망 촉진, 탈탄소화 프로젝트 참여에 중점을 둔 지역 내 경제 클러스터 발전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연쇄 효과가 기대된다. 규범·표준협력 및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산업 인프라와 기술 표준, 인증 등과 관련해 상호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지고 잠재적인 비관세 장벽 감소, 재정 인센티브 촉진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이 적거나 배출이 없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역내 탄소포집 가치사슬 강화, 역내 고품질 전력망 개발 지원 등의 효과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만한 사업영역이 많다고 판단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운송 부문의 기후 영향을 감소할 수 있는 e-모빌리티 사업도 유망하며, 상호 표준과 인증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의 IPEF 역내국 진출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양주영 부연구위원
IPEF 협정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혁신적인 국제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기존의 통상질서가 충분히 다루지 못한 핵심 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즉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접근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무역협정과 달리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투자, 디지털 인프라 개방성과 안전, 다국적 기업의 조세, 노동 및 환경 규범, 부패 방지 등 관세 문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통상 과제에 초점을 맞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또한 디지털·그린 전환, 기술경쟁에서 국제 무역과 산업이 재편되는 가운데 신규 통상 이슈에 대한 규범과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시도로서 의미가 있다. 신통상 분야의 표준을 구축하는 신규 통상 파트너십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인태 지역 회원국이 추가되거나 동 지역에서 다른 무역협정 체결 시 IPEF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반영해 신규 FTA 및 개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모든 필라의 집행과 이행을 관장하는 위원회가 설립·운영될 텐데 분야별 정책 공조와 협력을 위해선 많은 행정 자원이 투입돼야 하며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급망 등 필라별 협상 이후 이행에 필요한 행정과 인력자원을 확충하고 민관 협력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김종덕 실장
IPEF는 정상선언문에서 “공개적이고, 포용적이며, 유연하고, 지속하며, 동적인 포럼(an open, inclusive, flexible, enduring, and dynamic forum)”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만큼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 많은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고 본다. 몇 달 내에 필라3과 필라4의 협정문이 공개된다고 보면 필라1도 보다 진전되고 더 많은 내용이 공개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타결된 IPEF 필라2에 언급된 위원회나 액션플랜들은 현재 형성 단계에 있고, IPEF 전체를 총괄하는 장관급 협의체와 필라2~4에 해당하는 공동위원회, 무역 필라를 관장하는 무역위원회 등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예정인 만큼 정부는 업계와 협의를 지속하며 해당 위원회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가교 국가 역할을 하는 중진국에서 점차 선도적 역할을 하는 선진국으로 전환하고 있고, 우리 주변의 국가들도 모든 분야에서 이에 상응하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들도 디지털, 노동, 환경 등 모든 경제통상 이슈에서 우리의 제도나 규범이 지속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도록 노력하고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