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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어서 와 통상법은 처음이지?
EU 디지털 시장법(DMA):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문단속
유럽연합(EU) 내 디지털 시장에서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이 제정됐다. 공정거래를 추구하는 경쟁법의 개념이 디지털 시장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사례이며, 우리 국민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대상으로 선정된 만큼, 주요 내용 및 우리 정보기술(IT)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난이 법무법인(유)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 시장법(DMA)의 주요 골자는 플랫폼 이용 기업과 최종소비자 간 ‘관문(gateway)’ 역할을 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 소위 ‘게이트키퍼(gatekeepers)’의 시장 독점을 막는 것이다. DMA는 궁극적으로 일반 경쟁법과 마찬가지로 소수 독과점 기업인 게이트키퍼에 공정경쟁 의무를 부과하고 게이트키퍼의 지정에서부터 위반행위 조사 및 제재에 이르기까지 EU 집행위에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DMA상 게이트키퍼는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7조 원)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EU 내 연매출이 75억 유로(약 10조 원)를 웃돌며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4,500만 명을 넘어선 플랫폼을 뜻하는데, 지난 9월 6일 EU 집행위는 DMA 규제 적용대상인 게이트키퍼 사업자 6곳을 발표한 바 있다.
DMA는 ‘규정(regulation)’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각국이 국내 이행을 위한 입법을 해야 하는 ‘지침(directive)’과는 달리 그대로 EU 역내에서 효력을 가진다. 주요 의무로는 ‘플랫폼 이용 기업이 제공된 플랫폼 외 거래 허용’, ‘최종사용자의 앱 선택권 보장’, ‘게이트키퍼의 서비스 이용 조건으로 타 플랫폼 가입 강제 금지’, ‘게이트키퍼의 여타 관련 서비스 사용 강제 금지’ 등이 있다. 즉 거대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통해 불공정한 거래를 종용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의무들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다면 직전 연도 전 세계 총 매출액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2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되는 매우 강력한 규제다.

‘삼성전자’가 거대 플랫폼 기업? 게이트키퍼 선정 논란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국 ‘게이트키퍼’로 선정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연간 매출과 MAU 등 양적인 기준만으로 ‘거대 플랫폼’을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올해 7월에는 최종 선정된 6개 게이트키퍼 기업 외에도 대표적인 우리나라 브랜드 기업인 삼성전자 또한 정량적 요건에 따라 잠재적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삼성 인터넷’, ‘갤럭시 스토어’, ‘삼성 페이’와 같은 기본 앱들이 포함된 스마트폰 판매로 인해 관련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신이 “디바이스 제조업체일 뿐 폐쇄적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EU에 소명함에 따라 최종 명단에서는 제외될 수 있었다. 한편 애플과 MS 또한 자사 제품에 내재된 앱들이 DMA 기준상 거대 플랫폼으로 볼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성공하진 못했다. 앞으로도 게이트키퍼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트키퍼 사업자 6곳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 아마존, 그리고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우리 IT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위기와 기회의 병존

DMA는 기존 경쟁법상 규율을 넘어 불공정 관행에 대한 시정뿐 아니라 중소·신생 기업과의 상생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IT 강국’을 주도한 국내 대형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향후 게이트키퍼로 선정될 가능성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DMA를 벤치마킹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또한 주목해야 한다. 반면 우리 IT 벤처기업들의 경우 거대 플랫폼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 시 게이트키퍼의 지위 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DMA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결국 각 기업의 개별적 입장에 따라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만큼, DMA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 마련은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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