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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인태 지역 14개 참여국 간
정보 공유, 기술협력, 규범 창출을 지속하는 협의체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는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기후변화 등 새로운 글로벌 도전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역내 경제협의체다. 경제발전 단계가 상이한 국가들 간에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향후 관련 의제들의 글로벌 규범 설정 및 협력 강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지난 2021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해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IPE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급망, 디지털 경제,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의제 중심의 다자 경제협력체를 지향해왔다. 한·미·일을 비롯한 호주, 필리핀, 태국, 인도, 싱가포르 등 14개 회원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무역(필라1), 공급망(필라2), 청정경제(필라3), 공정경제(필라4) 등 4대 분야별로 협상을 이어왔으며, IPEF 출범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7번의 공식 협상과 수차례에 걸친 장관회의, 회기 간 회의 등을 통해 협상 진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 5월 공급망 협정이 타결된 데 이어 지난 11월 열린 장관회의에서 청정경제·공정경제 협정의 실질적인 타결에 이르렀다. 무역 협정의 경우 참여국 간 이해관계를 좁히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참여국 간 추가 협의 후에 협상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 3개 협정 타결로 전 세계 GDP의 40%, 상품·서비스 교역의 2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완성됐으며, 새로운 글로벌 통상 이슈에 대한 IPEF 차원의 공동대응체계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IPEF 출범 1년 반 만에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IPEF 회원국들이 공급망 안정성 제고, 청정경제 조기 전환, 공정경제 구축 등을 위해 인태 지역 국가 간 협력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연성 높은 협상, IPEF

IPEF는 지난 2021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최초로 제안됐으며, 7개월 후인 2022년 5월 공식 출범했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목표하에 IPEF의 출범과 협상을 주도해왔다. IPEF는 기존 무역 협정과는 달리 관세·비관세 철폐, 서비스·투자 시장 개방 등 시장 접근 확대에 대한 의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공급망, 청정경제 등 인태 지역이 당면한 새로운 도전과제를 중심으로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제들을 제시했다. 한편, 일부 아세안 등 개도국 중심으로 시장개방이 없어서 IPEF 협상 참여에 대한 구체 실익을 가시화해달라는 요구도 상당했다.
그러나 14개 참여국과 집중 협의 끝에, IPEF는 필라별 협상에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유연성 높은 협상 방식을 채택했다. 의제들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공급망 리스크를 완충하고,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신통상 의제 중심의 협력체로 자리매김했다. 인도는 무역 필라에 불참하기로 결정했고, 인도를 제외한 13개 참여국은 4개 필라 협상에 모두 참여한다.
출범 후 지난해 9월까지는 협상 개시에 앞서 IPEF 협상 목표 및 범위를 설정하는 논의가 진행됐고,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대 분야 협상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후 12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개시돼 올해 11월까지 총 7번의 공식 협상과 수차례의 장관회의, 회기 간 회의 등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에서 개최된 IPEF 장관회의에서는 공급망 협정 타결이 선언됐는데, 공급망과 관련된 최초의 다자 국제협정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지에서 총 4차례 협상을 진행해 11월 마침내 ‘청정경제(필라 3)’와 ‘공정경제(필라 4)’에 대한 실질적인 타결을 도출했다.

가장 먼저 합의에 도달한 분야는 공급망

IPEF에서는 무역(Trade), 공급망(Supply Chains), 청정경제(Clean Economy), 공정경제(Fair Economy) 등 4대 필라로 구분해 필라별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무역(필라 1) 분야에서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무역환경 구축을 위한 규범 고도화를 목표로 노동, 환경, 디지털 경제, 농업, 투명성·규제관행,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포용성, 기술지원·경제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내년에도 집중적으로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합의했다. 노동, 환경,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하는 만큼, 참여국들의 상이한 법체계, 경제구조 등에 따라 이견을 줄여나가는 데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자국 노동자 중심의 통상정책을 우선순위로 하여 관련 규범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급망(필라 2)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가장 먼저 합의에 도달한 분야다. 주요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역내 공급망 위기 감지 시 위기 발생국 요청 후 15일 이내 정부 간 고위급 협의체인 ‘위기대응 네트워크’의 가동을 통한 대체 공급처와 조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평시에도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가동하여 공급망 병목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부문에 대해 기술협력과 공동 투자기회 발굴, 관심 기업 간 매칭, 물류 인프라 개선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참여국 정부가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치 발동 자체를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동 조치를 발동하는 경우에도 의견 제출, 정보 요청 및 양자 협의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 11월 개최된 IPEF 정상회의에서는 ‘핵심광물 대화체(Critical Mineral Dialogue)’ 구성에도 합의하는 등 주요 분야에서의 역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약속했다.
한편, 청정경제(필라 3) 분야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차원에서 인프라, 기술, 표준, 정보 공유에 대한 정책 협력을 강화하고 탄소시장, 청정전기, 수소, 바이오 항공유, 에너지 저장, 메탄 감축 등 13개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 파이프라인 개발, 민관 파트너십 활성화를 통한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등에 합의를 도출했다.
마지막으로, 공정경제(필라 4)와 관련해서는 부패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및 투명성·책임성 제고, 조세 정보 교환 등을 통한 조세 투명성 확보 및 관련 역량강화 지원, 정부조달시장 불투명성 개선 등이 추진된다. 구체적으로 뇌물, 자금세탁 등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자 보호, 부패 공무원 징계, 정부조달 투명성 강화, 부패 범죄수익 환수, 자금세탁 방지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체제 구축에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조세 당국 간 활발한 조세 정보 교환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조세 이니셔티브 활용을 통해 조세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

2022년 5월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일본 도쿄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했다.

참여국 간 지속적인 협의 필요

이번 IPEF 협상은 추진 과정에서의 적지 않은 논란과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신통상 의제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 공급망 안정화, 청정경제 및 공정경제로의 원활한 이행 등을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참여국들 간 공감대 형성이 협상 타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IPEF가 경제발전 단계가 상이한 국가들 간 다자적 협의체로서 이들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상호 정보 공유와 위기 시 공동 대응, 기술·인프라 협력, 관련 규범 확립 등에 합의한 점은 향후 글로벌 차원에서의 규범 설정 및 협력 강화에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IPEF 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협정 내용의 구체화와 효율적인 시행 방안 마련을 위한 참여국 간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IPEF 협정의 효율적인 이행을 담보하고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통상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장관급 협의체 및 공동위원회를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공급망에 이은 이번 IPEF 청정·공정 경제 협정 타결이 협상의 종결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거대한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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