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2007년부터 15년 이상 전기차 구매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후 제도 운영에 여러 변화를 도입해왔고, 현재는 전기차 가격이 4만7,000유로(약 6,700만 원) 이하인 경우 프랑스 정부가 구매자에게 5,000~8,000유로(개인 기준)의 친환경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기차 구매보조금 기준 개편안은 탄소배출량 산출 방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다. 즉 현재까지는 차량 운행 중의 탄소배출량으로만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을 지급했다면, 2024년부터는 도로에서 사용되기 전 모든 단계를 ‘환경 점수’로 산출해 그 점수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소위 전기차의 ‘탄소발자국 점수’, 그리고 재활용 재료·바이오 재료 사용, 배터리 수리 가능성 등을 고려하는 ‘재활용 점수’를 추가로 반영해 최소 60점 이상인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재 수혜 대상인 전기차라 해도 개편안에 의해서 내년부터는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탄소발자국 점수’는 차량이 도로에서 사용되기 전 차량 생애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즉 차량 제조에 사용되는 강철, 알루미늄, 기타 원재료 생산과정에서의 배출량부터 차량의 중간 가공 및 조립, 배터리 생산, 조립 장소에서부터 프랑스 유통사까지의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철강은 유럽산 철강에 비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탄소발자국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비유럽산 전기차는 프랑스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더 배출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보조금 개편안에 대해 8월 25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으며, 우리 정부 및 업계 또한 입장을 전달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 여부다. 동 개편안이 중국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는 것을 견제하고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서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소위 보호무역의 ‘그린워싱’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 때문에 한국무역협회와 유럽한국기업연합회는 지난 8월 25일 자로 프랑스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편안이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잠재적으로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원거리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 조항의 삭제”를 요청했다. 동 조항에 따르면 전기차의 생산지가 한국과 같이 유럽과 거리가 멀수록 보조금 지급 판단 시 매우 불리하게 된다. 정부 또한 개편안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품목별 탄소배출계수 조정 등을 반영해 우리 기업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한·프랑스 정부 간 실무협의를 통해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동 개편안은 EU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우대하고 중국산 전기차의 확대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적게 받을 공산이 크다. 한국 전기차업계는 지난해 프랑스에 1만6,655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프랑스 전기차 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다. 판매 차종 중 약 68%를 차지하는 코나(현대차), 니로(기아), 쏘울(기아)이 보조금 대상이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개편안이 적용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이 없는 기아의 경우 니로와 쏘울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IRA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전기차 모델 판매량이 미국 시장에서 감소했던 것과 같이, 프랑스 시장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우려된다. 또한 추후 다른 유럽 국가들로 유사한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 또한 우려되는 만큼, 동 개편안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