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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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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시행 1년, 국내 배터리산업 영향과 과제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IRA는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4,000억 달러가 넘는 재정을 투입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적용되는 IRA 배터리 요건은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확대는 물론 미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구축까지도 의도해 제정된 측면이 있다. 본고는 IRA 배터리 요건의 주요 내용을 기술하고 IRA가 국내 배터리산업에 미친 영향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부연구위원

우리 배터리산업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조항은 IRA Section 13401이다. Section 13401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정확히는 구매세액공제)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할 요건들이 규정돼 있다. 우선 전기차 최종조립(Final Assembly) 요건이 신설됐다. 전기차 최종조립 요건은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부여한다는 규정이다. 현재 미국 내 공장이 없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들이 IRA 이후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Section 13401에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와 관련해 두 가지 요건이 규정돼 있는데 첫 번째는 핵심광물 요건이다. 배터리에 내재된 핵심광물은 총 가치의 40%(2023년 기준, 매년 약 10%p씩 증가 구조)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돼야만 전기차 보조금을 부여한다는 규정이다. 배터리 관련 두 번째 요건은 부품 요건으로 전기차 부품 전체 가치의 50%(2023년 기준, 매년 약 10%p씩 증가 구조)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경우에만 보조금을 부여하겠다고 규정한 요건이다.
사실, 지난해 8월 IRA 발효 직후에 많은 기업이 Section 13401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배터리 요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조상 핵심광물과 부품 대부분이 IRA가 요구하는 지역 이외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켈은 미국과 FTA 미체결국인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고, 전 세계 리튬 가공물의 60%가량이 중국산이며, 음극재 원료인 천연 흑연도 중국 생산 비중이 80%에 달한다. 배터리 부품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아서 상당수의 소재가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 배터리업계는 올해 40%(광물), 50%(부품)에서 시작해 매년 준수 비율이 강화되는 IRA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요건들을 제대로 충족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 IRA Section 13401이 규정한 보조금(세액공제) 대상 차량의 정확한 영문명은 Clean Vehicle이며, BEA(배터리전기차), PH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및 FCV(수소연료전지차)가 Clean Vehicle에 들어간다. 본고는 편의상 IRA에서 규정한 Clean Vehicle을 전기차로 통칭해 사용했다.

IRA 시행지침 주요내용과 평가

미국 정부는 지난해 IRA를 발효하면서 전기차 최종조립 요건은 발효 직후부터 적용하고, 배터리 요건은 가치 산정방식, 광물·부품 정의 등 세부 기준이 담긴 시행지침(Guidance)을 마련한 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리로서는 IRA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Section 13401에 대한 우리 업계의 우려가 많던 상황에서 시행지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IRA가 우리 배터리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IRA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우리 배터리산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중요성이 높은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광물 요건은 추출 또는 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IRA가 정한 지역(미국 또는 美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요건 충족된 것으로 인정하고, ②핵심광물 가공 범위에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배터리 소재를 포함시키고, ③부품 요건에 해당되는 대상은 양극판, 음극판, 분리막, 전해질, 셀, 모듈로 한정한다 등이다.
상기한 IRA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한국산 양극재 및 음극재도 IRA 요건 충족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국내에 리튬, 니켈 등 배터리 핵심자원 매장량이 전무한 상황에서(즉 광물 추출이 불가한 상황에서) 정련, 제련 등 가공만이라도 국내에서 진행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도 되는 요건 충족이 가능하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유리한 조항이다. 또한, 부품 요건에 양극재와 음극재가 빠지고 양극판, 음극판, 셀, 모듈 등으로 한정시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극판, 음극판, 셀, 모듈의 경우 이미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공장에서 대부분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IRA가 우리 배터리산업에 미칠 영향

IRA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 내용을 감안할 때 IRA가 우리 배터리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우리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판매량 확대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IRA 시행지침 발표 이전만 해도 핵심광물과 부품 요건 충족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 또는 불확실성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행지침 내용을 보면 현시점(광물 40%, 부품 50%) 기준으로는 우리 기업이 잘 준비하면 핵심광물과 부품 요건 모두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RA 이후 두 요건을 충족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있어 앞으로 요건 충족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우리 배터리 기업은 수주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시장 판매량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IRA가 국내 배터리 소재 부문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IRA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 발표로 한국에서 생산한 양극재, 음극재 등의 배터리 소재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 충족 가능 범위에 포함됐다. 따라서 IRA를 기점으로 배터리 소재 기업의 국내 투자, 고용, 수출 등이 확대돼 국내 소재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실제로 IRA 이후 양극재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의 양극재 대세계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44.7% 증가했고, 이 중에서도 대미 수출액이 작년 동기에 비해 무려 178% 증가했다.
세 번째는 IRA 생산세액공제 크레딧(Credit) 확보로 영업이익 확대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IRA에는 지금까지 언급한 전기차 구매세액공제 외에도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관련 조항이 있다. AMPC 관련 조항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 설비투자 시 kWh당 최대 45달러의 AMPC를 받게 된다. AMPC는 공제 인정비율이 2030년부터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장을 완공하고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비투자를 먼저 추진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는 미국 내 신규 설비투자 계획 대부분의 주체가 한국 배터리 업체일 만큼 우리 기업이 규모와 속도 양면에서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AMPC 면에서도 우리 배터리산업이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IRA 이후 양극재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양극재 대세계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44.7% 증가했고, 이 중에서도 대미
수출액은 178% 증가했다.

IRA 미래 변수와 향후 과제

IRA 배터리 요건과 관련해 아직 세부 지침이 나오지 않은 한 가지 규정이 있다. 바로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이다. IRA는 해외우려집단을 통해 광물과 부품을 공급받으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부품은 2024년부터, 광물은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해외우려집단의 기준, 조건 등을 정의한 세부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우려집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한, IRA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이 우리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분명 있지만, 앞으로 핵심광물과 부품 요건 수준이 해마다 강화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주요 배터리 수요국들이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을 본격화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우리의 배터리 공급망은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의 경우 평균적인 우리의 중국 의존도가 77%인데 이 수치는 일본(66%), 독일(51%)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소재 부문 역시 총수입의 61%가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료와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내재화율을 높이는 일은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광물 개발이 워낙 리스크가 높고, 성공 확률도 낮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해외자원 개발 시 금융지원 강화라든가 광물가공과 관련해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이 필요하고 자원보유국과 정부 간 협력 강화, 핵심광물 지도 개발과 같은 지원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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