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모의재판 경연대회’는 차세대 통상 전문인력 육성 기반을 조성하고 통상법 전문가들이 모이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개최돼왔다. 주어진 주제를 놓고 실제 세계무역기구(WTO) 현장에서의 통상분쟁 절차를 본떠서 참가자들이 변론서면 제출, 구두 변론 경연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변론서면 제출 및 모의재판 진행 등 모든 단계에서 영어가 사용된다.
올해 대회는 ‘가상국의 유전자변형생물(GMO) 축산품 수입금지 조치’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었다. 학부 및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12개 팀 총 37명이 예선에 참여해 변론서면을 제출했고 심사 결과 8개 팀이 8강전에 진출해 지난 8월 11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본선 구두 변론 경연을 펼쳤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열한 토론을 벌인 끝에 서울대 법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Mooty’s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Mooty’s팀의 팀원인 임기혁, 구윤찬, 홍수진 씨는 모두 서울대 법학대학원 1학년생으로 국제상사중재동아리의 일원이기도 하다. Mooty’s라는 팀명은 모의재판에서의 변론을 뜻하는 moot에서 착안했다. 세 사람은 여기에 재미를 더해보자는 뜻에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유사한 발음으로 무티스라고 이름지었다.
“국제상사중재동아리는 국제중재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고, WTO 모의재판 경연대회나 국제모의중재대회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세계 각국의 법학도들이 모이는 국제상사중재 모의재판대회 ‘비스 무트(Vis Moot)’와 예선전 격인 ‘프리 무트(Pre Moot)’에도 출전하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홍수진 씨는 변론서면은 쟁점별로 나눠서 준비를 했고 본선은 입론 파트와 반론 파트로 역할을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홍 씨와 임기혁 씨는 입론을 주로 맡았고 구윤찬 씨는 반론을 책임졌다. 준비과정에서 이들은 판례 분석은 물론 사실관계를 깊게 파고드는 데 주력했다.
“다른 팀들도 모두 판례 분석은 많이 했을 테지만 법리를 읽다 보면 주어진 문제를 파고드는 데는 조금 소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면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각각의 경우에 대해서 왜 특정 조치가 적절했는지 적절치 못했는지 등 사실관계에 집중한 것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구 씨는 제소국과 피제소국의 입장을 모두 준비했는데 본선에서 계속 제소국의 입장을 변론할 수 있었던 것도 유리한 점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임 씨는 GMO나 광우병과 관련된 주제다 보니 처음엔 주제를 이해하는 데도 어렵고, 관련 자료를 읽어도 생소한 면이 많아서 기초지식을 쌓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구 씨는 반론을 하는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즉흥성이라며 미리 준비한 답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상대팀의 논리에 날카롭게 대응하기 어려운데 자신은 학부 때 영어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주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 뭔지를 추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잘 도출해내고 어떤 것을 입증해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분석했다.
“심사위원들이 통상 분야 전문가나 실제 실무에 계신 분들이었어요. 시상식 때 이분들이 각자 한 말씀씩 하셨는데 통상 분야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졌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중재 분야의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며 통상의 가치와 깊이를 새롭게 느꼈다는 Mooty’s 팀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기본에 충실하게 설명하는 전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임기혁(서울대 법학대학원생)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말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메타인지를 키워보세요.
구윤찬(서울대 법학대학원생)
화려한 언변보다 판례를 숙고하며 얻어낸 논리력이 필요해요.
홍수진(서울대 법학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