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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Interview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한일 수산물 분쟁, 한미 철강·세탁기 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정하늘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 과장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돌아왔다, 공직을 떠난 지 1년 6개월 동안 매달린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라는 책을 최근 냈다. 6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시대 펠로 폰네소스전쟁에서부터 2023년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국제질서를 움직이기 위한 패권 경쟁의 역사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국제법질서 연구자로 변신한 정하늘 국제법질서 연구소 대표를 1월 19일 만나 2024년 한국을 둘러싼 국제질서의 변화 양상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원석 기자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국제법질서연구소

국제질서에 대한 통사적인 접근을 했다. 이런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공직을 나온 후에 장기적으로 국제법질서를 연구할 생각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국제법은 논문도 쓰고 실무도 해봐서 어느 정도 체계가 서 있었는데, 국제질서는 취미 삼아 기웃거린 정도였기 때문에 체계를 세우는 공부 삼아 책을 쓰게 됐다. 그 덕에 초고만 2000페이지에 달해 정작 책을 낼 때(줄이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 based internaional order)’를 쉽게 설명하자면.


“자유무역과 국제법에 근거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신자유주의를 연상하게 하고, 자유주의 체제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서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들고 나왔다. 과거와 달리 자유무역주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차이점이다. 국제법의 구속력이나 강제력보다는 국제사회의 자발적 존중과 준수에 따른 규범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질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러시아 등이 주장하는 ‘국제법 기초 국제질서(International law based order)’와는 무엇이 다른가.


“유엔(UN)헌장 등 국제법에 기초하자는 러시아의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유엔 헌장의 명분이 되는 강대국 사이의 균형을 놓치지 않겠다는 게 그들의 속내다. 냉전 시대 소련이 누렸던 강대국 패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집단적 자위권으로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다극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강대국으로서 패권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입장이다.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러시아와 중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미국과 서방 중심 국제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국제질서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강조된 개념이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포기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서 질서 수호자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은 ‘신(新)고립주의’로 돌아갈 것이다. 세계 질서에 완전히 손놓지는 않겠지만, 개입 지점을 줄여나갈 것이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지금보다는 고립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제력이 과거보다는 약해졌기 때문이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하면서 달러 중심 경제 패권을 유지하는 게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과 소수 부자에게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미국 일반 유권자 사이에 퍼져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는 미국의 최강대국 지위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후 형성됐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간다고 하더라도 경제·군사적으로 미국을 대체할 국가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유일 패권국 지위를 고집하지 않은 것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패권국의 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대 그리스 이래 국제질서는 패권을 위한 약육강식 경쟁의 연속이었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가 1월 19일 ‘통상’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흥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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