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기관 포르사(Forsa)에 따르면, 현재 독일 국민의 12%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기를 가끔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도 점점 늘어나 약 4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보다 건강한 식사를 원하고 점점 육식 소비를 줄이는 이들을 중심으로 식물성 단백질 제품도 크게 느는 추세다. 이에 발맞
춰 독일 소매 유통 기업은 이러한 메가 트렌드에 중점을 두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독일 저가 마트 체인 중 ‘페니(Penny)’는 2020년 10월 업계 최초로 ‘미래를 위한 식품(Food For Future)’이라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완전 채식 브랜드 ‘페타(Peta)’로 식품 부문의 비건 친화적 우수 제품에 수여되는 ‘채식식품상(Vegan Food Award)’을 받았다.
‘미래를 위한 식품’에는 주요 함유 성분이 아이콘으로 간단하게 표시돼 있는데, 다수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및 락토 프리(lactose free·무유당) 제품이다. 페니는 비건 영양이 항상 일방적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달콤하고 영양이 풍부하거나 푸짐한 식품 또는 인스턴트 식품 등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면서 완전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유연한 식단을 선호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독일의 대형 식품 유통 기업인 ‘레베(REWE)’도 다양한 식물 기반 제품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약 1400개의 비건 제품군으로 확장하며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또한 저가 마트 체인 ‘리들(Lidl)’은 2030년까지 독일에서 콩류, 견과류, 씨앗은 물론 육류, 달걀, 생선 제품을 대체하는 완전 채식 식품을 포함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의 비율을 기존 11%에서 20%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글로벌 전략 컨설팅 팀인 ‘스트래티지앤드(Strategy&)’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비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60억유로(약 3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지속 가능성이 식품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점차 메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고기를 기반
으로 하는 육류 대체 식품 시장이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지금
과 같은 변화에 적응할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저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다른 요소도 한몫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앤드의 파트너인 하랄드 두츨러(Harald Dutzler)는 식품 산업은 더욱 지속 가능한 생산을 요구하는 입법 규제에 대한 압박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온실가스 배출 목표 강화, 지속 가능한 공급망에 대한 요구 사항, 동물 복지 표준, 효율적인 물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독일에서는 K팝 인기의 여파로 관련 굿즈나 K뷰티 제품 외에도 K푸드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한국 음식점 또는 간이음식점(푸드트럭), 최초의 한국식 카페 등이 속속들이 개점해 그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치킨만을 전문으로 취급하거나 비건 음식 및 음료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음식점 등도 눈에 띈다. 또 비건 한국 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숍도 등장했고, 독일 한 대형 서점에서는 한국 비건 요리책을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산 유기농 녹차는 독일 차 전문 유통점에서 이미 인기 판매 제
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최근에는 판매 제품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한국에서 취득한 유기농 제품은 유럽 내 소재한 인증 기관에서 취득한 인증일 경우 ‘유기농(Bio)’으로 표기가 가능해 시장 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는 자연스레 유기농 제품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 내 한류 붐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건 트렌드 강세는 우리 식품 업계의 독일 진출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낸다. 육류를 대체하거나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 동등성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유기농 식품이라면 더욱 시장 진입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식품의 경우 국제 인증 외 별도로 특별한 독일 인증이 요구되지는 않으나 유통 업체에서 요구하는 자체 테스트 절차를 여러 차례 거쳐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구 사항으로 식품 수출이 아주 수월하지만은 않으나 독일 내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비건과 한류 트렌드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라면이나 김치, 만두 등 주요 K푸드의 비건 제품 수출 성장뿐 아니라 더 나아가 보다 다양한 국내 식품의 수출로 이어지며, K푸드의 수출 다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