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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2024년 美 대선과 트럼프발(發)
경제·통상 불확실성
전 세계가 11월 5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질 미국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 시대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창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외국변호사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조선일보 DB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사태로 불안정해진 중동 지역을 관리해야 하는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은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로 상징되는 다자주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안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시절 본격화된 중국 때리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을 결집시킴으로써 신냉전의 시대를 열었다.

2023년 말부터 국내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첫 경선인 공화당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 대회)와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대선 경합이 현실화할 모양새다.



트럼프 재선 시 세계 교역 질서 영향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은 전 세계 교역 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마찰은 더 심화할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기후변화 정책도 수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미국 내 일자리를 다른 나라, 특히 중국에 빼앗긴 점을 강조하면서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적인 조치를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로 관세 조치를 활용해 중국과의 교역을 제한했다. 이후 집권한 바이든 행정부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조치를 대부분 유지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시절 취해진 ‘Section 232’상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다. Section 232는 미국의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는 수입 규제 조항이다. 이 조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동하기 전까지 30년 이상 활용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지극히 예외적인 수단으로 사용됐던 국가 안보 조항을 활용해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실현하려고 했다. 국가 안보가 국제 통상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Section 232에서 다루는 국가 안보의 개념은 군사 안보의 개념과는 구별된다. 미 상무부의 해석에 따르면, 동맹국이나 기타 신뢰할 만한 국가로부터 상품이 수입된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저해할 위험성은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철강과 알루미늄은 Section 232 대상이 됐다. 이는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보호주의적 무역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 분야 공약




공약

내용

무역·경제 보편적 관세 도입
 모든 수입 상품에 약 10% 관세 부과

트럼프 상호무역법 제정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율을 상대국 수입 상품에 부과

바이든 정책 폐지·완화
 그린뉴딜 정책 폐기, 바이든 정부의 기업 평균 연비규제(CAFE) 종료,
캐나다·멕시코에 USMCA하 자동차 부품 관련 조항 준수 요구,
특별 변호사팀 구성해 불필요한 연방 자동차 규제 파악·철폐 등

대중국 정책
 중국에 대한 의존도 종식 및 대중국 견제 강화
 중국의 ‘최혜국 대우’ 지위 박탈, 중국산 필수품 수입 중단을 위한 4개년 계획 도입,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규제 및 모든 중국 아웃소싱 기업에 대한 연방 계약 금지 등

  에너지·환경   친환경 에너지 규제 완화
 바이든의 환경 의제를 중단하고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제한 폐지
 연방정부 토지에서의 석유·가스 시추 허가 절차 완화 및 가속화
 석유, 가스, 석탄 생산 업체 세금 감면 혜택 제공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설치
 원자력발전소 가동, 투자 등을 통한 원자력 에너지 생산 지원

전기차·기후 정책 철회
 그린뉴딜 등 전기자동차 의무화 및 자동차 배출량 감축 정책 폐지
 파리협정 탈퇴

자료_트럼프 캠프의 ‘어젠다 47’·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기후변화 대응 문제도 이슈

최근 국제 통상의 주요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 문제도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데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각국은 미국이 다자주의로 회귀하고 기존에 취했던 보호주의적인 조치를 철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절 취해진 조치를 계승함과 동시에 경제 안보라는 개념으로 보다 세련된 보호주의 조치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2022년 8월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발효됐다. IRA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산업구조 전반을 친환경화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며 친환경 전기차에 대해 세액을 공제함으로써 내연기관 차량의 자연스러운 감소를 추진하고 있다. IRA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이면서도 중국 견제와 같은 경제 안보 정책 기조를 함께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해외우려기관(FEOC)1) 조항을 둠으로써 중국 정부를 포함한 해외우려기관으로부터 생산된 부품이나 핵심 광물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2023년 1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IRA를 폐지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시 의회와 협력해 IRA를 축소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며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시추를 보다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FT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이 IRA로부터 혜택을 받는다는 점, 미국의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그간 투자한 노력과 IRA 혜택을 받기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원자력 정책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입장과 부합하므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자주 보도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누가 승리할지 장담할 수 없다. 투표일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와는 무관하게 국제 통상에서 다자주의는 저물고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용어 설명

1) 해외우려기관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IRA 시행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연관된 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의 사용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대상. FEOC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광물과 제조·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에는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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