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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연구소
미·중 경쟁 속 글로벌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는 태평양 도서국
미국과 중국의 관여로 점점 더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태평양 지역의 섬나라들, 한국도 지난 5월에 태평양 섬나라 14개국 정상들을 서울로 초청하는 등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경제규모와 영토는 작지만 대륙 정도 크기의 태평양 수역에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경제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협의체로 ‘태평양 도서국 포럼’을 구축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박영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전략적 요충지가 된 태평양 중서남부의 14개국

태평양 도서국(Pacific Small Island States)이란 태평양 중서남부에 있는 14개 국가를 말한다. 지리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미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로 나뉜다. 미크로네시아(팔라우, 마셜 제도, 마이크로네시아연방국, 나우루, 키리바시)는 태평양 서북쪽에 작은 섬들로 흩어져 있으며, 멜라네시아(파푸아뉴기니, 피지, 솔로몬 제도, 바누아투)는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부족장 중심 사회를 이루고 있으며, 폴리네시아(통가, 투발루, 사모아, 니우에, 쿡 제도)에는 키가 큰 갈색 피부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14개국의 전체 인구가 1,279만2,000명에 불과한데, 이 중 파푸아뉴기니(1,014만3,000명), 피지(93만 명), 솔로몬 제도(72만4,000명) 등 3개 나라가 전체의 92.2%를 차지한다. 14개 국가의 총 국토 면적은 52만7,523㎢인데, 이 중 파푸아뉴기니(46만2,840㎢), 솔로몬 제도(2만7,986㎢), 피지(1만8,274㎢) 등 3개 나라가 전체의 96.4%를 차지한다. 이처럼 태평양 소도서국의 인구와 국토 면적은 세계 여러 나라에 견주어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연안으로부터 최대 200해리(370.4㎞)의 바다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은 아주 넓다. 태평양 도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전 세계 배타적 경제수역의 28%(12위 키리바시 344만1,810㎢, 14위 마이크로네시아연방국 299만6,419㎢, 16위 파푸아뉴기니 240만2,288㎢, 19위 마셜 제도 199만530㎢)를 구성한다. 이들 태평양 소도서국의 정치·외교·경제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협의체로 ‘태평양 도서국 포럼’이 있다.

태평양 도서국의 이익 대변하는 지역협력체, PIF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은 1971년 South Pacific Forum으로 설립됐으며, 피지의 수도인 수바(Suva)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회원국은 14개 태평양 도서국과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며, 협력국으로 뉴질랜드령인 토켈라우가 있다. 그리고 대화 파트너국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한국 등 18개국이 있다. PIF는 법인격 있는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무역, 안보, 환경, 지속 가능한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회원국을 대표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고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경제적 자립도 낮아 공적개발원조 의존

태평양 소도서국의 경제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전반적으로 적은 인구와 섬이 넓게 흩어져 있는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경제활동, 특히 대외무역에 매우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한 모든 국가는 관광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과반을 차지한다. 파푸아뉴기니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산업 42.9%, 서비스업 35%, 농업 22.1%로 비교적 고른 데 비해 피지는 서비스업이 70%에 육박하며 솔로몬 제도는 서비스업이 60%에 가깝다. 국가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관광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로 인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가 다른 지역 국가들보다 더 컸다.
태평양 소도서국은 대부분 경제적 자립이 어렵기 때문에 외국의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의존율이 평균 GDP의 4.5%에 이를 정도로 높다.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원조 금액을 보면 호주가 압도적으로 많다.

파푸아뉴기니와 피지가 전체 수출의 97% 차지

태평양 소도서국의 전체 수출액은 126억100만 달러, 수입액은 74억4,180만 달러로 호주(수출 3,435억9,380만 달러, 수입 2,612억6,310만 달러)의 약 1/3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 중 파푸아뉴기니(수출 109억6,870만 달러, 수입 30억3,060만 달러)와 피지(수출 8억7,420만 달러, 수입 21억8,020만 달러)가 태평양 소도서국 전체 수출의 97%, 수입의 69%를 차지한다. 한편,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는데, 적자 규모가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팔라우(87.8%), 투발루(69.45%), 키리바시(64.5%), 통가(57.6%)에 이를 정도로 전반적으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교역 규모가 가장 큰 파푸아뉴기니는 석유·천연가스·금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으며 2021년 기준 수출은 일본(25.4%), 중국(25%), 호주(14.3%), 한국(5.8%) 순이며 수입국은 호주(26.6%), 중국(24.7%), 싱가포르(12.7%), 말레이시아(8%), 인도네시아(4.6%) 순이다.

한국의 태평양 소도서국 교역규모는 감소 추세

한국과 태평양 소도서국의 교역 규모는 2022년 한국 전체 수출액 6,835억8,000만 달러의 0.55%인 37억7,000만 달러, 전체 수입액 7,313억7,000만 달러의 0.24%인 17억8,000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현재로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의 수출국 비중은 마셜 제도가 86%(32억4,700만 달러), 피지가 7%(2억7,990만 달러), 파푸아뉴기니가 4%(1억4,200만 달러), 기타 국가가 3%를 차지한다. 마셜 제도에 대한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다른 국가로 선박을 수출하더라도 대표적 편의치적국인 마셜 제도를 목적지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입액 비중은 파푸아뉴기니가 94.5%(16억8,400만 달러), 마셜 제도가 1.7%(2,900만 달러), 나우루가 1.4%(2,550만 달러), 나머지 국가들이 2.4%를 차지한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화학품, 수송기계, 철강 등이며, 주요 수입품목은 광물, 연료용 목재 등이다.
2015년 태평양 소도서국에 대한 총 수출액 81억3,000만 달러, 총 수입액 3억8,000만 달러와 비교할 때 2022년의 수출액은 2배 이상 감소했으며, 수입액은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액은 편의치적국인 마셜 제도를 목적지로 하는 선박의 수출이 74억9,500만 달러에서 32억4,700만 달러로 크게 감소했고, 파푸아뉴기니로의 수출이 2015년 1억9,900만 달러에서 2022년 1억4,200만 달러로, 피지로의 수출 또한 3억2,100만 달러에서 2억8,000만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 7년 동안 수출은 감소를 보인 반면,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담 계기로 확대 협력 기대

태평양 소도서국은 특히 적은 인구, 공항·항만 등의 기반시설 부족, 그리고 수많은 섬으로 흩어져 있는 지리적 고립으로 인해 외국과의 교역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 위기로 인한 피해에도 취약해 국제사회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단기간에 타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태평양 도서국이 국제적 관심을 크게 받는 것은 변화하는 국제정세 가운데 이들의 전략적 가치 증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처와 함께 자원에 대한 관심 고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도 지난 5월 29일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도서국들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정의롭고 신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각 도서국의 수요에 맞는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며, 개별 도서국들은 망간·철·니켈 등의 자원개발, 수산분야, 보건의료 분야, 통신기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협력 강화를 희망했다. 앞으로 국가 주도의 태평양 도서국 투자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민간 부문의 교역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평양 도서국은 인구수, 국토 면적은 작지만 국제기구에서 모두 1표씩 행사할 수 있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도 이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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