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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연구소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한국·미국·중국을 포함해 총 21개국으로 구성돼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역외국에 대한 배타적 지역주의가 아닌 APEC 역내 자유화 조치의 혜택을 역외국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상호주의에 근거한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추구한다. APEC 의사결정은 전원 합의(consensus) 방식을 따르며, 비구속적(non-binding) 이행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정상 간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정치적 약속(political commitment) 차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요한 교수(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 창조  

APEC(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국내총생산(GDP)의 약 60%,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다. 1990년대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세계질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화(globalism)와 지역주의(regionalism)의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다. 특히 1993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1994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북미자유무역지대(North America Free Trade Area, NAFTA)가 발효되면서 동아시아 국가도 자체적인 지역협력체 결성을 도모하게 됐다. 아태 국가들은 민간기구 수준에 머물던 기존 경제협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PEC이라는 정부 간 협력기구를 출범시킴으로써 경제협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1989년 출범 당시 장관급 회의였던 APEC은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해 시애틀 1차 정상회의가 시작됐다. 정상회의로 격상됨으로써 APEC 합의에 대한 정치적 공약성이 강화됐다. 미국 주도로 APEC이 정상회의로 격상됐으나 NAFTA나 EU에 맞서는 경제통합체 형성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인식,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반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APEC 정상회의는 2020년과 2021년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가 2022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대면 정상회의를 재개했다. 2023년 APEC 정상회의(미국 주최)의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 상황을 반영한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 창조’다.

APEC (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원활한 정책대화 협의를 주목 적으로 하는 협의체다. 19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 라를 포함한 12개국 간 각료회의로 출범 했으나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오늘날 총 21개 회원국으로 위상을 갖추게 됐다.

이질적이고 다양한 경제체로 구성된 지역협력기구  

APEC 참가국은 주권국가(country)가 아니라 경제체(economy)이기 때문에 ‘국가 명칭’과 ‘국기 게양’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만은 Chinese Taipei, 홍콩은 Hong Kong, China로 표기된다.

APEC은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인 만큼 지역적으로도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 유럽(러시아) 등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아시아는 총 12개국, 미주는 총 5개국, 오세아니아/유럽은 총 4개국이다.
APEC은 회원국이 동질적인 EU나 지리적으로 집중돼 있는 NAFTA와 달리 정치체제, 경제수준, 사회문화적 배경이 매우 이질적인 지역협력체이기에 참여국의 공통 이익을 반영한 의제 설정이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APEC은 무역투자 원활화와 같은 대전제를 바탕으로 각국 정상과 주요 기업인의 논의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다자무역체제 강화와 역내 기업인 참여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목표시한을 앞두고 교착상태에 빠지자 APEC은 1993년 1차 APEC 정상회의에서 UR의 조기 타결을 촉구함으로써 1993년 12월 UR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이행하기로 합의한 1994년 보고르(Bogor) 선언은 세계적인 보호주의의 물결을 차단하는 데 기여해왔다.
또한 APEC은 1996년 정보기술협정(ITA)과 2012년 환경상품협정(EGA) 등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간 무역 자유화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APEC은 정보기술(IT) 상품의 관세장벽 해소를 위한 WTO의 ITA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1996년 12월 ITA 협상 타결과 2015년 IT 확대협정 타결에 기여한 바 있다. APEC은 2012년 정상회의에서 APEC 환경상품에 대한 자발적 관세인하 합의를 도출하고 2015년 말 이를 이행함으로써 WTO 환경상품협정 협상 타결(실행관세율 5% 이하 인하)에 토대를 제공했다.
APEC은 무역투자 자율화와 원활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기업인이라는 인식하에 역내 기업인의 참여도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1995년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ABAC)를 설립해 매년 APEC 정상회의 시기에 ABAC와의 대화,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를 개최해 정상과 기업인 간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ABAC는 자동차, 화학, 생명과학 등 산업대화(Industry Dialogue)에서 민관 합동으로 정책방향을 논의해왔다. 또한 기업인 여행 카드(APEC Business Travel Card, ABTC)를 운영해 역내 기업인에게 신속한 출입국 편의를 제공하고 기업활동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주고 있다.

아태지역에 부상하는 경제협력체 속 APEC의 역할

아태지역은 최근 새로운 지역협력체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호주·뉴질랜드 및 아세안 10개국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이 2022년 2월 1일부터 한국에서 발효됐다. RCEP에서 배제됐던 미국은 2022년 5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의 출범을 주도했다. IPEF는 아태지역 다자간 경제·안보 협력체로서 한국·미국·일본·인도를 포함한 14개국이 협력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APEC이 표방하던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의 개념, 그리고 주요 회원국이 RCEP과 IPEF와 중복되고 있어 신설 지역협력과는 차별화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RCEP에는 미국이, IPEF에는 중국이 배제돼 있어 미·중의 글로벌 경쟁관계가 아태지역에서 경제협력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APEC은 상호 간의 갈등과 충돌을 완화하고 아태지역에 평화롭고 자유로운 무역·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에게 APEC은 최대의 경제협력 파트너

한국은 제3차 APEC 각료회의를 개최하면서 APEC 기본헌장에 해당하는 ‘APEC 서울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APEC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1994~1995년 무역투자위원회(CTI) 초대 의장을 역임하면서 ‘무역투자 기본 틀에 대한 선언’ 이행을 주도했다. 또한 아태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of Asia-Pacific, FTAAP) 구현을 위한 지역경제통합 노력을 주도해왔으며, APEC 프로세스의 다층적 채널(정상-각료-고위관리-실무관리)을 활용해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거버넌스로 활용했다. 한국은 1991년 제3차 APEC 각료회의, 2005년 부산에서 제13차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며, 2025년에 APEC 정상회의(개최도시 미정)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에게 APEC은 최대의 경제협력 파트너다. 2021년 기준 APEC에 대한 한국 수출 비중이 77.7%로 EU의 9.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수입 역시 70.6%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 투자 유입은 50.2%로 한국의 해외투자 대상 지역의 61.1%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비중이 높은 이유는 한국의 주요 무역 및 투자 지역인 미국, 중국, 아세안 7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이 APEC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APEC 회원국과의 교역, 총수출입의 1/2 이상 차지

한국은 APEC 회원국과의 교역이 총수출,총수입의 1/2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의(2022년) 5대 교역국에 해당하는 중국·미국·베트남·일본·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대만(6위)·홍콩(7위)·호주(9위)·멕시코(10위) 등도 APEC 회원국이고 범위를 20위권으로 넓히면 14개국이 APEC 회원국이다. 수입국 기준(2022년)으로 중국·미국이 33%를 차지하며 일본·호주·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APEC 회원국이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동성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서 APEC 회원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현 정부가 IPEF의 활성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한국의 대APEC 교역 및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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