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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의 진영화 흐름 속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모색해야
그동안 세계화를 주도했던 시장 효율성 중심의 국제 분업구조, 글로벌가치사슬(GVC)은 이제 안보와 동맹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신뢰가치사슬(TVC)’로 전환되고 있다. 미·중 간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글로벌 경제의 진영화와 공급망 이분화로 신냉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정세를 진단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고자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진행 류재민 학생   정리 김광균 기자  촬영 박충렬
주제질문
갈수록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기존 글로벌가치사슬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기술 우위에 있는 우방과 새롭게 신뢰가치사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적 대응으로 나서는 것이 효과적인가.
류재민 학생(2022년 산업부 통상정책 토론대회 대상 수상자, 고려대)
미국과의 안보·경제 연대를 굳건히 하되 일방적으로 끌려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세계 10위권의 국력과 지경학적 환경을 이용해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공급망 재편을 신뢰가치사슬과 관련된 산업과 기술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와 산업 전반에서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로 인식하고,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가치사슬 전반을 검토하고 재정립하려는 절실한 노력이 요구된다
임병우 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

최근 들어 공급망 문제가 안보 이슈와 맞물리면서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신뢰가치사슬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를 이끈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임병우 변호사
신뢰가치사슬(TVC)을 이해하려면 글로벌가치사슬(GVC)을 먼저 이해해야 개념 접근이 쉬울 것 같다. GVC는 기업이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 어느 국가의 자원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냐 하는 관점을 중시한다. 이것이 기업은 물론 전 세계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세계화를 지향하고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TVC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자유무역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힘이 매우 강해진 데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 즉 GVC가 기업 주도의 경제적 효율성에 근거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세계화를 기반으로 한다면 TVC는 국가 주도의 안보를 고려한 안정성과 회복력에 근거해 무역에 제한을 두는 진영화, 보호주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미·중 간 경쟁 상황에서 미국이 주로 문제 삼는 특정 광물과 핵심 기술, 산업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과 관련이 된다. 미국 입장에서 모든 경제 분야에서 중국을 제어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핵심 분야에 집중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따라서 GVC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산업 분야에서는 GVC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특정 핵심 산업 분야에서 자유무역을 제한하는 방식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TVC의 적용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쓰는 표현처럼 보호주의의 진영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뭉쳐 미래 산업과 관련된 핵심 기술, 핵심 자원을 바탕으로 특정 국가를 견제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이 중심이 된다.

TVC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국제분업체계를 만들자는 취지이지만 미국 주도의 안보와 이념이 신뢰를 좌우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TVC 구축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장상식 실장
TVC 개념은 2021년 3월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 잠정지침을 통해 처음 언급됐다. 지침을 보면 미국은 중국의 기술과 경제적 영향력 부상에 대응해 신뢰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개념은 같은 시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공급망 행정명령에도 포함됐다. TVC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술과 경제적 영향력이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 위협이 된다는 생각이 전제돼 있다. 흔히 보호주의의 진영화라고도 하는데, 미국이 일대일 보호주의 대신 동맹국을 규합해 집단 보호주의와 포위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상호의존성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패권경쟁이 기존 군사력에서 기술, 상품무역, 공급망, 자원, 데이터, 인력 등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혼자보다는 우방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커졌다. 두 번째는 미국의 쇠퇴다. 반도체, 배터리, 5G 등 첨단산업과 에너, 희토류 등의 공급망이나 자원 이용 면에서 미국은 더 이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세 번째는 경쟁의 양상 변화다.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 분야는 특정한 한 국가가 동일 산업 내 전체 공정이나 과정을 독점하기가 어렵고,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술표준을 정립해야 할 때 우방국의 지지와 표준 채택이 필수다. 네 번째는 공급망 이슈 강화 측면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나 재편을 추구하려 한다. 미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원천기술 사수와 독점을 통해 중국을 GVC에서 배제하고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TVC가 글로벌 경제의 진영화와 공급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호주의의 진영화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으며, TVC 참여국들이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은 무엇인가.

임병우 변호사
TVC의 관점에서 공급망 재편은 결국 중국에 대한 견제 내지 배제, 미국이 동맹국, 니어쇼어링(nearshoring·인접국으로 생산시설 이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친미계 국가들의 부각이 주요 흐름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된다. TVC의 영향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특정 산업 분야, 즉 미국이 우선시하는 반도체·배터리·전기자동차 산업 등에 한정돼 있다. 다만 그 분야가 현재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분야들이므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TVC 참여국들의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을 어느 정도 공유하거나 그러한 기술이 적용되는 경제활동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이점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부가가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유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그러한 참여가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에는 안보 측면에서 대만의 ‘반도체 방패’와 같이 미국의 보호를 받게 되는 이점도 있다. 이를 통해 안보 비용을 절감할 여지도 생긴다. 그런 전제라면 우리나라 역시 대북 관계 측면에서도 TVC에 참여하는 편이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 중심의 현 글로벌 정세를 신냉전 혹은 탈세계화의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TVC 구축과 관련하여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현 시점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장상식 실장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신냉전, 탈세계화로 봐야 할지, 새로운 세계화나 재세계화로 보는 게 맞을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탈세계화 근거로 회자되는 세계 GDP 대비 세계 상품교역이나 외국인 직접투자(FDI) 비중은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낮아지고 있었고,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이동, 서비스 교역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세계화의 종언이 아니라 재세계화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근 블룸버그 통신도 세계 무역이 재세계화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세계화 약화 현상은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진영이 주도했던 과도한 세계화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에 동의하는 편이다.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축소)을 추구한다고 한 만큼 재세계화가 맞을 듯하다. 다만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세계화 1.0’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시작된 ‘세계화 2.0’에 이어 1991년 냉전 종식 후 지난 30여 년을 풍미했던 ‘세계화 3.0’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화와 함께 찾아왔던 ‘골디락스 경제(고성장과 동시에 물가 급등이 없는 상태)’는 앞으로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다. 재세계화가 기존 세계화와 조금 다른 점이라 하면, 소득이 감소하거나 물가가 오르거나 투자가 줄고, 공급망이 지역화되거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TVC 구축에 따른 공급망 이슈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앞서 2021년 한·미 양국은 신뢰를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TVC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가 있다. TVC 구축 흐름 속에서 한국이 기회로 삼을 만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장상식 실장
중국의 부상과 미국과 중국의 교역 비중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반도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거세게 추격해오는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두 번째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지나친 중국 편중 무역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 됐는데 올해 들어 19%까지 떨어졌다. 이를 어느 시장에서 회복하느냐가 관건인데 물론 말처럼 쉽진 않다. 세 번째는 대중 공급망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주요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TVC 참여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에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품목이 1만3,000여 개 되는데 그중에서 최근 3년 연속 대중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이 1,000개 가까이 될 만큼 대중 공급망 리스크가 매우 크다. 네 번째는 한국의 경쟁력과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TVC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해외 투자 요청이 쇄도하면서 해외 공장 증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첨단산업 해외 진출을 위해 고도의 숙련된 인력과 기술, 첨단 생산시설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력이 필요한데 이는 한국의 유·무형 자산이 될 수 있다. 제품 기획, 신제품 개발, 마케팅, 공장 관리 등 여러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화되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임병우 변호사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대상이 일본, 대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만의 경우 세계 반도체 공급체계에서 파운드리 부문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TVC에 참여함으로써 파운드리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들어갈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 우리 기업들이 다들 해외로 나가게 되면 국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런데 대만의 경우 주요 생산시설을 자국에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보호를 해주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도 핵심 생산시설 일부를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리쇼어링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안보 비용도 줄이며 동맹국 간의 결합을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자는 취지에서 정책적 제안을 하는 분들이 있고, 충분히 그런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 특히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데 미국 중심의 TVC가 확립되면 중국의 추격이 약화되기 때문에 대만과 함께 과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원료에 대한 대중 의존성이 낮은 일본, 대만과 달리 중국 편중이 심한 한국으로선 원료 공급선을 다변화하지 않는 한 실익을 얻기 힘들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여러 이유로 중단됐던 해외자원 개발에도 어떤 식으로 참여해 기회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TVC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나.

장상식 실장
최근 언론을 중심으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줄고 있어 공간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우선 대중 협력채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 역시 중국과의 대화나 협력채널 복원을 시사했고, 유럽의 정상들도 중국을 방문하고 있듯 한국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양한 협력채널을 복원하거나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산업정책 측면인데 과거에는 한·중·일 정도가 산업정책을 폈지만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다양한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도 혁신역량 강화와 초격차 기술 유지를 위해 최소한 해외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 기술표준 제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그나마 기술표준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5G, 반도체, 배터리 등으로 한정되는데 여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에서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통상정책 정비다. 기존에는 통상이 양자·다자간 무역협정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첨단산업, 기술, 공급망, 투자, 기후, 탄소중립 등으로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그러한 추세에 맞게 우리 정부도 통상 기능을 보다 다양화·정교화해야 한다.

일부에선 TVC 참여로 인해 한국 기업의 무역 활동에 가해질 각종 규제 등 불이익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러한 리스크에 대해 어떤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는지 말씀해달라.

임병우 변호사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큰 시장으로 삼아 발전해왔다. 양자 택일 시 한쪽 시장을 상당 부분 잃을 수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결국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하다. 일본이나 대만처럼 중국이 없다 하더라도 제조업에 필요한 핵심 자재를 들여올 수 있는 제3의 공급처를 마련하기 위해 이제라도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탄소중립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과 생산활동을 돌아보며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공급망 점검·개선이 필요한데, TVC로 인한 공급망 검토를 TVC에 국한해 수행하기보다, 세계경제의 다양한 니즈 및 트렌드를 고려하면서 기업의 장래를 위한 공급망의 전반적 검토,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TVC 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원이 있거나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원을 확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결국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우리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하고,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반도체 등에 대한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해야만 TVC 동맹국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생길뿐더러 그러한 지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 이와 함께 중남미 시장에도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최근 멕시코가 미국의 제1 수출국이 됐는데 미국의 니어쇼어링 혜택 측면에서 인근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핵심포인트 정리

1
신뢰가치사슬(TVC)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를 이끈 글로벌가치사슬(GVC)과 어떻게 다른가.
글로벌가치사슬(GVC)이 기업 주도의 경제적 효율성에 근거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세계화를 기반으로 한다면 신뢰가치사슬(TVC)은 국가 주도의 안보를 고려한 안정성과 회복력에 근거해 무역에 제한을 두는 진영화, 보호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2
바이든 미 행정부하에서 보호주의의 진영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 경제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졌고 첨단산업이나 공급망, 자원 이용 등에서 더 이상 미국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5G, 데이터 등 첨단 분야는 산업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기반을 이루기도 하는 만큼 미국은 동맹·우방국을 규합해 폐쇄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3
TVC 구축을 통해 미국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TVC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술과 경제적 영향력이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 위협이 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은 우방국들과 함께 수입관세, 수출통제, 산업정책, 공급망 재편 등의 조치로 압박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을 GVC에서 배제하고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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