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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및 기술 안보 시대의 공급망 재편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첨단산업 및 원자재와 관련된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전방위적인 자국 중심의 공급망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기후, 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는 경제안보와 밀접하고 기술적으로 특화돼 있다. 자원 및 기술 안보 시대의 공급망 재편을 이해하려면 미리 알아야 할 것들을 살펴보자.
공급망 재편이란 무엇인가요?

미·중 무역갈등이 두 국가 간 패권전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까지 했죠. 코로나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 공급받던 원재료를 원활하게 못 받는 상황이 됐고, 더 나아가 일부 국가는 자국이 갖고 있는 자원을 무기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우 사태에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하자 이에 맞서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인 게 대표적인 예죠. “자유롭게 무역하던 것이 이제는 어려워질 수 있겠다.” 코로나19와 러·우 사태를 경험한 국가들의 생각이 바뀝니다. 그동안 국가 간 무역증대를 통해 이로움을 얻었다면, 이젠 국가의 문을 걸어 잠그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된 거죠. 이렇다 보니 각 국가가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갈라져 산업의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이 원재료를 공급받는 국가를 다양화하고, 또 자기 진영에 알맞은 국가를 찾아다닌다는 걸 흔히 ‘공급망 재편’이라고 부릅니다.

언제부터 공급망 재편이 중요한 이슈가 됐나요?

각국이 자유로이 무역을 하게 된 건 불과 반세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194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을 포함해 23개국이 모여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맺은 게 그 시작이죠. GATT 체제 아래에서 열린 자유무역시대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되면서 진정한 세계화 시대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WTO 체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해지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당선돼 보호무역을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미 이때부터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다고 보고 있죠.

누가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나요?

세계적 공급망 재편은 ‘G2’라고 불리는 중국과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은 동맹국에 안보우산을 앞세워 자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배제 공급망 재편’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명문화해 발표했고,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 수출통제에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도체 3대 장비 수출국이 모두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죠. 이에 중국은 한국, 미국, 일본과의 교역 비중을 줄이는 대신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중’을 표방하는 국가들과 급격히 거리를 좁히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러시아는 2019년부터 줄곧 10위 수입국이었다가 지난해 6위로 올라섰고, 2019년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역시 수입 합계액이 1,833억6,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1,735억5,100만 달러)을 앞지른 데 이어 지난해엔 2,709억6,600만 달러로 늘며 격차를 더 벌린 게 그 방증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가까운 한국으로선 현재 상황이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처럼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같은 중립적인 노선을 취했다간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마뜩잖다는 반응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경제가 곧 안보의 문제가 됐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어느 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완전히 미국의 줄에 섰다간 우리 수출의 30~40% (홍콩 포함)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도외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더 친밀해지는 한편 중국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중남미 국가나 아프리카 국가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 여러 자원부국과 손을 잡고 공급망 강화 등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변화된 공급망으로부터 원재료를 얻게 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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