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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연구소
남미를 대표하는 경제공동체, 안데스공동체(CAN)
안데스공동체(Comunidad Andina de Naciones, CAN)는 1969년 카르타헤나 협정을 바탕으로 탄생한 남미의 대표적인 경제공동체다.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회원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긴 산맥인 안데스산맥을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역사, 문화, 언어, 사회발전 경험까지 공유한다. 모든 회원국은 스페인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어 국가 간 언어장벽도 없다.
이승호 전북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안데스산맥을 공유하는 4개국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안데스공동체(CAN)는 회원국 간 행정 조율을 위한 사무국, 집행위원회, 의회, 사법재판소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의견 교환을 위해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도 정례적으로 개최한다. 출범 당시에는 칠레도 정회원국으로 참여했지만 1976년 탈퇴했다. 베네수엘라는 1973년 정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2006년 탈퇴했다. 역내 또 다른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의 정회원국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는 2005년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칠레 역시 2006년 준회원국이 됐다.
중남미를 대표하는 경제공동체인 태평양동맹(PA)과 메르코수르 중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가 소속돼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CAN이 메르코수르와 함께 남미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경제공동체로 평가받는 이유다.

CAN(Comunidad Andina de Naciones)

1969.5.26
‘안데스 소지역 통합 협정, 카르타헤나(Cartagena) 협정’ 체결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등 5개국이 참가해 공식 출범
1976.10.30
칠레 탈퇴
1997.6.3
카르타헤나협정 개정(기구 명칭을 Pacto Andino에서 Comunidad Andina로 개칭)
2005.7.7
메르코수르(MERCOSUR) 회원국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준회원국으로 가입
2006.9.20
칠레 준회원국으로 재가입

리더 역할을 해온 콜롬비아, 영향력을 넓히는 페루와 에콰도르

CAN 회원국인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2022년 기준 1억1,500만 명이 넘는다. 같은 연도 기준 CAN 정회원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7,400억 달러에 육박한다. 2017~2022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8%로 추산된다. 공동체 내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콜롬비아가 CAN에서 리더 역할을 해왔지만, 페루와 에콰도르의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콜롬비아의 인구는 약 5,100만 명, 명목 GDP는 3,400억 달러 수준이다. 정회원국 중 가장 큰 인구와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페루는 약 3,400만 명의 인구와 2,400억 달러 수준의 명목 GDP를 기록했다. 에콰도르의 인구는 약 1,800만 명, 명목 GDP는 1,150억 달러 수준이다. 볼리비아의 인구는 1,2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명목 GDP는 약 430억 달러다. 같은 연도 기준 1인당 명목 GDP는 페루가 가장 높고, 볼리비아가 가장 낮다. 1인당 명목 GDP는 페루 7,100달러, 콜롬비아 6,600달러, 에콰도르 6,300달러, 볼리비아 3,500달러 수준이다.

안데스공동체(CAN)의 무역

CAN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나라는 페루다. 2021년 기준 페루의 대세계 수출과 수입은 각각 563억 달러와 512억 달러로 추산된다. 콜롬비아의 대세계 수출과 수입이 각각 413억 달러와 605억 달러로 그 뒤를 잇는다. 에콰도르의 대세계 수출은 267억 달러, 대세계 수입은 254억 달러다. 볼리비아는 대세계 수출 110억 달러, 대세계 수입 96억 달러를 기록해 회원국 중 가장 무역규모가 작다.
CAN 회원국 간 무역은 2003년 54억 달러 수준에서 2012년 208억 달러 수준으로 4배가량 증가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1년에는 176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CAN 회원국 간 무역이 CAN 회원국과 중남미 18개국과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3.1%에서 점차 하락해 2021년 26.5%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CAN 회원국 간 무역이 CAN 회원국의 대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0.3%에서 2021년 6.2%로 하락했다.
2021년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대중남미 무역이 메르코수르 안에서 60% 가까이 이루어졌으며, 태평양동맹 회원국의 대중남미 무역은 회원국 사이에서 약 32% 이루어졌음을 생각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다. 무역구조 측면에서 회원국 간 상호보완성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 CAN의 고민이다. 한편, 양자 차원에서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간 무역이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두 나라 간 무역규모는 약 258억 달러다. 그 뒤를 이어 콜롬비아와 페루 간 무역이 194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천연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와 불안한 정치 상황

전 세계 각국의 탄력성 있는 공급망 확보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천연자원 획득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CAN 회원국인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는 천연자원이 풍부해 전략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천연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21년 기준 볼리비아의 대세계 수출 중 22.7%가 금, 20.1%가 천연가스, 8.3%가 아연이다. 콜롬비아의 3대 수출품목은 석유(23.1%), 석탄(10.5%), 금(5.8%)이다. 에콰도르의 수출 역시 천연자원에 크게 편중돼 있다. 대세계 수출의 29.6%가 석유, 16.5%가 새우, 12.7%가 바나나다. 페루의 3대 수출품목 역시 구리(26.6%), 금(11.9%), 철(4.4%)로 천연자원이다. 이미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1차 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하다.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가 안정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CAN 회원국이 유례없는 정치위기를 겪고 있다. 작년 12월 페루에서는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임기를 1년 6개월도 채 채우지 못하고 탄핵됐으며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지만, 불안한 정국은 계속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5월 탄핵 위기에 몰린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시켜 8월 조기 대선과 총선을 치렀으나 선거운동 기간 유력 정치인들이 암살당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상생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우리나라와 CAN

우리나라와 CAN 간 무역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2년 기준 양측의 무역규모는 12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69억 달러를 기록하며 약 20년간 5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CAN 간 무역규모는 2002년 169억 달러에서 2021년 555억 달러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과 CAN 간 무역규모는 2002년 19억 달러에서 2021년 6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약 32배 증가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매섭다.
우리나라와 CAN 국가는 상호보완적인 무역구조를 보인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고, 이들 국가의 천연자원을 수입하는 구조가 굳어진 지 오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와 무역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페루로, 양국 간 무역규모는 약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와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각각 15억 달러, 12억 달러, 5억 달러로 추산된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로 인해 신흥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다. CAN 회원국은 탄력성 있는 공급망 확보와 무역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페루와 2011년, 콜롬비아와 2016년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다. 에콰도르와는 전략적경제협정(SECA) 체결을 위해 협상 중이며, 올해 4월 제9차 협상이 개최된 바 있다. 에콰도르와의 조속한 무역협정 타결로 양측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4개 회원국 중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는 우리 정부가 지정한 개발 중점협력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각국에 대한 국가협력전략을 수립해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개발협력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는 2015~2020년 볼리비아에 약 1억2,000만 달러, 콜롬비아에 약 1억4,000만 달러, 페루에 약 7,600만 달러를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지원했다. 우리나라와 CAN 회원국 간 무역 활성화를 위해 ODA를 통상정책 목표와 일치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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