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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무역 인터뷰

해외 인터뷰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 “美·中·유럽의 기후 정책 간극, 다자 교역 시스템 통해 줄여야”

미국 내 연구소 가운데 국제경제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 중 하나인 피터슨국제 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본 선임 연구원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녹색 무역 전략(Green Trade Strategy)’ 분야 전문가다. 녹색 무역 전략이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를 맞아 각국 무역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RE1001), 탄소국 경조정제도(CBAM)2), 공급망 실사법 등 3대 녹색 무역 장벽에 대응하는 정책을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효진 조선비즈 기자
▲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 석·박사,
현 런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연구원,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수석 이코노미스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정책 방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자간 교역 시스템(Multilateral Rules-Based Trading System)을 통해 더욱 협력해야 할 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중 경쟁의 심화로 대변되는 지정학적 갈등이 확산되면서 국제 에너지 질서가 ‘각자도생의 길’로 빠지고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세 나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전 세계의) 절반이 넘는다. 이들 국가의 기후 정책은 각국 정부의 역할, 경제 발전 역사가 이질적인 만큼이나 상당히 다르다. 물론 긍정적 부분도 있다. 가령, 중국의 태양광 패널 보조금 지급 정책은 중국 내부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태양광으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EU가 제안한 CBAM은 탄소 배출을 막으려는 목표가 강하다. 미국은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해 글로벌 기술 혁신을 이루고자 했다.”

이들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문제는 무엇인가.

“각 정책은 파급효과가 큰 만큼 단점들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미국의 청정에너지 세금 보조금은 무역 파트너의 입장에선 경쟁력 상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최근엔 ‘바이 아메리칸법(BAA·Buy American Act)’ 세부 규정까지 내놓으면서 외산 제품에 빗장을 걸고 있다. 중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은 결국 값싼 핵심 부품을 만드는 자국 업체에 돈이 흘러가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한 무역 생태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EU가 제안한 CBAM은 숨겨진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각국의 에너지 패권이 과거보다 분권화되고 파편화되는 조짐은 여러 차원으로도 관찰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질서가 ‘각자도생의 길’로 빠지고 있는 상황에선 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단위_메가톤(100만 톤) 2022년 기준 자료_World Bank

그중에서도 EU의 CBAM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발등의 불’로 여겨진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위주 수출국인 한국의 경우는 EU가 이산화탄소 1t당 30유로를 적용할 경우 10억 6056만달러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 관세율로 따지면 1.9% 추가 관세에 해당하는데, 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CBAM은 2023년 10월 시작한 시범 도입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기업은 유례없는 제도의 등장으로 각종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게 됐지만,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가령 수출 품목 코드를 전면 재검토해 CBAM 대상 품목을 명확히 하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거나 탄소 배출량 측정 시 최대한 기업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게 있다. 각국의 탄소 중립 정책과 EU의 정책 간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제품별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수준에 대한 동등성을 인정받는 게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CBAM 도입 시, 국내 기업의 부담 감면 및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 검증 결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EU와 협상을 시작했다. 정부는 국제상호인정협정을 근거로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와 CBAM 체계의 상호 동등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상당히 좋은 방향이다. 2026년 이후 제도의 본격 시행에 대비하여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부문(철강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 마련과 산업계의 탄소 저감 저변 확대를 통해 높아지는 국제사회의 탄소 장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경을 초월한 조세정책 협력’도 재조명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마련해 각국이 합의할 수 있는 글로벌 탄소 가격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탄소 무역 장벽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탄소 가격 책정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공공재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있다면, 기후변화 영역에선 ‘시간차의 비극(tragedy of time horizon)’을 고민하고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현재의 문제지만 우리 또한 문제 유발자로서 문제를 키우는 입장이므로, 미래의 후손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다자간 교역 시스템을 통해 더욱 협력해야 할 때다.”


용어 설명

1)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그룹’에서 발족됐다.

2)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Carbon Boarder Adjustment Mechanism)

역내에 물품을 수출할 때 수출국의 탄소 비용을 고려해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EU가 세계 처음 2023년 10월 시범 도입에 들어갔다. CBAM은 EU 역내 수입 업자가 CBAM 적용 품목을 수입할 때 탄소 배출량만큼의 CBAM 인증서(탄소 배출량 1t당 인증서 1개)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발효 시점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산업에 우선 적용되며 2026년 이후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서 무상 할당이 제외되는 업종을 대상으로 확대된다. 일명 탄소세를 부과하는 CBAM은 원칙적으로 EU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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