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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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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지식인

이렇게 ‘포장’하고 저렇게 ‘표시’해야 수입하겠다고?

무역 기술 장벽(TBT)

GATT·WTO 체제 아래 무역에서 관세장벽을 낮추는 것은 자유무역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관세가 낮아지면서 무분별한 수입이 늘고 국내 산업과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 대응으로 각국은 수입품에 대한 포장, 표시, 기호, 용어, 라벨 요건 등을 마련했는데, 이것이 비관세장벽이 되면 ‘무역 기술 장벽’이라는 오명의 ‘라벨’이 붙게 된다.

  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선진국의 전유물 → 개도국의 애용품

지난 호 ‘무역 지식인’에서 다룬 SPS 조치와 마찬가지로 국제통상 체제에서 무역 기술 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 역시 관세장벽이 낮아지며 부상한 가장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의 하나다. TBT 조치는 이하에서 설명할 기술 규정(Technical Regulations)과 표준(Standard) 등으로 크게 나뉘지만, 그 구성은 제품에 사용하는 용어, 포장, 표시, 기호, 라벨 등에 대한 것으로 공통적이다.
국제적으로는 1970년대 중반에 최초로 논의했는데 당시만 해도 선진국들이 주로 TBT를 활용해 무역 제한적 조치를 했다면, 최근에는 개도국들도 다양한 유사 조치를 도입해 무역 제한적 효과를 유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TBT 조치를 도입한 국가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 속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 도모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1 이를테면 주류에 부착하는 라벨링은 간암 등 알코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을 담아 국민의 건강 보호에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때때로 그 내용이나 표시 형식, 라벨 발급 기관의 자격 등에 동의하지 않거나 해당 방식이 낯선 주류 수출국 입장에서는 이를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강제성의 유무: 기술 규정 대(對) 표준

수입국의 TBT 조치란 수출국이 상품 수출 시 해당 내용을 따라야 할 강제성의 유무에 따라 전자의 경우는 ㉠ 기술 규정, 후자는 ㉡ 표준으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상품의 특성 또는 공정 및 생산방법(Process and Production Methods, PPM)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 복지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일례로 이웃나라 중국은 중국 강제 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CCC) 제도를 운용하며, 대상 품목을 정해 특정 제품이 이 목록에 포함되는 경우 중국 내 수입, 출하, 판매 및 기타 경영 활동을 위해 CCC 인증마크를 강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국가 안전 보장, 사기 행위 방지, 인체 건강과 환경보호 유지를 위해서다. 강제성을 띠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기술 규정으로 볼 수 있겠지만, 최초 시행 시와 비교해 그 대상 품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여서 중국 진출에 만리장성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2 TBT와 관련한 또 다른 핵심은 바로 ㉢ 적합성 평가(Conformity Assessment)다. 각종 시험, 검사, 샘플링, 인증 등을 통해 특정 제품이 기술 규정이나 표준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쉽게 말해 한 제품이 적합성 평가를 통과하면 사실상 그 제품의 성능이나 안전, 품질 등은 보증됐다고 할 수 있다.



자유무역과 환경보호 간 균형 찾기

미국과 멕시코 간 참치-돌고래 분쟁(DS381)은 대표적 TBT 사례다. 미국은 돌고래 보호를 목적으로 참치 통조림 제품에 연방정부 주도의 ‘돌고래 안전(Dolphin-safety)’ 라벨 요건을 규정했다. 해당 라벨은 해당 제품을 만들 원료인 참치 포획 시 돌고래 부수 어획 감소 등 보호 노력에 충실했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미국 내 유통 및 판매를 위해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 사실상 없으면 미국 판매가 어려워 일부 수출국에는 무역 기술 장벽으로 인식됐다. 해당 라벨을 받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던 멕시코가 2008년 이를 WTO에 제소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핵심 법률 쟁점 중 하나는 과연 미국의 돌고래 라벨 요건이 국내산과 멕시코산을 차별했는지를 따지는 내국민대우(TBT 협정 제2.1조)에 대한 것이었다.3 미국의 관련법은 참치 조업 위치가 아열대성 동태평양(Eastern Tropical Pacific Ocean, ETP) 밖인지 안인지 구분해 라벨 요건을 취급했는데, ① 국내산과 멕시코산 모두에 적용되는 요건이므로 규범상 드러나는 차별은 아니었다. ② 그러나 주로 ETP 안에서 조업하는 것은 멕시코 선박들로 한정돼 있어 사실상 차별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③ 또한 WTO 상소기구는 돌고래가 참치 조업에서 처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ETP 밖이든 안이든 위치마다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미국은 최종 패소했고, 그들의 돌고래 보호 노력도 일부 빛이 바랬다. 또 한번 자유무역과 환경보호 간 ‘같이의 가치’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임이 확인된 셈이다.



1  안덕근·김민정, <국제통상체제와 무역기술장벽>(2018) 참고.
2   TBT 조치의 비관세장벽화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은 ① 비차별 원칙을 지키며(TBT 협정 제2.1조), 해당 조치로 인한 ② 불필요한 무역장애를 지양하는 것이 원칙이다(제2.2조). 이를 위해 가능하다면 ③ 관련 국제표준을 기초로 해서 TBT 조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제2.4조).
3  해당 조항의 원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2.1 회원국은 기술규정과 관련해 (중략) 수입되는 상품이 자기 나라 원산의 (중략) 동종 상품보다 불리한 취급을 받지 아니하도록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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