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기관명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기관장 이인호 설립일 1992년 7월 설립 목적 무역과 해외투자 촉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홈페이지 www.ksure.or.kr 문의전화 1588-3884
1998년의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국가적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무역보험은 그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1992년 설립된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수출을 견인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기업이 안심하고 수출에 전념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해가 떠 있을 때 우산을 주고, 비가 올 때 회수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정책 금융기관은 수출기업을 믿고 시장 위험을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입니다.” 30년간 우리나라 통상·무역 정책의 최일선을 누볐던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전한 이야기는 그가 쌓아온 시간만큼 통찰력과 깊이가 있었다. 올해 무역보험공사에서의 임기를 시작하며 새로운 사명을 어깨에 짊어진 이인호 사장이 만들어나갈 길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방패’ 역할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창’ 역할에도 힘쓸 차례
Q) ‘무역보험’이라는 용어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A) 무역보험은 우리 기업이 물건을 수출하고 외상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금융기관이 무역금융을 대출하고 회수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정책 보험입니다. 무역보험은 보험 가입 대상이 무역 관련 채권이라는 점만 다를 뿐, 만일의 손실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일반 자동차보험과 원리가 같습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무역보험제도를 전담해 운영하는 공적수출 신용기관으로 1992년에 설립됐습니다. 주요 기능은 보험을 통한 대외 위험 보장 과 보증을 통한 금융 조달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설립 당시 지원 규모가 1조8,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전체 지원 실적은 149조 원, 중소기업 지원 실적은 사상 최대인 52조 원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무역보험으로 위기를 극복했거나, 무역보험이 빛을 발했던 사례는?
A) 말씀드렸다시피 작년에 우리나라는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신흥시장이나 신산업이 지닌 높은 위험을 무역보험이 적극적으로 부담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넓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무역보험이 앞장섰다고 할 수 있죠.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역보험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충남 소재 한 중소기업의 사연입니다. 공사는 이 기업을 위해 2008년부터 모든 수출채권 회수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왔습니다. 이 기업은 2011년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 작년 수출 5,000만 달러 달성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꾸준한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요, 그 과정을 무역보험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일례로 작년 터키 수입업자로부터 300만 달러를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무역보험으로 이를 보상받으며 경영에 큰 힘을 얻기도 했죠. 무역보험이 빛을 발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 많은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Q) 무역보험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요?
A) 공사는 우리 수출기업이 무역보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무역과 금융 전반에 대한 교육과 맞춤형 컨설팅 센터 운영이 대표적입니다. 우선,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역보험 아카데미’를 열어 무역보험과 무역 실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 교육은 서울 본사에서 하고 있지만, 지방 소재 기업을 위해 지자체·산업단지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찾아가는 무역보험 아카데미’도 운영하는데요, 무역보험이나 무역 이론에 관심 있는 대기업, 금융기관 직원은 물론 학생들까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문을 연 ‘TRADE-SURE 컨설팅 센터’는 영세·초보 기업을 위한 종합 수출 컨설팅 서비스로 모두 무료입니다. 수출 실무 전 과정에 대해 20년 이상 경력의 무역보험 전문가와 법무·회계 등 외부 전문 인력이 1:1 맞춤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작년 하반기에만 총 103회의 컨설팅을 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습니다. 이러한 무역보험 아카데미나 컨설팅 센터를 이용하면 무역보험 활용 팁이나 여러 가지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방문 교육 및 컨설팅 신청도 가능하니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거나, 고객센터로 문의해 필요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추천합니다.
‘살아 있는’ 통상,
물리 법칙처럼 정확한 계산이 어렵기에
철저한 분석과 전문성을 갖고 대비해야
Q) 통상·무역 분야에서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쌓아온 만큼 앞으로의 통상환경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A) 여전히 계속되는 미·중 무역분쟁, 중동 정세 불안,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 앞으로의 통상환경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안개 속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관세 폭탄 등 G2의 정면 충돌이 계속되면서 전 세계 교역량 감소 및 경제성장 둔화 전망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고, 최근 5개월 연속 수출 감소, 올 1분기 역성장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필연적으로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동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상·무역 분야를 경험하면서 체득한 것은 수출 의존적인 우리 경제에서 통상 문제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엄중한 통상환경일수록 관련 분야 종사자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수록 국가 간 통상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출이 역성장하며 우리 경제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음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움직임은 반길 만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3월 발표된 수출 활력 제고 대책은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공사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연초 계획 대비 1.6조 원 증가한 총 156.6조 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프로그램에 역점을 뒀습니다. 수출 계약서만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수출 계약 기반 특별보증(1,000억 원), 수출자금 조기 회수 지원을 위한 수출 신용보증(매입, 1조 원) 등 중소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경기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죠.
Q) 앞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어떤 길을 개척해나갈 계획인지요?
A) 우선 국가 경제와 수출이 어려울수록 무역보험 역할이 중요함을 명심하고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는 무역보험 시행 50주년인데, 이를 계기로 조직 개편과 인사 시스템 혁신을 토대로 그간의 정체된 이미지를 쇄신하고, 중·장기적 계획과 비전을 마련해 향후 50년을 열어갈 희망찬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역보험의 역할도 보다 확대해볼 생각입니다. 그런 만큼 어깨가 더욱 무겁죠.
아울러 수출기업에 무역보험의 적극적 활용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대외 여건과 치열한 시장경쟁을 헤쳐가기 위해 무역보험을 수출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출에 따른 위험과 불확실성은 무역보험에 맡기고 기술력 개발 등 경쟁력 향상에 전념하는 것이 효과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인력과 조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무역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니, 언제든 무역보험공사의 문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