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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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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꽃피우다

한류와 함께 성장하는 K-Fashion

‘Tech Fashion’, K-패션과 디지털의 시너지

선진국의 수주를 받아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한 한국의 패션 산업은 ‘변방’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생존을 위해 해외 진출이 본격화됐고, 한류와 더불어 성장한 K-패션은 이제 디지털과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방탄소년단의 한복과 <킹덤>의 갓에 대한 관심

방탄소년단이 ‘Idol’ 뮤직비디오에서 마고자를 개량해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나왔을 때 그 옷에 대한 관심은 방탄소년단의 인기만큼 컸다. 또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방영된 조선판 좀비 장르 드라마 <킹덤>은 엉뚱하게도 조선 시대 양반들이 쓰고 다니던 갓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한류와 함께해온 K-패션은 성장 과정에서 한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즉 한류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 시장을 두드리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와 <대장금> 같은 작품을 통해 본격화한 것처럼, K-패션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생존을 위해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서 커져갔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5대 의류 수출 대상국을 조사한 자료를 들여다보면 주요 대상국의 변화가 한류의 흐름과도 딱 맞아떨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즉 자체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해외 아웃소싱의 제조업 의미가 강했던 2005년만 봐도 미국 45%, 일본 18%, 중국 14%인 데 반해 베트남은 1.9%에 머물렀지만, 2010년엔 일본-중국-미국-베트남 순으로 수출 순위가 바뀌었다. 이것은 2000년대 초반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으로까지 확대된 한류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또 K-Pop과 한류 드라마가 2차 한류 붐을 이루던 2010년대 이후의 흐름을 반영하듯 2015년에는 베트남-중국-일본-미국 순으로 변화했다. 2016년에는 일본-중국-베트남-미국 순이었지만, 일본(23.6%)과 미국(13.4%)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처럼 한 국가에 집중되지 않고 고른 분포를 보여주는 K-패션 수출처럼, 한류의 저변 또한 현재 아시아에서 미국, 유럽까지 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점이다.
한류와 함께 성장해온 K-패션은 지난 10여 년간 선구적인 디자이너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금은 무려 300여 개가 넘는 K-패션 브랜드가 세계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를 주변국으로 두고 있고, 무엇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 패션국의 문화를 빠르게 흡수해 재해석해내는 K-패션은 그 지정학적 위치와 한류라는 날개를 더해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SNS 환경은 K-패션과 연결되어 한국이라는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헤라 서울페션위크에서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는 모델들.사진 제공 연합뉴스



K-패션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줄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

디지털이 글로벌 시장을 순식간에 연결해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한류의 성장을 통해 목격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 인기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아니었다면 벌어지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처럼 최근 K-패션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화하고 첨단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동대문에서 열린 ‘Within 24, Show Your Style!’ 시범 상설 매장 오픈식은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2만여 개의 도·소매점과 7,000여 개의 봉제 공장이 있는 동대문 패션 시장은 그 자체로만 봐도 세계적인 인프라라고 볼 수 있지만, 알음알음으로 연결된 점포들은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시범 매장은 동대문의 전통적 인프라에 ICT 기술을 접목해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 같은 대응을 할 수 있는 K-패션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디자인을 비롯한 제조, 유통 등 패션의 전 분야를 디지털화해 효율적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
특히 최근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주문형 생산’을 디지털화를 통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즉 소비자가 가칭 ‘My Style Lab’ 같은 AI가 추천하는 맞춤형 스타일 추천 매장에서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활용해 옷을 선택한 후 착용해보고 주문하면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아니라, 이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에 맞춘 옷을 주문해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재미있게 시청하다 보면 구매까지 연결되는 ‘V-커머스’는 향후 K-패션의 홍보 마케팅, 유통의 중요한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튜브 같은 채널에 만들어진 V-커머스 영상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구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기술을 통한 빠른 대응은 향후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K-패션의 영토를 넓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취향 소비의 시대, K-패션의 빠른 대응에 거는 기대

사실 한류의 흐름과 동시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건 K-뷰티다. 설화수나 라네즈 같은 고가 브랜드가 한류 드라마와 함께 소개되면서 단박에 해외시장의 관심을 받은 것. K-패션은 이미 많은 국내 디자이너를 통해 세계 패션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K-뷰티만큼 확고한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 입고 싶은 옷’ 같은 취향 소비가 점점 늘고 있는 지금의 추세에 K-패션이 한국의 디지털 환경과 만나 만들어낼 빠른 대응에 거는 기대는 꽤 크다. ‘속도’와 ‘제조 기술’에 남다른 ‘창의력’까지 갖춘 K-패션이 이러한 취향 소비의 시대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패션의 동력은 유행과 함께 개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특히 섬세하고 까다로운 취향을 지닌 우리 소비자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최적의 테스트 마켓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서 입소문이 나면 글로벌하게 퍼져나간다는 믿음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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