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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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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지식인

무역과 투자는 하나다

WTO 무역 관련 투자 조치(TRIMs) 협정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다. ‘투자’다. 그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을 외국으로 수출·판매한다. ‘무역’이다. 단편적 예시지만 이러한 기업 활동은 전혀 낯설지 않으며 무역·투자 간 불가분 관계를 증명한다. 그러나 정작 투자 자유화에는 양자 간 투자 협약(Bilateral Investment Treaty, BIT)의 역할이 WTO의 무역 관련 투자 조치(Trade-Related Investment Measures, TRIMs) 협정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렇다면 WTO TRIMs 협정의 존재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자료  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WTO 투자 협정의 탄생 비화

WTO는 기본적으로 상품, 서비스 무역 그리고 무역과 관련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범의 3개 축을 체계로 다룬다. WTO 협정문 구조에서 부속서 1(Annex 1)이 상품 무역에 관한 규범(1A, GATT), 서비스 무역에 관한 규범(1B, GATS), 그리고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규범(1C, TRIPS)의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은 여기서 기인한다.1 국제투자의 중대성을 고려해도 WTO에 투자 협정과 관련해 눈에 띄는 항목은 없다.
그럼에도 앞서 서문에서 말한 것과 같이 무역과 투자는 흔히 상호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에 국제투자 부문에서 우위에 서 있는 미국은 무역 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1986~1994)에서 범세계적 차원의 투자 자유화 논의도 함께 진행하려 했다.2 그러나 브라질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 기존 무역·투자의 연계 논리 불확실성과 무역 협상장에서의 투자 의제화가 적합한지를 따지며 크게 반발했다.3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 결국 당시 협상에서는 투자 조치 중에서도 무역 관련 내용에 한해 협상하기로 절충안을 찾아냈다. 이것이 바로 우루과이라운드가 끝나고 WTO가 출범하면서 ‘무역 관련(Trade-Related)’ 투자 조치 협정이 함께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무역 관련 투자 조치란 무엇인가

투자와 관련해 가장 도드라지는 WTO의 규범은 WTO GATS에서 말하는 상업적 주재(모드 3)다. 쉽게 말해 한 국가가 자국의 특정 서비스 산업에 대해 해외 투자자에게 개방하여 국내 사업자와 경쟁하도록 할지를 결정한 후 필요한 국내 규제 조항을 담고 있는 협정이다. 반면 WTO의 투자 관련 독립 협정인 TRIMs 협정은 그 범위를 두 가지로 제한한다. ㉠ ‘무역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투자 조치 규제 목적에 국한한다는 것과4 ㉡ 서비스가 아닌 상품 무역에 관한 투자 조치에 한해 적용한다는 것이다(제1조). 그 결과 총 9개 조항과 1개의 부속서로 구성되는 WTO TRIMs 협정은 상품 무역에 대한 투자 조치에서 내국민대우 및 수량제한철폐 원칙에 불합치하는 무역 관련 투자 조치를 금지(제2조)한다. 참고로 어떤 조치들이 내국민대우(GATT 제3조)와 수량제한철폐(GATT 제11조) 원칙에 위배되는지는 부속서(Annex: Illustrative List)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우선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반되는 투자 조치를 예로 들면, ① 국내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국내 생산·공급 제품을 의무적으로 특정 종류 및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거나(구매의무제도) ② 역시 투자한 외국 기업이 필요해 구매·사용하는 수입품에 대해 그들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의 양이나 금액에 맞춰 제한하면서도(수입품연계제도)5 동종의 국내 기업에는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경우다. 이러한 조치는 WTO TRIMs 협정상 금지된다.
다음 수량제한철폐 원칙에 불합치하는 투자 조치는 다음과 같다. ③ 국내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기자재 수입 허용량이나 금액을 그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양이나 금액의 일정 비율로 제약하는 것(무역 균형 요건), ④ 외국 투자 기업이 필요한 기자재 수입에 지출하는 외화를 해당 기업이 투자 유치국에 벌어다 주는 외화 유입액의 일정 한도로 제약하는 것(외환 균형 요건), 끝으로 ⑤ 역시 외국인 투자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특정 상품에 대해 수출을 제한하거나 수출을 허용하더라도 일정한 양이나 금액, 비율 이상은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6을 말하며 이들 모두 WTO TRIMs 협정에서 금지한다.



인도네시아 ‘국민차 프로그램’

2019년 8월 기준 WTO에 TRIMs 협정 위반과 관련해 회부된 분쟁은 총 44건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동 협정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위에서 이미 설명했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절충 과정에서 협정 범주가 좁아져 그 한계에 대해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빈도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TRIMs 협정 관련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7
1990년대 인도네시아는 자국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국민차 프로그램)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한 부품의 사용 요건 등 일정 조건을 충족시킨 자동차나 그 부품에 대해 조세와 관세 특혜를 제공했다. 즉 일정 비율 이상 국산 부품을 사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생산자에겐 ‘국민차’ 혹은 ‘개척자(pioneer)’ 지위를 부여해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도 면제해주고, 해당 자동차를 판매할 때는 사치세까지 면제해줬다. 이에 일본을 중심으로 미국과 EU가 인도네시아를 WTO에 제소해 TRIMs 협정상 잘잘못을 따지고자 하였다.8
우선 패널은 해당 사안이 첫째, 무역 관련 투자 조치인지, 둘째, 쟁점대로 TRIMs 협정상 내국민대우나 수량제한철폐 원칙에 위배되는지,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셋째, 실제 부속서상 예시에 존재하는지를 따져야 했다. 최종 판결에서 패널은 ① 인도네시아의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금전적 우대를 보조금 조치로 해석해 투자 조치가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미국이나 일본 등의 자동차 산업 투자에도 영향이 있는 만큼 이는 투자 조치에 해당하며 ②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국민차 프로그램’은 수입 상품과 국내 상품 관련 내용을 다뤄 무역과 관련되어 있다고 결정했다. ③ 또한 해당 프로그램은 각종 특혜를 근거로 투자 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 국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기에 부속서상 예시(구매의무제도)에 해당하고 ④ TRIMs 협정상 내국민대우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판결해 인도네시아가 최종 패소했다.9 그 때문일까? 인도네시아의 ‘국민차 프로그램’은 실패로 돌아갔고, 오늘날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당시 제소국이던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1  서비스 무역 및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지 7·8월호 ‘무역지식인’을 참조.
2  구민교·최병선,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 박영사, p.290.
3  Ibid.
4  김종훈, “중국의 WTO·TRIMs 협정 위반 분쟁 사례에 관한 연구 – 자동차 부품 사례를 중심으로”, <통상정보연구>, p.222.
5  Ibid., p.225.
6  구민교·최병선,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박영사), p.292.
7  김인숙, “인도네시아 자동차 사건에서의 TRIMs 관련 법적 쟁점”, <국제경제법연구>, p.9.
8  Ibid., pp.10~11., DS54/55: Indonesia – Certain Measures Affecting the Automobile Industry.
9  Ibid., pp.17~18, 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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