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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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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위기에서 다시 일어나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될 것”

권평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전 세계 곳곳에는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든든한 수출 지원군이 있다. 해외 84개국 KOTRA 해외무역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57년 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바이어 발굴을 도와온 KOTRA는 오랜 시간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해외 조직망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관이다. 특히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통상환경이 불확실해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등에 따라 세계 통상질서가 변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무역과 투자 진흥을 담당하는 KOTRA의 역할이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운외창천(雲外蒼天)’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어두운 구름을 벗어나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이죠. 최근 녹록지 않은 수출 환경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온 국민이 합심하고 KOTRA가 앞장서 나간다면 오히려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KOTRA는 모든 정부 부처와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해내겠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1년 동안 근무한 통상·무역 분야 전문가 권평오 KOTRA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마주한 무역 환경을 구름에 비유했지만 걷어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권평오 사장이 진단한 글로벌 통상환경과 국내 기업, 나아가 우리나라가 구름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KOTRA가 마련한 전략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어려운 글로벌 시장 여건 극복 위해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 마련



Q)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 및 통상환경을 진단한다면?

A) 세계 경제 성장세의 둔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지고 세계 교역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온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할 정도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아시다시피 이번 위기의 주가 되는 위협은 미·중 통상분쟁이라 할 수 있어요. 시한을 연장해가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고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미·중 무역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나중에 일부 품목을 제외하기는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1일부터 중국 제품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또한 안갯속 상황이고요.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10월 31일까지 EU 탈퇴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해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일본까지 가세,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국내 기업은 수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KOTRA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A)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불안이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KOTRA는 해외 조직망을 활용해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단기 대응책으로 일본 정부의 규제와 관계없이 일본 자율준수기업(ICP)을 활용해 기존과 동일하게 소재와 부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을 들 수 있죠. 일본에 있는 4개 무역관에 ICP 전담 직원을 배치, 일본 ICP 기업과 비즈니스를 원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초기 접촉부터 상담 알선까지 밀착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일본이 아닌 다른 국가로 수입처를 변경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에도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이미 38개 해외무역관을 ‘해외 소싱 거점 무역관’, 즉 대체 수입처 발굴 거점 무역관으로 지정했으며, 대체 수입처 발굴 작업에 착수했지요.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소재·부품 수급대응지원센터’에도 직원을 파견하는 등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대응책은 그동안 효율성 측면 때문에 간과해온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죠. 소재·부품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한 해외 전문 인력 확보, 관련 분야의 해외 우수 기업 투자 유치, 인수 합병(M&A)을 통한 외국 기업의 기술력 확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Q) 다양한 글로벌 이슈로 인해 수출이 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KOTRA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연초만 해도 올해 3%대의 수출 성장을 예상했지만 글로벌 여건을 감안할 때 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에 따라 KOTRA는 연초부터 가동한 국가별 ‘수출 10% 더하기’ 사업을 고도화, 해외 지역별 수출 유망 사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역동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ASEAN)과 인도 등 신남방 지역 진출을 돕기 위해 ‘신남방 비즈니스 데스크’를 개설한 것을 대표로 들 수 있고요. 체계화한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애로 사항을 털어놓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소통 창구가 됐으면 합니다. 신남방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의 인기가 산업과 정책 분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주요 국가 중심으로 각국 정부와 협력 분야를 찾는 한국형 경제협력 모델인 ‘K패키지’도 제작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양국 경제위원회가 협의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정부가 모니터링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와 더불어 168억 원의 추가 경정 예산을 활용해 해외 전시회 지원 및 선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수요자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내년에는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글로벌 기업 납품을 돕는 글로벌 파트너링(GP)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도 있습니다.


정부·기업·기관이 하나가 되는
팀코리아(Team Korea)로 뭉쳐야 할 것



Q) 업황 부진으로 말미암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소 내수기업을 위한 지원 대책도 있나요?

A) 특정 지역 기반으로 형성된 산업이 있는데 조선, 자동차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품목의 수출이 부진하면 지역 내 여타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KOTRA는 각 지방의 특화 산업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지원단을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예를 들면 경기북부 지원단을 신설, 지원단 인력을 11개소 50명에서 12개소 80명으로 늘렸고, 2018년 한 해 동안 현장경영 간담회를 전체 지방지원단에서 개최했습니다. 또 총 833개사가 참여하는 지방 비즈니스 클럽을 운영하는 등 지방 고객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지요. 이와 함께 ‘산업 위기 대응 특별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 수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군산·울산 등 국내 위기 지역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상담회를 개최하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남방 지역 등 해외 신흥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조선 기자재는 신북방 지역인 러시아의 조선주 또는 선주 등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거나 중·소형선, 특수선을 만드는 신남방 조선소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만의 추진전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A)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모든 요소가 하나로 융합되는 융·복합 시대라 할 수 있죠.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쳐야 극대화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에요. 우리나라도 정부·기업·기관이 하나가 되는 팀코리아(Team Korea)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규제와 비효율을 개선해 기업이 성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고, 기업은 아이디어와 유연성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사회를 주시해야 합니다. KOTRA는 혁신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개척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및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기업이 혁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융·복합형 창의력을 갖춘 인력 자원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예요. 지난날 자본과 노동력이 경쟁력의 중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아이디어, 유연성, 민첩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기업, 기관이 긴밀하게 협업해서 융·복합 시대에 들어맞는 연구와 창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토대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Q) 열린 무역관 운영, 무역관장 자리 대외 개방 등 파격 조치에 대해 기업 반응은 어떤가요?

A) ‘고객 입장에서 KOTRA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안고 2018년 4월 KOTRA 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KOTRA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고민 끝에 여행 금지 국가를 제외한 123개 해외무역관을 국내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해 사무 환경과 회의실을 공유하고, 시장 정보를 제공하며, 무엇이든 터놓고 상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기업들의 반응은 좋았죠. 무역관 활용 실적은 2017년 181건, 2018년 233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70건입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우수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해외무역관장 자리를 개방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현지 상황에 밝고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민간 전문가라면 누구나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 청두, 인도 뭄바이, 미국 워싱턴 등 10곳을 개방했어요. KOTRA 직원들에게도 사업 전문성을 키우는 좋은 자극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사장님과 함께하는 KOTRA의 내일이 궁금하네요.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요?

A) KOTRA는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뿐 아니라 시대 변화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따라 업무 영역을 확대해온 무역투자 진흥 기관입니다. 취임 이후 더 많은 기업이 무역과 경제 핵심 기관인 KOTR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혁신 프로세스를 추진해왔지요. 직원들과 함께 ‘중소·중견기업 해외시장 진출과 글로벌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일류 무역투자 진흥 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고요. 45개 혁신 과제를 선정한 후 직접 혁신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실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결과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CEO상’과 세계무역진흥기관(WTPO)의 ‘생태계 조성 혁신(Ecosystem Innovation)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해 왔듯이 남은 2년 임기 동안 고객 눈높이에서 사업 혁신을 거듭하는 등 KOTRA가 모든 정부 부처와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돌파구를 찾아내며 경제 구조를 발전시켜왔어요.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한다면 분명 이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KOTRA가 수출 확대와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제일선에서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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