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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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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대한민국 천혜의 섬,
울릉도·독도 여행

배가 출렁하니 배 속도 출렁한다. 꽤 큰 쾌속선인데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파도에 선체가 이리저리 출렁거린다.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하는 아름답고 소중한 여행지다.

  김미선 여행작가 brunch.co.kr/@misunkim2326




우리 땅 독도에 발을 내딛다

강릉항을 출발해 약 3시간 만에 울릉도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 후 울렁거리는 속을 겨우 진정시키고 오후에 바로 독도로 향했다. 독도는 날씨가 좋을 때 되도록 빨리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서 1시간 40분 걸려 배가 독도에 다다르고, 드디어 우리 땅 독도에 발을 내디뎠다. 집에서 출발한 지 거의 12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것이다. 독도 기념비에 적힌 문구를 보자니, 여행의 설렘이 다시 시작됐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휘몰아치는 파도를 거친 숨결로 잠재우고 우리는 한국인의 얼을 독도에 심었노라.”
- 독도 기념비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바다에 떠 있는 독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하얀 파도가 외로이 서 있는 독도에 끊임없이 찾아가 애정 공세를 하고, 괭이갈매기는 환영 인사라도 하듯 공중에서 축제를 벌인다. 새들이 지친 몸을 쉬어 가는 간이역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멋진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바위들은 생김새에 따라 물개바위, 독립문바위, 촛대바위, 얼굴바위로 불린다. 이 모든 풍경이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특히 독도를 지키는 독도 경비대원들의 모습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주 섬, 그리고 주변 89개의 작은 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도는 경사가 심해서 동도에만 배를 가까이 댈 수 있는데, 접안 확률은 30~40% 수준이다. 날씨 변덕이 심하고 접안 시설도 부족해 상륙하지 못하고 독도를 바라만 보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갈 수 있다’는 말이 있을까! 독도의 주인은 원래 독도 강치(동해 연안에 서식하던 바다사자속 해양포유류)였다고 한다. 1900년대 초만 해도 4만 마리가 서식하며 독도를 지켰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산업자 나카이 요자부로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됐다. 당시 성체에서 가죽과 기름을 얻고 나머지는 사료로 사용했으며, 어린 강치는 서커스단에 팔려나갔다고 한다. 일본은 나카이 요지부로의 요구에 따라 불법으로 조업을 허가해준 것은 물론, 독도를 일방적으로 시마네현에 편입시키고는 지금까지 독도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잠시 후 승선하라는 뱃고동이 울렸다. 독도에 발을 디딘 시간은 단 30분.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싶어 태극기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독도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배에 올라탔다. 모진 바람과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남겨진 독도와 섬을 지키는 경비대원을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았다.





울릉도 해안 일주 관광에 나서다

울릉도는 나리분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경사가 심하다. 아스라이 높은 절벽 아래, 낙석으로 여기저기 큰 바위들이 길옆으로 나뒹굴고 있다. 해안 길을 걷는 동안 몽돌해변을 지나 거북, 사자, 곰, 코끼리 등 다양한 모습의 바위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울릉도에는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고 하여 ‘3무(無) 5다(多)’ 섬이라 불린다. 여행자로서 이보다 완벽한 조건은 없지만, 섬 전체가 가파르고 낙석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주민들의 삶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울릉도 특산품인 부지깽이나물밭 역시 가파르고 높은 곳에 있어, 주민들은 나물을 운반하기 위해 곳곳에 레일을 설치했다.
롤러코스터 타듯이 엉덩이를 왼쪽, 오른쪽으로 들썩거리며 꼬불꼬불한 급경사를 오르니 갑자기 평평한 나리분지(면적 1.5∼2.0㎢)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둘러싸고 있어 하나의 커다란 왕관 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삼나물 무침에 씨껍데기 동동주(각종 약초와 씨껍질로 만든 술)를 한잔 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분지를 떠나 봉래폭포를 향해 물길 따라 길을 올랐다. 바위와 나무 틈새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힘들기보다는 상쾌했다. 봉래폭포는 삼단으로 이뤄졌으며, 수량(水量)이 많아 주민의 상수원이 되어주는 폭포다. 하얗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기만 해도 갈증이 사라졌다.
내수전 전망대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로, 동백나무와 마가목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죽도, 관음도, 저동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울릉도의 바다와 구름이 산 위에 걸쳐 있어 숨 막힐 듯 아름답다.





울동해 일출의 정기 받고 힘차게 성인봉에 오르다

마지막 날 아침, 울릉도 저동항에서 일출을 맞았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촛대바위가 바다를 뚫고 올라오는 붉은 태양을 온몸으로 환영하는 듯 보였다. 오징어회와 꽁치회 무침으로 요기하며 섬 여행의 매력을 만끽했다. 이후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울릉도 여행의 대미(大尾), 성인봉에 올랐다. KBS 중계소에서 출발해 성인봉까지 4.1km, 도동에서 시작해 저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성인봉(聖人峰)은 높이 986m로,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산의 모습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 하여 성인봉이라 부른다.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싸여 영험함을 자아내는 곳이다. 정상부 가까운 곳에는 아직도 원시림이 남아 있으며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 희귀 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성인봉을 오르는 길은 오르막과 평지가 적절하게 반복되어 그다지 힘들지 않다. 팔각정에서 저동항도 내려다보고 중간중간 놓인 의자에 앉아 간식도 먹는다. 산은 정상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더니, 성인봉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가파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聖人峰’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잘생긴 바위가 마중을 나왔다. 성인봉 정상에서 우거진 나무 위로 드넓게 펼쳐진 운무를 바라보았다. 크게 숨을 들이쉬어 신선한 공기를 온몸에 가득 채우고는 울창한 숲길을 내려왔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던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끝마치니 인생의 중요한 일 하나를 해낸 기분이 들었다. 배려심 많은 큰 언니처럼 오르막과 평지를 적절하게 내어주는 성인봉 코스는 언제고 다시 가고 싶은 길이다.
일본은 “‘주인 없는 땅’에서 먼저 독도 강치 조업을 했으니 ‘무주지(無主地)를 선점(先占)할 경우 영토 획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국제법상 요건을 충족시켜 합법적으로 일본의 영토”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1 독도는 주인 없는 땅이 아니라 문헌상으로 <삼국사기> 중 ‘신라본기’에서 밝혀진바, 지증왕 13년(512)에 우산국을 복속시킴으로써 서기 512년 이래 명백한 우리 땅이다.2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신비의 섬, 울릉도와 우리 땅 독도가 잘 보존되어 훌륭한 관광지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2020년쯤 울릉도에 공항이 완공된다고 하니 비행기로 다시 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울릉도 해안일주도로 개통

울릉도 해안일주도로 전 구간(44.2km)이 2019년 3월 개통했다. 울릉도 개발 계획을 시작한 지(1964년) 55년 만이다. 이번에 개통한 울릉도 동쪽 내수전과 섬목(4.4km) 구간은 해안 절벽 난공사 구간으로, 1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11년 공사를 시작해 7년 만에 완공되었다.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양방향 순환 버스도 운행하므로 버스 자유 여행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울릉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자전거 일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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