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자 전략물자관리원(KOSTI) 원장
지난 8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으로부터 전략물자 1,120개에 대해 일반포괄수출허가(다수 수출 건 종합 허가)가 아닌 개별허가(수출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 조치가 진행된 것. 이에 따른 국내 수출입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물자관리원(KOSTI)’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KOSTI는 전략물자의 체계적 관리로국내 기업이 안전하게 무역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물자·기술 통합 관리 전문 기관 이다. 2016년 KOSTI의 첫 여성 원장으로 취임한 방순자 원장은 전략물자 관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항공유 전략물자서 제외
연간 3,500억 원 수출 증가 효과
Q) 최근 무역 제재 강화로 전략물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요?
A) 먼저 전략물자에 대해 쉽게 설명하자면, 무기에 사용할 개연성이 있는 모든 요소를 말합니다. 대부분 대량파괴무기(WMD), 재래식 무기, 미사일 등을 전략물자로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제조·개발·사용·보관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모든 물품과 기술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일반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반도체는 전략물자가 아니지만, 무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 반도체는 전략물자로 분류되죠. 전략물자에 일반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품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지요. 국제적으로도 전략물자가 우려 국가, 테러 단체 등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4대 수출통제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 4대 수출통제체제(WA, NSG, MTCR, AG)와 3대 국제조약(NPT, BWC, CWC)에 모두 가입한 전략물자 관리 모범 국가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대(對)이란 제재,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2010년부터 시작된 이란 제재는 한동안 완화되었다가 원상 복귀(snapback, 스냅백)되어 다시 강화된 상황입니다만, 그간 KOSTI는 제재 범위 내에서 이란으로 원활한 수출이 가능하도록 ‘대이란 비제재 대상 확인서’ 발급을 통해 이란 진출 기업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2017년부터 전 세계 제재 현황을 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설·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초부터는 강화된 제재를 면밀히 분석해 기업에 제공하고자 제재분석실을 신설해 운영 중입니다. 국제협력 부문에서는 전략물자로 지정되어 특정 지역에 수출이 불가하던 항공유를 치밀한 분석을 통해 국제수출통제체제에 상정, 전략물자에서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 품목을 취급하는 기업들이 특정 지역에 수출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연간 3,500억 원의 수출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Q)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A) 우리 기업에는 ‘불확실성’ 그 자체가 어려움일 것입니다. 일본의 변경된 제도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입수할 수 없는 데다 수출입 품목의 전략물자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클 텐데요, 이에 KOSTI는 기업의 문의 사항에 원활하게 응대하기 위해 정보 제공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고객센터를 2배 이상 확대하고 내방 기업을 위해 상담실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일본규제 바로알기(japan.kosti.or.kr)’ 사이트를 개설해 시공간 제약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정부의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에도 직원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 단위의 교육 수요에도 대응해 8월 말까지 3,30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Q) 중소기업의 경우, 전략물자 관리에 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A) 중소기업 가운데는 전략물자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곳도 많을 것입니다. 전략물자로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인데, 개념 자체가 미흡하니 허가를 받지 않고 수출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죠. KOSTI에서는 중소기업이 전략물자 관리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와서 좀 더 안전하게 무역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현재 기업이 신청한 전략물자 여부에 대해 전문 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지난해에만 3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기업이 신청하고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전략물자
식별 가능토록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아끼지 않을 것팀코리아(Team Korea)로 뭉쳐야 할 것
Q) 전략물자를 무허가 수출입하는 경우 국제사회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는데요.
A) 2005년 국내 무역업체가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포타슘 비플로라이드를 중국에서 수입한 후 목제 방부제로 위조해 수출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적발된 물품은 전량 반송되고, 업체는 벌금형과 함께 수출입 금지 명령을 받은 바 있죠. 이처럼 무허가 수출은 해당 업체의 파산은 물론, 당사국 역시 외교·안보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KOSTI에서는 기업의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출 유관 기관 사업 설명 시 전략물자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기관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 최종 단계인 세관에서 허가 없이 수출되는 전략물자를 차단하고자 현장에 우리 전문가가 파견돼 검증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세관을 시작으로 현재는 부산세관에서도 업무를 수행 중이며, 앞으로 세관 당국과 협의해 전국 주요 세관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Q) 전략물자는 수출입공고 또는 통합공고와는 다르게 HS 코드에도 100% 대응하지 않습니다.
A) 전략물자 코드와 HS 코드가 100% 일치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비교적 포괄적인 HS 코드에 비해 전략물자 코드는 요소별로 상세 사양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죠. 현재 KOSTI는 고객지원센터 상담, 전략물자 판정 실습 과정 개설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 정확한 전략물자 식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가 판정에 대한 검증 서비스 등을 추진해나갈 방침입니다.
Q) 전략물자관리원의 첫 여성 원장으로서 지난 3년여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A) 국제 수출통제체제에서 안건 상정과 합의에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만 바세나르체제(WA)를 포함한 모든 수출통제체제에서 28건의 안건을 제안해 17건을 통과시키며 제안 건수 1위, 합의 건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선진국에서 전략물자가 중요한 안보 이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전략물자 관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은 국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외교·안보적 측면과 향후 기술 교류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KOSTI의 조직과 예산은 설립 당시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업무량도 많아지고 중요도 역시 높아졌다는 것이지요. 국내 기업에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는 전략물자 지침서와 이슈 리포트를 창간해 발간하고 있습니다. 연간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홍보 사업, 매년 3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홈닥터 사업, 200여 건 이상의 정책 연구 및 동향 조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전략물자 민원 처리 도구인 ‘Yestrade(전략물자관리시스템)’의 가입자 수는 이미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공공 기관 경영 평가 부문에서 3년 연속 A등급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고, 그간 부진하던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도 지난해 우수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앞으로도 성과 중심의 사업을 추진함으로써혁신을 주도하고, 각종 전략물자 서비스를 통합·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쓰겠습니다. ‘전략물자의 안정적 관리를 통한 무역 진흥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갖고 대한민국 전략물자 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략물자 4대 수출통제체제
국제평화 및 안보를 위해 전략물자가 우려국가, 테러단체 등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제도.
① 바세나르체제 - 회원국: 42개국(WA, Wassenaar Arrangement)
재래식 무기 및 무기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산업용 물자가 분쟁다발지역, 테러지원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
② 핵공급국그룹 - 회원국: 48개국 (NSG, Nuclear Suppliers Group)
핵 관련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들이 수출통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핵무기 비확산에 기여
③ 미사일기술통제체제 - 회원국: 35개국 (MT 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대량파괴무기(WMD) 운반시스템의 수출통제를 통해 WMD 확산을 방지하고, 테러조직과 테러리스트의 획득 가능성 차단
④ 오스트레일리아그룹 - 회원국: 43개국 (AG, Austr alia Group)
생·화학무기의 원료물질 및 이의 제조에 사용 가능한 장비와 설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통해 생·화학무기 비확산에 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