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글 박근오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상무관
Q)뉴스에서 전하는 신남방정책 관련 소식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또 신남방정책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많은 분이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이하 ‘아세안대표부’)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실 겁니다. 아세안대표부가 어떻게 인도네시아에 개설됐고, 이곳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아세안대표부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유
아세안대표부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건 바로 아세안사무국이 자카르타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카르타까지는 비행기로 7시간 조금 넘게 걸리며, 인천공항에서 직항편이 하루에 세 번씩 오갑니다.
아세안(ASEAN)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을 뜻합니다. 1967년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5개국이 ‘방콕 선언’을 통해 아세안을 창설했고, 이후 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가 차례로 가입하면서 현재는 10개 나라가 아세안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세안 공동체의 행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1976년 아세안사무국이 인도네시아 외교부 내에 설치됐고, 1981년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공한 현재의 독립 청사로 이전했습니다. 이 아세안사무국 청사가 오래되고 비좁아 지금은 새 청사를 건설하고 있으며, 금년 내 완공할 예정입니다.
2009년 아세안 10개 회원국에서 아세안에 대해 각국을 대표하기 위한 대사를 아세안사무국이 위치한 자카르타에 파견하면서 아세안 10개국 대표부의 모임인 상주대표위원회(Committee of Permanent Representatives, 이하 CPR)가 구성됩니다. 주아세안싱가포르대표부, 주아세안브루나이대표부, 주아세안말레이시아대표부 등이 CPR의 일원으로 자카르타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아세안인도네시아대표부도 자카르타에 위치합니다.
CPR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아세안에서 CPR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합니다. 아세안 국가 간에 의논할 문제가 생기면 우선 CPR이 각국을 대표해 논의하고, 각자 자국의 의견을 들은 후, 다시 각국의 의견을 취합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세안사무국도 중간에서 역할을 하지만 주어진 업무 위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중요 결정 사항에 관련한 실질적 권한은 결국 아세안의 주인인 10개 회원국에 있고, 그 권한은 다시 각 회원국을 대표하는 CPR에 위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가 하는 일
아세안대표부는 한마디로 우리 정부와 아세안사무국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합니다. 대표부 직원은 아세안사무국의 해당 분야 직원과 수시로 만나고, 연락하고, 아세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해 우리 정부에 보고합니다. 아세안사무국 외에 위에서 설명한 CPR과 소통하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주아세안캄보디아대표부를 통해 캄보디아의 주요 관심사나 우리나라와의 행사 또는 사업을 의논하기도 합니다. CPR이 대화 상대국의 대사나 대표부 직원들을 불러 회의를 열기도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대화 상대국에서 파견한 대표부, 즉 주아세안일본대표부, 주아세안중국대표부, 주아세안미국대표부 등이 아세안과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세안대표부에 근무하다 보면 아세안과 대화 상대국을 합쳐 20여 나라의 ‘카운터파트’, 즉 수많은 업무 상대방과 끊임없이 만나게 됩니다.
앞서 설명한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의 여러 회의체에 참석하고, 의제를 조율하는 일도 아세안대표부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아세안이 10개 국가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회의가 이곳 자카르타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개최되는데요, 아세안대표부에 근무하다 보면 출장이 잦은 점도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중점을 두어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을 일선 현장에서 시행하는 것 역시 아세안대표부의 업무입니다. 정치·안보 분야, 경제 분야, 사회문화 분야의 한·아세안 협력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아세안 측과 수시로 협의하고 의견을 듣고,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도 점검합니다. 현장에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아무래도 아세안이 우리나라의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체감할 기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신남방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아세안대표부의 인적 구성도 대폭 보강했습니다. 국장급이던 주아세안대사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외교부 이외 부처 중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만 공무원을 파견하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같은 다양한 부처 출신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아세안이 대화 관계를 맺은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오는 11월 부산에 모입니다. 특별정상회의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아세안대표부의 몫입니다.
상무관의 역할
아세안대표부에서 상무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상무관은 크게 보면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교역을 늘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지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세안이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아세안에서 경제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아세안 각국에 파견된 상무관들과도 수시로 연락하고 긴밀히 협조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한·아세안 경제장관 회의나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지원하고, 한·아세안 FTA의 업그레이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익이나 한·아세안 관계를 증진하는 데 보탬이 되는 부분을 찾아 보고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