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필리핀
하림그룹의 축산식품 전문 기업인 선진은 1997년 해외사업을 시작한 이후 필리핀 한 곳에만 총자산 규모 1,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해당 진출 국가와의 동반 성장 및 현지화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감’을 의미하는 사명(社名), ‘선진(先進)’을 사명(使命)으로 지켜가는 선진의 필리핀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이한주 대표를 바탕가스 현지 공장에서 만났다.
거둔 만큼 다시 투자한다는 신념
하림그룹의 축산식품 전문 기업인 선진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단순한 거래 관계가 아닌 서로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상생의 비전으로 진출 국가와의 관계를 설정했다. 1997년 선진은 가장 처음 문을 두드린 해외시장인 필리핀에서 당시 준공한 제1공장을 토대로 필리핀 축산인의 마음을 두드렸다.
“필리핀 사료업계를 보면 아주 영세한 곳부터 대기업까지 두루 참여하고 있어요. 빈틈없는 레드오션에 뿌리를 내리려면 현지에 없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의 축산 경험까지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이었죠.”
진출 초기부터 선진은 저렴한 가격과 현지인에게 친근한 브랜드로 판매 전략을 세운 필리핀 기업과 달리 뛰어난 품질과 앞선 사육 기술 및 노하우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즉 선진은 가축을 빠르고 우수하게 키워내는 사료를 제조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해 필요한 축산 관리법을 설명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돕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초기 진입장벽만 넘으면 소비자의 이탈이 거의 없는 안정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제2공장을 준공한 선진은 꾸준히 사료 제조 및 유통에 힘쓰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연 6만 두 판매가 가능한 대규모 양돈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필리핀의 인구와 경제성장률 등을 보면 필리핀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현재 15~20kg에서 우리나라 수준인 40kg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인 건 맞지만, 이곳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얻어 그 이익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마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어요. 현지 축산업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조급해하지 않고 재투자를 거듭하며 기다린 결과, 지금과 같은 모습을 이룰 수 있었죠.”
그렇기에 선진은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도 투자한다. 현지 동종 업계 종사자들에게 선진의 기업 문화는 선망의 대상이다. 임금이나 근무 환경, 복지 수준이 월등할 뿐 아니라, 직원 채용 및 교육 과정도 남다르다.
“한국인 직원은 필리핀을 통틀어 저를 포함해 3명뿐이고, 350여 명의 현지 직원과 함께 일합니다. 잘 훈련된 경력자보다는 사회 초년생을 뽑아 현지와 한국을 오가며 최대한 교육을 많이 받도록 합니다. 이들의 경험과 지식이 훗날 필리핀의 축산업을 이끈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죠. 이를 위해 한국 본사와 현지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수시로 만들고 있어요. 직원 평가에서는 스스로 정한 목표를 얼마나 성취했는지 평가하는 등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합니다.”
나아가 현지의 학교 개보수나 장학금 기탁, 고아원 및 양로원 봉사 등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긴 안목으로 상생의 씨앗 심길 바라
필리핀 현지에서 10년째 사업을 일궈온 이한주 대표는 현지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정부, 관련 기관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선진은 필리핀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중국, 미얀마에 진출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못사는 국가라고 만만하게 보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장에 뛰어들면 크게 실패할 수 있어요. 이들의 언어나 문화와 소통하는 자세는 기본입니다. 또한 투자할 때 회수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졌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지방마다 다른 허가 제도와 종류에도 대응해야 해요. 고용이나 환경 문제 등 어느 하나 소홀하면 신뢰를 회복하기 힘든 만큼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죠.”
무엇보다 신남방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정부와 기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정부가 이번 정책을 기회로 우리 기업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한·필리핀 FTA 등으로 인적 교류나 투자, 검역에도 장애가 없어지는 날이 왔으면 하고요. 그때까지 선진은 현지 직원과 고객, 우리의 거래처까지도 모두 행복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진 필리핀 현황
영업 형태 사료 제조 및 양돈
설비 공장 블라칸 제1공장(1997년 착공, 월 1만 5천 톤 생산 가능), 바탕가스 제2공장(2014년 준공, 월 1만 톤 생산 가능), 블라칸 양돈장(2019년 완공 예정) 외
연매출 2018년 기준 8,200만 달러(한화 약 950억 원)
성장 추이 전년 대비 연평균 20%대의 안정적 성장
한·필리핀 FTA가 체결되면?
한·아세안 FTA에 속한 필리핀과의 양자 FTA 체결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7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필리핀 라몬. M. 로페스(Ramon. M. Lopez) 통상산업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한·필 FTA 체결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신남방정책 추진의 동력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필리핀과의 교역과 투자를 안정적으로 확대해가며 상호간 우호 증진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