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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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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지식인

축구 파는 무역인 손흥민? 이강인?

보이지 않는 것도 사고파는 ‘서비스 무역’

무역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유형의 상품(goods)이다. 자동차나 반도체,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쉽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은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바뀌어 이제 무형의 상품, 즉 서비스(services)도 얼마든지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이를 관할하는 국제통상법이 바로 ‘서비스에 관한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GATS)’이다.

  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가능’해지고 ‘중요’해진 서비스 무역

1월호 ‘무역 지식인’에서 상품부터 서비스까지로의 무역 변천사에 대해 간단히 훑어보았고, 상품 무역에 대한 국제통상법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의 탄생 비화도 설명한 바 있다. 1970년 이전까지 서비스의 매매는 교통 및 기술의 한계 등을 이유로 국내에 한정되어 이뤄졌다. 다시 말해 서비스는 ‘무역’이 아닌 ‘거래’ 수준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런 서비스 무역이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에 들어서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고, 자연스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다자 규범 마련과 이를 통한 자유화 논의로 이어지게 됐다. 특히 상품 무역의 핵심인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과 신흥국들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가던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적극적이었다. 이는 상품 무역에서 빼앗긴 주도권을 서비스 무역에서 만회하려던 그들의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진행된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GATS가 제정된 배경이다.


서비스 무역 방식을 ‘네 가지’로 분류하다

WTO 협정상 GATS는 부속서 1B로 분류된다. 참고로 부속서 1A가 앞서 말한 GATT다. GATS는 총 6개의 부(Parts)와 29개 조항(Articles), 그리고 8개의 부속서(Annexes)로 구성된다. 이를 ㉠ 일반 의무(General Obligation)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에 국가별 개별 단위로 자국의 서비스 무역 자유화를 규정한 양허표(Schedules)를 덧붙이는데, 이를 ㉡ 구체적 약속(Specific Commitments)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서비스는 UN 국제 생산물 분류(Central Product Classification, CPC)에 근거해 12개 분야(사업, 통신, 건설, 유통, 교육, 환경, 금융, 보건/사회, 관광, 문화/오락/스포츠, 운송, 기타) 155개 업종을 총망라한다.
서비스 무역은 그 방식에 따라 총 네 가지 형태(Modes)로 분류한다. 이들은 각각 ① 국경 간 공급(Cross-border Supply), ② 해외 소비(Consumption Abroad), ③ 상업적 주재(Commercial Presence), 그리고 ④ 자연인의 이동(Movement of Natural Persons)이다. 하나씩 간단히 예를 들어보면, 우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주문형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는 미국의 서비스를 전 세계 190여 개국으로 통신망을 통해 공급하는 전형적인 ‘모드 1’ 서비스다. 외국의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쇼핑을 하는 것은 ‘모드 2’에 해당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두고 우리나라에 투자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설립한 사례는 ‘모드 3’으로 대부분의 해외직접투자(FDI)는 여기로 분류된다. 끝으로 월드클래스로 거듭난 손흥민(토트넘)이나 U-20 월드컵 준우승에 크게 공헌한 이강인(발렌시아)은 자신의 탁월한 운동 능력을 영국과 스페인으로 건너가 제공하고 있으니 ‘모드 4’ 무역인으로 정의할 수 있다.



GATS 통한 서비스 개방과 한계

WTO 회원국들은 각각의 서비스에 관한 자유화 여부를 정할 수 있는데, 우선 여러 서비스 중 자국이 개방하려는 분야만 ‘구체적 약속’에 기재한다. 개방을 원치 않는 서비스는 적지 않는다. 이후 해당 서비스는 다시 네 가지 모드별로 Ⓐ 시장 접근(Market Access) 가능성과 Ⓑ 내국민 대우(National Treatment) 존중 여부로 세분화한다.
예를 들어 교육 서비스를 개방하는 경우, 우선 ‘구체적 약속’에 적는다. 그런 다음 이를 국경 간 공급(모드 1), 해외 소비(모드 2), 상업적 주재(모드 3) 방식으로 허용키로 판단하면 ‘시장 접근’과 ‘내국민 대우’에서 ‘(국내 제약 및 차별)없음’의 의미로 ‘None’이라고 각각 기재한다. 이 경우 해외 교육 서비스가 국내시장에 들어와 적어도 세 가지 방식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하게 된다. 다만, 해외 교육자가 국내에 입국해 직접 가르치는 서비스(모드 4)에 한해 국내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GATS를 통한 자유화 약속에) 구속되지 않음’의 의미로 ‘Unbound’라고 표기하고, 국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정책 공간(Policy Space)을 확보할 수 있다.
서비스 무역은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GATS를 통한 회원국의 자유화 수준에도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최근에는 원격 의료나 공유 서비스 등 GATS 제정 당시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어 기존 GATS 분류를 통해 이들을 어떻게든 포괄적으로 다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은 표류 중이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EU 등이 ‘복수국 간 서비스 자유화 협정(Trade in Services Agreement, TISA)’의 별도 논의에 열을 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의 무역은 상품 못지않게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도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다른 나라들과 함께 이를 규범화하는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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