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GO GO

12월호VOL.91

의견보내기 의견보내기

초대석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한국과 영국의 관계를 위하여

사이먼 스미스(Simon Smith) 주한영국대사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130여 년의 세월에도 흔들림 없이 한자리를 지켜온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조영수호통상조약을 통해 1884년 조선과 수교한 이래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은 주한영국대사관이 그 주인공. 1890년에 완공한 붉은 벽돌의 대사관은 대한민국과 영국의 굳건한 관계를 상징하듯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고요한 빛을 발한다.


오늘날 대사관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은 사이먼 스미스(Simon Smith) 주한영국대사로, 대사직을 맡기 전 미리 한국을 찾아 6개월간 어학연수를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역사적 공간에서 스미스 대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지난 130년간 이어온 우정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100년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대사는 한국과 영국이 맺은 경제 협력 사례들을 언급하며, 한·영 FTA가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국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영 FTA, 경제통상협력위원회 등
두 선진국이 만들어가는 경제협력, 4차 산업 시대를
혁신할 수 있어



Q) 지난해 주한영국대사로 부임한 이래 한국에 대한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A)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가 발전한 나라 중 하나로, 특히 빠른 발전 속도가 인상 깊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나라를 매일매일 새롭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대사로서 매우 긍정적인 자극 요소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부임하기 전 6개월간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한국어는 제가 익힌 언어 중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마스터하진 못했지만, 한국어는 한국 사회와 산업의 미래, 지경학적으로 도전적인 지역에 있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거나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Q) 영국의 주요 산업과 무역 구조는 어떤가요?

A) 영국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특히 금융 및 전문직, 교육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중에서도 기술 분야는 대단히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에만 다른 분야보다 2.6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유럽에는 34개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있고, 그중에 13곳이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영국은 6,500만 명의 잠재 고객과 심화한 기술 생태계, 탁월한 인재 및 사업 지원 정책을 갖춘,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Q) 한·영 양국 간 경제협력은 어느 수준에 이르렀고, 향후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A) 지난 6월 ‘한·영 테크 로켓십 어워드’가 열려 매우 기뻤는데요, 영국 국제통상부는 한국의 스타트업 8곳을 선발해 영국의 세계적인 금융 및 고객 관리 등과 같은 자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국제통상부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탄생한 기관으로, 국제 무역 및 투자를 촉진하고 자유무역을 지원함으로써 영국과 세계의 번영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레카 글로벌 혁신 정상회의에 60개 이상의 한국 기업 대표단 150여 명을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연구원과 한국 중소기업의 양자 회담을 위해 200만 파운드를 들여 첨단 소재와 사물인터넷 개발을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긴밀한 혁신의 고리를 만들고, 상호 협력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날 한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기술적·사회적 도전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건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첨단 자동차 산업은 양국이 함께 연구하고 협력해온 분야죠. 또한 양국은 핀테크, 과학과 혁신, 금융 서비스와 같이 최근 대두하고 있는 글로벌 통상 이슈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Q) 특히 한·영 FTA의 협상은 한국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 그 좋은 예가 지난 6월 10일 발표한 한·영 경제통상협력위원회(JETCO)입니다. 위원회는 한·영 FTA와 관련한 주요 안건들을 논의해가고 있습니다. 양국 간 FTA가 체결되면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허심탄회한 논의를 거쳐 상호 개방적이고 공정한 시장이 유지되도록 할 것입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FTA가 기업들의 자유로운 무역과 향후 관계 개선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제공할 것입니다.
최근 한·영 FTA의 원칙적 타결 선언식이 있었는데, 이 선언식은 산업 및 기술 혁신, 자동차, 에너지, 농업 그리고 중소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국의 협력을 심화하는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한국은 유럽의 다른 국가보다 영국과 가장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기도 하니까요. 양국 간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 총액은 2018년 146억 파운드로, 전년 대비 4.1%나 성장했습니다.
현재는 세계경제가 상당한 역풍에 직면한 시점이라, 기업들이 서로 교역하고 투자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이고요. 그 때문에 앞서 언급한 선언식은 무역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한·EU FTA의 효과를 한·영 FTA에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기업에 전합니다.

‘통상’은 ‘지금 한순간’에 머물지 않아,
100년 뒤 후손에게 평가받게 될 것
큰 비전과 일관된 원칙으로 협력해가야


Q) 환경 분야에 대한 영국의 관심은?

A) 오늘날 영국 경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저탄소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입니다. 전력과 유통 분야 청정 기술의 가격 경쟁력은 빠르게 늘어나고, 산업혁명 이래 처음으로 화석연료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에서 얻는 전력이 많아졌습니다. 친환경 산업은 약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전 분야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죠.
한국 기업이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거나, 영국 기업이 한국의 해상풍력 분야 설립을 돕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600만 파운드의 공동 연구 및 저탄소 분야 기술 개발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고요. 앞으로도 양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청사진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 관계를 더욱 크고 깊게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Q) 주한영국대사로서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한 각오가 있다면?

A)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무역체제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신실한 약속이라는 점을 스스로 끊임없이 상기하고 있습니다. 대사로서 양국 및 양국의 기관과 사람들 간 파트너십과 우정을 확대하는 소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비전을 가진 영·한 두 나라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선진국으로서 국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하고 일관적인 규칙과 원칙을 토대로 협력해가야 합니다. 이는 통상뿐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에서도 유념해야 할 원칙이죠. 서로 협력하고 여러 사안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통상> 독자 여러분 또한 고려해야 할 대상입니다.
저는 동시대를 사는 여러분만큼이나 후손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한영국대사관 직원 중 일부는 올해 새 가족이 태어나는 경사가 있을 겁니다. 백세 시대라고 하니 어쩌면 2119년에도 건강하게 삶을 누리는 아이들이 있겠지요. 훗날 이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본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선조들이 충분한 책임을 다했다고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열심히, 그리고 현명하게 일해야겠습니다.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