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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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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콘텐츠 기업에 수출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숙제”

최종일 (주)아이코닉스 대표





대한민국 어린이 중에서 ‘뽀로로’를 모르는 친구는 없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전 세계 아이들이 <뽀로로>  만화를 보며 자라나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이코닉스는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을까?

“세상에 쉬운 것은 없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생존하고 경쟁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데, 해외 시장이라고 오죽할까요. 그렇지만 두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할 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특히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는 세계로 나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코닉스 역시 뽀로로가 탄생하기 이전까지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아이코닉스가 존재한다는 최종일 대표.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최종일 대표와 함께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해보았다.


세계시장에 진출 하려면 보편적 가치를 담아 스토리텔링해야,
동남아 시장은 가장 큰 기회의 땅



Q)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대표님과 아이코닉스의 성장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A) 아이코닉스를 설립하기 전에, 정확히 만 10년 2개월 동안 광고 회사에 근무했습니다. 광고를 만드는 일 역시 즐거웠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있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보다가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해보자고 결정했죠. 그 이후 애니메이션에 대해 꽤 열심히 공부했으나 자신감에 비해 실력이 모자란다고 느꼈습니다. 뽀로로가 성공하기까지 12년 정도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죠. 그렇지만 그때의 방황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결국 뽀로로가 탄생했으니, 제 생각이 옳았던 것이죠.


Q) 뽀로로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먼저 뽀로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소비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 또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다음으로 뽀로로가 지속해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유아용 콘텐츠의 특성에 기반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생애주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편이에요. 그런데 뽀로로는 유아용 콘텐츠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가 계속 변합니다. 처음 나왔을 때 뽀로로를 접한 친구들은 1990년대 후반의 아이들이었다면, 현재 뽀로로를 시청하는 소비자는 2015년, 2016년생 아이들입니다.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뽀로로 콘텐츠를 변화해나간 것이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콘텐츠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입니다. 따라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부터 세계시장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해야 합니다. 특히 의도치 않더라도 종교적 터부나 사회규범 등에 의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이를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콘텐츠 선진 시장은 소비자 반응이 좋더라도 마케팅 성과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국 내 콘텐츠가 오랜 시간 축적됐기 때문이죠. 반면 중국, 동남아 등 신흥시장은 소비자의 좋은 반응이 곧 마케팅 성과로 이어집니다. 다만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쿼터제 도입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노력만 한다면 진입이 어렵지 않아 국내 기업에 가장 큰 기회의 땅이라 생각합니다.


Q)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이코닉스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이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시대입니다. 아이코닉스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유튜브 진출을 꺼릴 때, 가장 먼저 유튜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중 아이코닉스 콘텐츠의 조회 수가 가장 높을 것입니다. 시작과 준비가 빠르다 보니 다른 기업의 애니메이션보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가 가능했죠.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와 무한 경쟁 시대,
콘텐츠의 경쟁력 높이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시도한다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어



Q)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어떤 상황인가요?

A) 애니메이션은 제작할 때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에요. 제작비를 힘들게 모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더라도 국내시장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고 이윤을 남기는 데 제한이 있죠.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아직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양질의 자본이 투입되고, 콘텐츠가 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경쟁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활발한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Q)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A)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콘텐츠에는 문화적인 속성과 산업적인 속성이 있습니다. 콘텐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속성 모두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콘텐츠를 주로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망한 산업이라 판단되지 않으면 투자나 지원을 지속하지 않죠. 이런 이유로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문화적인 속성은 단기간의 투자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향유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은 긴 호흡으로, 문화적으로 콘텐츠가 확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Q) 글로벌 미디어의 환경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A)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기존 환경에서는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에 따라 최종 소비자 선택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그만큼 공평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얘기고, 철저하게 콘텐츠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게 된 것입니다. 다만 수출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이나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우리와 경쟁할지 예측할 수 없어요. 이전보다 많은 경쟁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 콘텐츠와 아이코닉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장점은 ‘다이내믹’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케이팝(K-pop), 한류 드라마처럼 어떤 분야든 한 번 불이 붙으면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발전하죠.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산업 및 미디어의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질은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금 추세대로면 10년 이내에 우리나라가 콘텐츠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코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이나 제작 방식, 사업 방식에 계속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것을 융합하는 시대에 맞춰 가상·증강현실(VR·AR) 등 새로운 산업 분야와의 융합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Q) 향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 세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을까요?

A)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발전과 더불어 국가 간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수출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수출해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물론 해외 진출을 처음 시도할 때 애로 사항이 많지만, 겁내지 않고 나가야 합니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나 루트가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찾아본다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콘텐츠는 분명히 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세계인이 되어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시도들이 이어질 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은 세계를 선도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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