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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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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근대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

인천 개항누리길

작은 어촌에 불과하던 인천은 개항 이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가며 이색적인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아직도 우직하게 남아 있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은 당시의 역사를 이해하며 느끼기에 충분하다. 근대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인천 개항누리길은 색다른 감성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다.

글·사진  심은주 (sej6009.blog.me)





시간 여행의 시작, 인천역과 차이나타운

햇볕이 따스한 어느 날, 경인선 전철에 몸을 싣고 여행에 나섰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서쪽 끝자락, 시간의 정취가 느껴지는 인천역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서자 우리나라 최초의 증기기관차 ‘모갈 1호’의 모형과 마주쳤다. 모형에도 쓰여 있듯이, 인천역은 1899년 경인선이 개통하면서 조성된 한국철도의 탄생역 중 하나다.

인천역 맞은편에는 차이나타운이 자리한다. 이곳의 대표 상징물인 중국식 전통 대문 패루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거리에 들어서면 붉은색과 금색으로 치장된 중국 특유의 화려한 건축물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 마치 중국 거리에 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차이나타운은 주말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한 음식점마다 사람들로 긴 줄이 이어진다.

차이나타운은 수많은 맛집만큼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곳은 개항 당시 청나라의 조계(租界)1였다. 청나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곳에 정착하며, 차이나타운만의 문화와 풍습을 만들어나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장면이다. 최초로 자장면을 만든 ‘공화춘’ 건물은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지금은 자장면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국적인 차이나타운 거리를 거닐며 화덕 만두, 공갈빵 등 길거리 음식을 맛보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근대 건축물

<삼국지>와 <초한지>  속 주요 장면을 담벼락에 그려놓은 벽화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차이나타운 끝자락에서 ‘청일조계 경계계단’을 만나게 된다. 이 경계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은 중국 조계, 우측은 일본 조계로 나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확연히 다른 두 나라의 건축물과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러나 마냥 즐겁게 볼 수만은 없다. 이곳은 사실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항 이후 열강들이 조선의 침략과 식민을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조계’ 이며, 특히 조선의 조계는 시작부터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해 주도했다. 120여 년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청일조계 경계계단에 서니 왠지 씁쓸함이 밀려왔다.

계단 옆 우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옛 일본 영사관이던 현 중구청 주변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개항 후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이곳에는 오래된 일본식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조계의 중심이던 일본제1은행(현 개항박물관) 인천지점 앞거리는 은행, 호텔, 상점 등이 밀집해 있던 번화가였다. 이 거리에는 기존 조선에서 볼 수 없었던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지금은 근대 건축물과 더불어 개항장 거리 곳곳에 감각적인 카페와 상점이 많이 들어서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화기 의상 대여소에는 모던 걸과 모던 보이로 변신해보는 이색 체험도 즐겨볼 수 있다. 특히 개항장 거리의 근대문화유산 건물들은 박물관이나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근대와 현대가 마주하는 여행

개항누리길이 특별한 이유는 근대와 현대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 아트플랫폼은 개항 당시 인천항의 하역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복합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의 다양한 시설에서 인천 지역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빨간 벽돌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아트플랫폼 거리는 낭만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드라마나 영화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아트플랫폼 부근에는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역사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한국 근대문학관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곳에 들러서 문학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인천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산기슭에는 1901년에 지은 제물포 구락부가 자리한다.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표현으로, 개항 이후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은 이곳에 모여 사교를 나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러 용도로 쓰이다가 현재는 개항과 근대 역사에 관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스토리텔링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시와 문화행사 등도 자주 열려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인천 자유공원은 전망 좋은 응봉산 꼭대기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알려진 세창양행 사택, 오례당 주택, 존스턴 별장 등이 이곳에 자리했다. 오로지 외국인의 공간으로 사용하던 이곳은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와 많은 사람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근대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개항은 우리에게 아픈 역사로 기억된다. 그러나 과거는 현재를 다지는 밑거름이 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 인천의 근현대사를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개항누리길 여행은 근현대사의 지식을 더하며 색다른 감성을 만날 수 있는 도보 여행이다.





개항누리길 전시관 통합관람권

통합관람권을 구매하면 5개의 전시관(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개항박물관, 자장면박물관, 중구 생활사전시관, 한중문화관)을 한 번에 저렴한 비용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인천의 근대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꼭 통합관람권을 이용하자.
성인(만 19세 이상) 3,400원
청소년(만 13~18세) 2,300원
어린이(~만 12세) 1,700원

인천 개항박물관(인천시 유형문화재 제7호)

2010년 10월 2일 개관한 인천 개항박물관은 개항기 인천의 모습과 근대 문화를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제1은행 인천 지점으로 사용됐으며, 르네상스풍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유물과 당시 인천의 풍경을 담은 전시물을 통해 100여 년 전 인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인천시 중구 신포로23번길 89
운영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32-760-7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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