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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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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지식인

우리 무역이 달라졌어요

무역의 변천사

아라비아반도 오만에서 로마, 이집트 등으로 이어지는 인센스 로드(Incense Road)는 인간이 4천 년 전 개척한 역사상 최초의 무역로다. 당시 주 거래 품목은 향(香). 2,400km 거리를 많은 이가 목숨 걸고 이동했으니 부(富)와 죽음 사이에서 위험한 베팅을 한 셈이다. 이제 향수(상품)는 온라인 직구(서비스)도 가능하고, FTA로 향(냄새) 상표(지적재산권)까지 도입됐으니 무역의 지도와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관세와 무역

무역(Trade)의 사전적 의미는 ‘지방과 지방,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서로 물건(상품)을 사고파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역이란 국가 간 상거래를 말하고, 이는 교통 및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거래 범위가 지방 이상으로 넓어진 것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제주 간 거래를 수출(Export)·수입(Import)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또 한 가지 기억해둘 점은 바로 무역으로 거래하는 대상이 ‘물건(상품)’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국가 간 무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내는 세금을 관세(Tariff)라고 하고, 여기에는 수출세, 수입세, 통과세의 세 종류가 있지만 대개 우리나라처럼 수입세로 인식한다. 당연하게도 관세가 높아지면 무역은 납세부담과 이에 따른 소비자가격 상승, 수요 하락 등으로 위축된다.
이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가 되는 일이 1930년 미국에 있었다.
세계 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화당 리드 스무트(Reed Smoot) 의원과 윌리스 홀리(Willis Hawely) 의원이 미국에 들어오는 수입품 2만개 이상에 최고 400% 관세(평균 59%)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어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조치를 취한 것은 당연한 방어 심리였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이른바 ‘관세전쟁’이라고 부르는데, 양국 간 최대 관세가 25%니 위에 비하면 동네 싸움처럼 보일 정도다. 뻔한 결말이지만,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통과된 이후 세계무역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전 세계 경기 침체는 장기화했다. 바로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의 교훈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영국 등 승전국들은 자유무역을 위한 국제법인 ‘관세무역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이하 GATT)’을 만들었다.

 

 

 

 

상품 그 이상을 사고팔다

GATT 체제에서 참여국들은 관세 인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세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무려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여러 국가 간 무역 협상을 우리는 ‘라운드(Round)’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 1986~1994)는 주목할 만하다. 당시 협상에선 관세 인하뿐 아니라 그 외 다양한 무역 현안도 논의했는데, 무역의 변천사라는 관점에서 몇 가지 기념비적 사건이 있었다.
첫째, 정보통신·운송·유통·금융·건설 등 ‘서비스’도 무역의 형태로 인정하고 관련법을 제정했다. 앞서 말한 무역의 사전적 정의에서 대상을 물건(상품)으로 제한한 것에서 상품 및 서비스로 확대·수정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GATT로 무역을 자유화하는 과정에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쉽게 다루지 못한 농업 분야까지 예외 없이 개방했다. 마지막으로, 무역에서 거래하는 상품의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도 무역 규범을 만들어 보호한 것이다. 최근 개념이긴 하지만 서문에서 언급한 냄새 상표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결과, GATT는 WTO로 한 단계 진화했고 규범의 관할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미래 무역

오늘날 무역은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 거래를 말하며, 그 거래를 일반적으로 ‘수출입’이라고 부른다. 이때 관세가 발생하는데, 관세가 높아질 경우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된다는 사실은 앞선 사화(史話)에서도 증명됐다. GATT와 WTO는 자유무역을 지켜주는 법이자 국제기구이며, 이를 통해 농산물까지 예외 없이 포함한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 관련 지식재산권이 국제법적 보호 아래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는 최근 흐름에 맞게 디지털 무역, 환경, 개발, 노동 등도 무역에서 폭넓게 다룰 전망이다. 무역의 변천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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