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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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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꽃피우다

일방으로 흐르던 아세안 한류, 이젠 쌍방으로

아세안은 한류 열풍, 이제 문화 교류가 필요한 시기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신남방정책의 비전은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평화, 번영의 공동체다.
이에 따른 한류의 흐름이 아세안 지역에 일방향으로 흐르기보다 이제는 쌍방향으로 교류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료  정덕현 문화평론가



신남방정책의 가능성이 높은 이유

그간 주로 교역을 해온 국가들과의 관계 변화는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네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만들어낸 한·일 간 경색된 경제 교류가 그렇고, 사드 문제가 터진 후 중국의 제재로 우리 경제가 받은 타격이 그렇다. 최근 여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점점 커지고 있는 세계 교역의 불확실성이다. 특히 인도와 아세안 10개국으로 일컬어지는 신남방 지역은 미국과 중국이 부딪치는 새로운 무역의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신남방정책’을 꺼내놓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신남방정책은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의 이른바 3P를 기치로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수준을 현재 집중되어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국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코트라 포럼에서 ‘불안정한 국제 교역환경, 새로운 돌파구는’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번순 고려대 경제통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신남방 지역에 대한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계를 구축해 중국 및 일본과 차별화된 한국형 신남방 협력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경제협력 측면에서 무역의 일방적 흑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즉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라 양방적인 협력 관계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세안에게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처럼 각축전을 벌이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교류에서 더 유리한 점이 있다. 또한 전후 압축 경제성장으로 한국이 아세안의 롤모델처럼 받아들여지는 면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류다. 한류로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아세안 국가에 이를 교두보로 다양한 교류를 이어간다면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양국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4.5만 명이 함께한 ‘KCON 2019 태국’.
사진 이미지 제공: CJ E&M


아세안의 한류 열풍, 하지만 우리에게 아세안 문화는

아세안 국가에서의 한류 열풍은 이제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최근 태국에서 열린 KCON 같은 행사를 보면 이제 K팝 아이돌에 대한 일정한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첫 무대를 선보이는 K팝 아이돌에게도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건 특정 K팝 아이돌에 팬덤이 쏠린다기보다 K팝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호응이 커졌다는 뜻이다. K팝 아이돌이 좋아 그 아이돌이 되기를 희망하는 아세안의 젊은 세대도 늘어났다. 이들이 한글을 배우려 하고 나아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데는 K팝 아이돌의 일원으로 성공하고 있는 해당 국가 출신의 아이돌을 통해서다. 이를테면 태국의 닉쿤은 성공한 K팝 아이돌로서 자국 젊은 세대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또 방탄소년단 같은 대표 K팝 아이돌이 미국 팝 시장에서도 각광받는 상황은 아세안 국가가 압축 경제 모델로 한국을 본 것처럼, 문화 성장의 모델로 바라보게 한다.
이런 아이돌이 만들어내는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 또한 급상승하고 있다는 건, K푸드, K뷰티 등은 물론이고 한글 열풍까지 이어지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통해 알 수 있다. 한류는 이제 단지 대중문화 현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류가 이미지를 높여놓은 한국 제품에 대한 아세안 국가 국민의 호응이 함께 올라가고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음식 프랜차이즈는 물론 화장품 매장, 극장, 대형 마트 등 우리네 브랜드의 아세안 진출에는 한류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신남방정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런 일방향적인 한류의 흐름이 궁극적으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한류는 이미 아세안 지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우리가 저들의 문화를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물론 아세안 지역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제3위 투자지이며 우리 국민이 한 해 800만 명이나 찾는 제1의 관광지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세안 국가의 문화를 낮게 바라보거나 차별적 시각을 보내는 일이 적지 않다.



한류에서 아세안 웨이브로 다시 묶는 문화 교류의 필요성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일방향으로 흐르는 문화 교류를 쌍방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한국과 아세안이 공동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한류의 폭을 아세안으로 넓힘으로써 이른바 ‘아세안 웨이브’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공동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한국 CJ와 베트남 국영 방송사 VTV가 <오늘도 청춘> 같은 공동 제작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도 있지만, 우리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같은 프로그램이 아세안 지역의 음식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방식도 있다. 음식을 통해 아세안 문화를 자연스럽게 국내에 전파하고, 그곳으로의 여행 붐을 이끌어내며, 국내에서 아세안 지역 음식 붐 또한 이어갈 수 있다. 이는 아세안 국가만의 이득이 아니라 양국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아세안 국가가 어느 정도 공유하는 문화를 합작 콘텐츠에 담는 방식도 가능하다. 지금껏 ‘이것이 한국이다’를 강조해온 한류가 이제는 ‘이것이 아세안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주도하고 이를 아세안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문화 교류를 한류에서 아세안 웨이브로 다시 묶는 방식으로 충분히 참여 국가에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EU식의 경제적 통합 방식은 실질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아세안 지역을 결합하는 방식으로서 문화적 교류는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런 가운데 이미 아세안 국가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한류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류를 아세안 웨이브로 확대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 교류는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세안과 상호 문화 교류가 절실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CJ와 베트남 국영방송사 VTV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오늘도 청춘> 포스터.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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